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이 강미정 대변인 성추행 사건 등으로 인한 파장 끝에 결국 김선민 당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한 지도부가 총사퇴하기로 했다. 이규원 전 사무부총장의 '성희롱은 범죄가 아니다' 발언 등, 성 비위 사건에 대한 당내 부적절 대응이 이어지며 여론이 악화하자 나온 결정으로 풀이된다. 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당대표 권한대행은 7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저희의 대응 미숙으로 동지들을 잃었다. 피해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그리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관용 없는 처벌과 온전한 피해회복을 위해 이제 저와 최고위원 전원은 물러난다"고 밝혔다.
김 대행은 이번 사태에 대한 당의 대응을 두고 "미흡했다", "법적인 처리를 뛰어넘어 마음의 상처까지 보듬지 못했다. 더 과감한 조치를 해야 했지만 못했다"며 "이 일로 인해 마음에 큰 상처를 입으신 당원동지들, 저희를 성원해 주신 국민께도 머리 숙여 용서를 구한다"고 재차 사과했다.
앞서 이날 오전엔 황현선 전 사무총장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당을 믿고 지지해준 당원 동지와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드린 점은 사무총장이 마땅히 책임져야 할 일"이라며 사무총장직에서 사퇴했다.
황 전 사무총장은 "사건 처리 과정에서 피해자 요청을 수용하고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당헌·당규 절차에만 집중했다는 비판을 수용한다"며 "피해자의 상처를 깊이 헤아리지 못했다는 것은 제 불찰"이라고 자성했다.
그는 성추행 피해 및 당의 처리방식에 대한 문제제기 끝에 탈당한 강미정 전 대변인에 대해서는 "강미정 씨의 성 비위 사건을 비롯해 당에서 일어난 일련의 일들에 대해 저 또한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며 "사과와 위로를 전한다"고 했다.
앞서 조국혁신당에선 지난 4일 강 전 대변인이 당의 성추행 사건 처리 방식을 비판하며 탈당 기자회견을 열어 성 비위 논란이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당내 인사들로부터 2차 가해성 발언이 연거푸 이어지며 논란이 확산됐다.
특히 강 전 대변인 탈당 직후인 5일 JTBC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한 이규원 전 사무부총장이 해당 사태를 두고 "성희롱은 범죄는 아니고,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은 될 것"이라고 발언해 당 내외에서 강한 비판여론이 일었다.
이 부총장은 방송에서 '가해자가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의 최측근이라는 이유로 약한 처분을 받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당에선 가해자로 지목된 분에 대해 별도 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제명 처분을 했고, 당의 절차는 종결이 됐다", "제명 처분이라는 게 민간으로 치면 사형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 전 부총장은 이날 지도부 총사퇴 직전 지도부에 사의를 표명해 사퇴한 상태다.
이에 더해 해당 성 비위 사건 중 1건이 지난해 12월 16일 조국 전 대표가 구치소에 수감된 날 노래방에서 발새한 강제추행 사건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추가적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도부는 5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사건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김 전 대행이 이 전 부총장 발언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하는 등 뒷수습에 나섰지만, 여론이 진정되지 않는 데 따라 결국 지도부 총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8월 사면·복권 후 차기 당대표로 점쳐지고 있는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의 대응에도 관심이 모인다. 조 원장은 당에 대한 영향력이 가장 큰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데다, '가해자가 조 원장의 최측근'이라는 등의 지적이 제기된 상황이라 조 원장의 대응 방식은 향후 당에 대한 대중의 평가에도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조 원장은 지난 5일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8월 22일 피해자 대리인을 통해 저의 공식 일정을 마치는대로 고통받은 강 대변인을 만나 위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제가 좀 더 서둘렀어야 했다는 후회를 한다"면서도, 처리 과정에 대한 본인 역할에 대해서는 "당시 당적 박탈로 비당원 신분이었던 저로서는 당의 공식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조 원장은 이어 전날 공개된 유튜브 '경향티비' 인터뷰에서도 "제가 성비위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이후로 옥중에 있었지 않느냐", "그래서 일체의 당무에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처지였다"고 해명하며 "당직이 무엇인가와 관계없이 과거에 있던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없었는지 살펴보고 재발 대책을 마련하는데 힘을 보태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편 조 원장과 함께 사면·복권된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교육연수원장도 해당 사건과 관련한 2차 가해 의혹 끝에 이날 당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최 원장은 이날 본인 페이스북에서 "당 교육연수원장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며 "이유 불문, 저로 인해 많은 부담과 상처를 느끼신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최 원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혁신당 대전·세종시당 행사 강연에서 혁신당 성 비위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측을 "개돼지"라는 표현을 동원해 비난하는 등 2차 가해 발언을 했다고 알려진 바 있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인 이언주 최고위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발언 내용도 용인하기 어렵거니와 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이 왜 다른 당에서 물의를 일으켜 우리를 난감한 상황으로 끌어들이는 건지…"라며 "당의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또 혁신당 내부 사태 자체에 대해 "조국 전 대표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옥중에서 보고받았다는데, 사면복권으로 나와서도 모르쇠로 일관하다 뒤늦게 '후회'한다는 메시지를 SNS에 올렸다"며 "조 전 대표의 태도가 심히 유감스럽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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