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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지은 태양광 발전소 7개, 왜 도로 시에 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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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지은 태양광 발전소 7개, 왜 도로 시에 줬을까

수원시민햇빛협동조합 사례로 본 지역 태양광 실험… "눈 돌리는 데마다 태양광 패널 보이길"

수원시는 특별한 태양광 발전소 7기를 보유하고 있다. 시민들이 시의 도움을 받고 만든 후, 이를 다시 시에 돌려 준 발전소다. 설비용량은 총 973kW로, 1년에 약 356가구(월 300kW 소비 기준)가 쓸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한다. 수익금 전액은 수원의 에너지 기금으로 쓰인다. 즉, 일부 주민이 만든 발전소가 종내에 모든 주민을 위한 세금으로 돌아왔다.

1개 협동조합이 경기도 내 최대 규모로 세운 발전소도 있다. 수원시 동부 버스 공영차고지 태양광 발전소다. 그런데 지자체 보조금 등이 상당 부분 투입되는 선례와 달리 건립비의 90%를 시민들이 직접 마련했다. 또 이 경험이 바탕이 돼 3년 후엔 건립비의 100%를 시민들이 모두 마련한 발전소가 연이어 탄생했다.

이후 이들은 고속도로의 '노는 땅'까지 진출했다. 지난 2월 착공한 서수원 및 월암 나들목(IC) 태양광 발전소다. 'RE100(재생에너지 전환 100%)'을 표방하는 경기도의 정책 집행과 맞물려 추진됐지만, 땅을 찾아낸 건 시민들이다. 태양광 발전 경험이 축적된 베테랑 시민들이 유휴 부지를 직접 발굴해 지자체에 건의했다.

이 가운데에 '수원시민햇빛발전 사회적협동조합'(수원시민햇빛)이 있다. 경기도는 경기도청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기조에 따라 주민참여형 발전소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수원시민햇빛도 이 중 하나다. 수원시에선 그동안 어떤 에너지 실험이 이어져 왔을까. 지난달 28일 경기도 수원에서 윤은상 수원시민햇빛 이사장을 만나 수원의 사례를 들었다.

▲농협하나로유통 수원유통센터에 설치된 수원시민햇빛의 태양광 발전소 11호기 전경. ⓒ프레시안(손가영)

"에너지는 모두의 것, 그럼 이윤도 모두의 것"

윤 이사장은 수원시민햇빛을 "시민 공기업"이라고 불렀다. 아직 규모가 작을 뿐이지, 시민들이 중심이 된 협동조합도 공기업의 가치를 실현할 역량이 충분하다는 취지다. 소유와 이윤 극대화가 우선 목표가 아닌 공공성, 모든 구성원이 출자금에 상관없이 1인 1표를 가지는 민주성, 정보 공개의 투명성 등이 협동조합의 핵심 가치인 점에서다.

수원시민햇빛의 지향도 시민 공기업의 모습과 통했다. 수원시민햇빛은 조합원이 법적으로 배당금을 받지 못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이윤은 모두 조합 및 발전소 운영과 공익사업에 쓰이거나 적립된다. 조합은 발전소를 공공이 소유·운영하고 그 이윤도 공공이 누려야 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수원시민햇빛이 지금까지 만든 발전소 15곳은 모두 이윤의 상당 부분이 주민 에너지 복지 기금 등으로 공공에 환원돼왔다.

윤 이사장은 "석탄, 석유, 가스가 누구의 것이냐? 지구 자원이 사회시스템에 의해 사유화된 것일 뿐"이라며 "특히 햇빛, 바람을 이용하는 재생에너지는 더 그렇다. 에너지는 본디 공공성을 띤다"고 강조했다. 그렇기에 "에너지 전환에서 시민참여형 에너지 협동조합의 의미가 더 크다"며 "시민들이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며, 이익이 소수에게 사유화되지 않는 특성이 서로 통한다"고 설명했다.

수원시민햇빛이 발전소 7곳을 수원시에 반납한 결단도 이와 같다. 2019년 조합은 발전소 7개의 소유와 운영 권한을 모두 수원시로 이전했고, 수원시는 조례에 따라 발전소의 이윤을 에너지 기금으로 적립해 재생에너지 시설 확충 등에 사용하고 있다. 전국 최초 사례다.

윤 이사장은 이를 "협동조합이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보편적 기여"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는 출자금 등 기여에 따라 조합원에게 배당하고 남은 일부를 공공에 환원한다면, 보편적 기여는 일부가 아닌 공동체 모두에게 이윤을 분배하는 구조다.

