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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안승남 前구리시장이 쏘아올린 ‘성평등’ 이슈, 당신의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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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안승남 前구리시장이 쏘아올린 ‘성평등’ 이슈, 당신의 생각은?

양성평등주간 맞아 SNS에 제언, 우리 사회는 ‘성평등’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을까?

매년 9월 1일부터 9월 7일까지는 법으로 정한 양성평등주간이다. 2020년부터 ‘여성발전기본법’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개정되며 ‘여성주간’으로 명명됐던 기념주간도 ‘양성평등주간’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9월 1일이 시작이 된 이유는 이 날이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인권선언문인 ‘여권통문’이 발표된 날이기 때문이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성별에 따른 차별 없이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이 기념주간은 그 명칭으로 인해 오히려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전국적으로 다양한 행사가 개최되는 가운데 최근 경남 진주시에서는 ‘성평등이냐 양성평등이냐’라는 논쟁으로 커다란 논란이 일고 있다.

진주여성민우회는 8월 29일부터 9월 27일까지 ‘2025 모두를 위한 성평등’을 주제로 무료 강의를 연다고 밝혔다. 진주여성민우회가 주최하는 이 강의는 진주시 양성평등기금지원사업에 선정돼 마련된 것이었다. 그런데 극우세력 등이 주도한 것으로 추정하는 ‘강의 취소 요구’ 악성 민원이 진주시청 누리집과 전화 등으로 계속해서 제기되며 진주시 담당과는 행정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고통을 겪게 됐다.

논란이 커지자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던 진주시가 급히 지원 취소를 결정했지만 주최 측인 진주여성민우회가 특강 강행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이번에는 진주시기독교총연합회 등 종교·시민단체 등이 ‘왜곡된 성평등 특강을 철회하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강사진 면면을 보면 동성애자나 젠더, 윤석열 정권 퇴진운동을 벌였던 좌파가 대부분”이라며 “남녀 평등을 위한 양성 평등이 아닌 젠더 성평등을 주제로 한 특강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평등이란 용어는 남과 여, 양성이 아닌 일부 성소수자 권익을 되찾자는 주장”이라며 “양성 평등에 기반한 가족제도 자체를 해체하는 위험성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 주최 측은 강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으며 반대 측은 현장에서 반대 시위를 하는 등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운 갈등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성평등은 동성애를 부추기는 반인륜적 용어’라고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종교인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렇다면 ‘성평등’과 ‘양성평등’은 어떻게 다른 것인가.

글로벌시대임을 감안해 우리나라에 국한하지 않고 전세계의 이슈를 다루는 UN의 경우를 살펴보면 보다 이해가 쉬울 수 있다.

UN의 인권문서들은 1980년대까지는 ‘성’ 또는 ‘성별’을 ‘sex’로, ‘성별 사이의 평등’을 ‘equality between men and women’ 으로 표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남녀평등’ 또는 ‘양성평등’으로 표기했다. 1980년에 개정된 ‘헌법’은 남성을 앞세우는 전통적 관례를 탈피하고 중립적인 용어를 사용한다는 취지로 ‘양성평등’을 표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기조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UN은 1990년대부터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첫째, 성별 또는 성별 간의 차이에 관한 인식을 뜻하는 용어로 ‘젠더(gender)’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젠더’란 성별에 따라 생리적 기능이 다르다는 생물학적 인식(sex)뿐 아니라 성별에 따라 기질과 능력 및 역할이 다르고 이를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으로 구분하는 사회문화적 인식(gender), 성별에 따라 성적 욕구와 반응이나 표현이 다르다고 보는 성적 인식(sexuality)을 통합한 것이다.

둘째, ‘양성평등(equality between men and women)’을 ‘성평등(gender equality)’으로 바꾸었다. 이것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의 철폐와 여성의 발전에 주력해 온 UN이 이제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과 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남성·여성 어느 성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성을 가진 사람들도 피해를 당하고 있는 문제에 주목했다는 뜻이다. 누구든 젠더를 이유로 차별과 폭력, 편견, 비하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하게 표명한 것이다.

이러한 UN의 변화는 우리나라에도 조금씩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1년에 여성정책을 총괄하는 중앙행정부처로서 설립된 여성부의 영문명칭은 ‘Ministry of Gender Equality’이다. 여성가족부로 명칭이 변경된 후의 영문명칭은 ‘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다. ‘양성평등(equality between men and women)’이 아니라 ‘성평등(gender equality)’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여전히 미흡하다. 2001년에 제정된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성적 기호’를 이유로 한 차별을 처음 법에 명시하고 이를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과 함께 ‘평등권을 침해한 차별행위’에 포함했다. 하지만 성별을 “여성, 남성, 그밖에 어느 성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성”으로 정의하고 ‘성적 정체성’에 의한 차별 사유를 추가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은 국회에서 폐기됐다.

‘양성평등기본법’을 만들 때 이 법의 명칭을 양성평등기본법, 성평등기본법 중 어느 것으로 전환할 것인가에 관한 논쟁이 오랜 기간 동안 이어졌지만 ‘성평등’을 ‘성소수자를 옹호하는 용어’로만 보는 오해가 있었기 때문에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결국 국회는 성소수자의 성평등 문제를 향후의 입법과제로 미루고 ‘양성평등기본법’으로 법명을 결정했다.

그렇다면 ‘성평등’은 성소수자를 옹호하는 용어인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아니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과 폭력, 편견, 비하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게 어찌 옹호가 될 수 있는가? 그것이 어찌 청소년들에게 동성애를 권장하는 것이 될 수 있는가? 장애인 인권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면 청소년들에게 장애인이 되라고 권장하는 것인가? 그것은 무지로 인한 오해이거나 정치적 편견을 인권에 덧씌우는 몰염치한 행위와 다르지 않다.

종교적 신념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신념을 국민 전체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 학교에서 종교의 자유를 가르치는 것이 기독교 집안의 아이들에게 타 종교를 믿으라고 부추기는 것은 아니다. 타 종교를 믿는 친구들과도 친하게 잘 지내라는 뜻일 뿐이다. ‘성평등’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에서 ‘성평등’과 ‘성소수자’ 이슈는 아직도 불편한 지점을 지니고 있다.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차별금지법도 국회에서 미아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안승남 前구리시장이 자신의 SNS를 통해 “양성평등이 아닌 성평등! 모든 성별과 정체성을 존중하는 포용의 도시, 구리에서 시작하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보수적인 기독교계의 반대가 불을 보듯 명확한 가운데, 일찌감치 내년 지방선거에서 구리시장으로 출마를 선언한 정치인이 이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고 용감하게 선언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SNS에 “양성평등이라는 표현은 남성과 여성만을 전제로 하여 성소수자를 배제하고, 다양한 성 정체성과 성 표현을 존중하는 현대 사회의 가치와는 거리가 있다. 진정한 성평등은 젠더 이분법을 넘어 모든 개인이 성별과 관계없이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보장받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 이번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성평등’이라는 보다 포용적인 개념을 공약과 정책의 기본 가치로 삼고, 성별에 따른 차별을 해소하며 누구나 존중받는 도시, 모두가 행복한 구리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하며 이를 내년 지방선거 공약으로 내세울 것임을 표명했다.

우리 사회는 과연 UN이 그러했듯이 새로운 변화 ‘성평등’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을까?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안승남 前구리시장과 그가 SNS에 올린 글.ⓒ이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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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환

경기북부취재본부 이도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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