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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손아귀'에 들어간 국민의힘, 극우의 집단 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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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손아귀'에 들어간 국민의힘, 극우의 집단 망각

[최창렬 칼럼] 궤도 이탈 알면서도 이러는 것이라면…

국민의힘의 장동혁 대표는 강경 일색이다. 대표 취임 첫 일성이 "이재명 정부를 끌어내리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는 것인지, 정치적 레토릭이라고 하기에 과하다. 장 대표는 지난 주 국민의힘 연찬식을 '이재명 정권과 싸우기 위해 전쟁터로 나가는 출정식'에 비유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야당은 살아남기 위해 최대한 투쟁해야 한다"면서 "과거의 상처를 자꾸 들춰내고 연연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서 가자"고 말했다. 탄핵에 대한 역사적 정의를 거부하면서 어떻게 미래로 가자는 건지 알 수 없다.

한국정치에서 대화는 늘 허공을 돌았고 협상은 흐지부지했다. 그런데 작금의 정치 부재의 양상은 본질적으로 과거와는 다르다. 법안과 특정 정책에 대해 야당의 반대가 수적 열세로 한계에 부딪치면 장외 투쟁, 극한 투쟁을 하는 게 우리 정치니 그렇다 치자.

그런데 현재 야당인 국힘은 한국 정치에서 여야의 상투적인 대립에 그치지 않고 절차적 정당성을 부정하는 정당이란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의 강성 기조에 기본 토대를 제공하고 있는 게 국민의힘의 존재다.

국민의힘의 경선 과정에서 돌출된 전한길의 강한 규정력은 지금의 국민의힘의 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절연할 수 없다는 국민의힘은 까도 까도 나오는 김건희 씨의 '귀금속 시리즈'를 두고도 계속 그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죽기 아니면 살기의 정치는 이미 정치가 아니다. 국힘의 지금의 외관과 내용은 한국정당사에서도 유례가 없다.

박근혜 탄핵 이후에 친박은 전멸했다. 그리고 스스로 사라졌다. 그러나 친윤은 더욱 진화하고 급기야 민주당을 내란정당으로 공격하는 상황이다. 집단 망각이나 확신에 기반한 편향의 극단화가 아니고는 설명할 수 없다.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극단적 우파들에 편승해서 당권을 얻었으면 이제는 정상의 정치로 돌아와야 한다. 그런데 당내 경선에서 당심의 압도적인 영향력이 승패를 좌우하는 경선 규칙만이 당의 극단적 우경화를 결과했다고만 보기 어렵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물론 상당수 구성원들이 윤석열 탄핵은 부당했고 내란 특검 등의 수사가 정치 보복이나 야당 탄압이라고 확신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당의 주류가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인 영남·TK에서 작금의 행태가 지속되어야 지방선거나 다음 총선에서 자신들만의 이해를 관철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의 극우의 방향이 역사적·정치적으로 퇴행이고 시대착오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지향한다고 본다는 것일 게다.

이러한 추론이 맞는다면 여권의 어떠한 포용과 타협도 협치의 물꼬를 틀 수 없다. 협치라는 단어 자체가 무망하다. 자신의 사적 이익이나 입신을 위한 행위라면 이미 정치라는 궤도에서 이탈한 것이기 때문이다.

라스웰이 말하는 '정치를 왜 하는지, 정치는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 철학이 존재하지 않는 집단과 개인에게 공익과 보편적 상식은 겉치레에 불과하다. 당위적 요구나 규범적 통제가 통하지 않는 상태는 사실상의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다. 자신의 이익을 탐하더라도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이 담보될 때 논박과 다툼의 의미가 있다. 극우에게 소구하는 정치가 자신들의 이익에 사활적이라고 본다면 더 이상 설득과 논변은 설 자리를 잃는다.

국민의힘의 극우적 경향에 대한 무수한 비난과 비판은 진부하기 짝이 없는 정치 양극화 비판과 마찬가지로 실효성도 효과도 없다. 극우적 경향이 자신들을 멸종에 이르게 한다는 자각이 올 때 정상을 찾아갈 것이다.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란 존재는 국내외적으로 얼마나 허망하고 반민주적인가. 그럼에도 이들의 영향력은 정치 전체를 파국으로 몰고 갈 정도의 권력을 뽐내고 있다. 그들이 한 줌밖에 안됐기 때문에 결국 윤석열 탄핵을 막지 못했다고 경시할 게 아니다. 급기야 미국 대통령도 이러한 우경화의 영향을 의도적이건 암묵적이건 받고 있다는 게 한미 정상회담에서 드러나지 않았나.

정치로 지금의 극단 세력의 발호를 절멸시킬 수 없다면 상상 이상의 무언가를 고안해 내야 하지 않을까. 전한길에게 공천 심사를 받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지금의 국민의힘의 지형이 한국정치 전체를 절단내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4일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야당말살 정치탄압 특검수사 규탄대회에서 강력한 대 여당, 대 정부 투쟁을 선언하는 규탄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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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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