▲수원 동부 버스 공영차고지에 설치된 수원시민햇빛의 태양광 발전소 10호기 전경. ⓒ수원시민햇빛

지자체 의존 줄이며 성장 '시민 펀드' 성공

이는 에너지 협동조합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정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지원과 투자가 미미한 한국에서 초기엔 지자체에 다소 의존하는 협력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지만, 어느 정도 성장을 이룬 단계에선 "의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조합 스스로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민·관 거버넌스는 자칫 지자체의 통제권을 강화할 수도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2021년 수원 동부 버스 공영차고지 태양광 발전소를 '시민 펀드'로 세운 이유다. 820kW의 발전 용량으로, 경기도에 있는 시민참여형 태양광 발전소 중 가장 큰 규모다. 건립비 15여억 원 가량 중 13억여 원을 시민 252명에게 돈을 빌려 세웠다. '수원시민햇빛펀드'라는 이름으로 3차례에 걸쳐 모금했다. 100만 원 이하의 대출금이 50%가량이다. 말 그대로 시민들이 십시일반 해 만든 발전소다.

지급이율은 5%다. 수원시민햇빛은 에너지 발전 수익에서 대출금을 갚고 있다. 이자를 포함한 원금이 안정적으로 회수되니, 참여자들도 만족하는 분위기라고 윤 이사장은 전했다. 이를 기점으로 조합원도 대폭 늘었다. 2020년 351명에서 2021년 582명으로 늘었다. 조합원은 꾸준히 늘어 지난해 683명까지 증가했다. 시민 펀드와 이를 통한 발전소 건립이 다시 조합 확대로 연결됐다.

지난해 준공한 수원시민햇빛의 11호기 발전소(683kW급)도 100% 시민 펀드로 세웠다. 10억 1500만 원 규모다. 위치는 농협하나로유통 수원유통센터 주차장이다. 옥상 등 기존에 설치된 발전소와 합쳐 총 1.3MW(메가와트)의 용량이다. 1년에 475가구 정도가 쓸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한다.

경기도 내 주민참여형 에너지협동조합이 모인 경기시민발전협동조합협의회에 따르면, 2021년엔 29개 조합이 78개 발전소를 운영했으나 지난해엔 39개 조합의 171개 발전소로 대폭 늘었다. 발전용량도 2021년 9832kW에서 2만 1618kW로 증가했다. 3년 만에 2배가 늘었다.

▲경기도가 도내 협동조합 26곳과 함께 건립중인 서수원과 월암 나들목 유휴부지의 태양광 발전소 예상도. ⓒ경기도

협동조합 '시민 공기업' 성장할 수 있나

수원시민햇빛은 현재 7개 발전소를 가동 중이다. 나아가 서수원 나들목에 3개 발전소(230kW)를 추가로 짓고 있다. 고속도로의 도로와 도로 사이 나지 등을 활용한 발전 단지로, 전체 면적 2만 7000여 제곱미터에 26개 협동조합이 참여해 5200kW 용량에 달하는 큰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다. 참여 조합원 주민은 1만 1031명이다. 수원햇빛발전도 참여 조합 중 하나다. 곧 준공을 앞두고 있다.

윤 이사장은 "눈 돌리는 데마다 재생에너지 망이 있길 바란다"며 "전기, 통신, 상하수도, 도로, 철도 등의 망 인프라를 보라. 재생에너지는 왜 이렇게 되면 안 되나?"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공간이 다 분산된 도시는 지붕, 옥상, 벽면, 도로 등 가능한 곳마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 있고 해야 한다"며 "이렇게 작은 규모의 발전은 대자본이 아닌 에너지 협동조합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에너지 협동조합이 생산하는 발전량은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에 비해 매우 미미하다. 에너지 전환에서 협동조합의 역할이 제한적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윤 이사장은 "현재 한국 사회의 실정은 그러하나, 유럽 등 일부 나라에선 대기업 못지않은 협동조합이 많고, 이들이 재생에너지를 주도하고 공기업이 되기도 한다"며 "지금 상태로 가능성까지 재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 이사장은 "그러나 한국은 사회적 경제 부문에 대한 정책적, 재정적 지원은 정말 부족하고 부실하다"며 "당장 한 예로, 공적금융의 성격이 강한 시민펀드조차 사금융으로 분류돼 이자소득에 27.5%의 세금이 매겨진다. 이렇듯 하나하나 개선이 필요한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 산업이 성장한 이유는 국가가 전폭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인데, 왜 사회적 경제는 그런 투자가 없느냐?"며 "현재 여러 협동조합이 모여 법 제·개정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에너지공단 등 에너지 공기업과의 관계에 있어서 윤 이사장은 "현재 에너지 시장엔 공기업, 사기업, 협동조합 등 다양한 주체가 있고, 협동조합만이 할 수 있는 역할과 가치는 분명하게 있다"며 "서로가 서로를 구축하는 게 아니라 견제, 긴장을 이루면서 끌어당기면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재생에너지를 주체적으로 생산하는 시민이 100명일 때와 1000만 명일 때, 에너지 정책의 방향은 분명 다를 것"이라며 "공기업이 에너지 생산의 몇 %를 담당해야 하느냐 문제는 정해진 답이 없고, 끊임없이 부딪혀가며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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