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에서 9.19 공동성명 발표를 이끈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 "북한 비핵화 협상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선언했다. 이재명 정부에는 "잠재젹 핵능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8일 <한국일보>는 지난 5일 가진 송 전 장관 인터뷰에서 송 전 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을 두고 "북한이 권위주의 진영의 핵심 멤버로, 그것도 '핵 보유국'으로서 완전히 새롭게 등장"했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송 전 장관은 김정은이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선 장면을 두고 "'젤렌스키 모먼트'를 떠올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공개 면박할 수준으로 동맹 체제의 균열이 가시화하는 동안 북중러 3국 정상은 톈안먼 망루에 나란히 올랐다"고 설명했다.
"(자유주의) 동맹 진영은 관세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속에서 반목하고 있는 반면, 권위주의 진영은 더 긴밀하고 단단해졌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북중러 3정상의 열병식 관람은 "3개의 핵보유국이 연대를 이뤘다는 뜻도 있다"고 송 전 장관은 덧붙였다.
송 전 장관은 따라서 "북한 비핵화 협상 재개는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단언했다. "핵 국가가 스스로 그 지위를 포기한 사례는 없다"는 이유다.
송 전 장관은 "미국은 앞으로도 '한반도 비핵화'"를 말하겠지만 "이는 동북아 핵확산 억지를 위한 일종의 핵 항아리 뚜껑 같은 것"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송 전 장관은 따라서 "한국도 잠재적인 핵 능력 보유를 고민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떤 핵우산도 완벽하진 않다"며 우리처럼 미국의 핵우산을 쓰고 있는 일본·독일도 자체적인 잠재 핵 능력을 갖고 있다. 미국의 핵우산과 한국의 잠재적 핵 능력 간 보완관계 구축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2016년 출간한 저서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한반도의 빙하는 움직일 것"이라며 비핵화 희망을 말했던 자신의 전망을 뒤집은 것이다.
송 전 장관은 영국 경제학자 케인스의 "사실관계가 달라지면 생각은 바뀐다"는 말을 빌려 "핵 개발도상국 북한에 대한 구상과 핵 보유국 북한에 대한 생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송 전 장관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핵심 의제로 하는 한미 '동맹 현대화' 논의를 두고는 "동맹 현대화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라면, 동맹 현대화 작업은 이미 이뤄져 왔다"며 "대만 유사시 미 본토에서 군수 물자를 보내겠나, 평택에서 보내겠나"라고 지적했다.
만일 중국이 대만을 공습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 경우 "대만으로 출격하는 미 전투기를 한국이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다만 송 전 장관은 대만 유사시 한국군의 투입 가능성은 "불가능하다"고 잘라말했다.
송 전 장관은 "대만해협에서 미중이 충돌하고 주한미군 전력이 투사되면 대북 방어는 누가하느냐"며 "한국군이 대북 억제를 발휘하는 것도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의 한 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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