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새만금 국제공항 기본계획 취소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두 가지 적접적 원인은 '조류충돌로 인한 항공운항의 안전성 담보'가 어렵고 인근의 '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서천갯벌의 자연과 조류의 서식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꼽힌 것으로 나타났다.
'새만금국제공항 취소소송' 판결문을 살펴 보면 재판부(서울행정법원 제7부)는 새만금국제공항을 추진할 경우, 무엇보다 소중한 인간의 생명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더구나 새만금국제공항 사업부지의 개발은 사업부지와 인접 지역에 분포한 법정보호종 조류 등에게 서식지 축소, 개체수 감소 등의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고 그와 연결된 서천갯벌의 자연환경 및 조류의 서식환경에도 회복하기 어려운 악영향을 미치게 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피고인 국토부가 사업부지의 조류 보호와 관련해 제시한 방안들 역시 모두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으며 사업부지가 가진 근본적인 한계로 인해 이후에도 더 실효성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결국 이 사건 사업(새만금국제공항)의 추진은 해당 사업부지 및 인근지역, 세게자연유산인 서천갯벌의 환경과 서식하는 조류 등에 악영향을 미침으로 보존하여야 할 생물 다양성을 해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데다 이는 환경관련 각종 법률.상위계획.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와도 정면으로 충돌된다"고 지적했다.
또 "국토부는 충분한 검토와 조사, 합리적인 이익형량(서로 충돌하는 기본권의 법익을 비교하고 판단하여 결정하는 일)을 통해 새만금국제공항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지역균형 발전)이 이 사업(새만금국제공항)으로 인해 침해되는 공익 또는 사익보다 우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나, 이는 새만금국제공항 사업부지의 조류충돌 위험의 근거 없는 축소 평가, 평가된 위험 요소의 입지선정 절차에의 미반영, 또 서천갯벌 및 서식 조류들에 미치게 될 영향의 부실한 검토, 환경 훼손 정도를 저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단정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로 인해 "(국토부는)새만금국제공항을 추진하더라도 항공안전성에 문제가 없고 생태계 등에 별다른 악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일부 악영향이 있더라도 저감방안을 통해 이를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는 잘못된 결론에 이른 뒤 그와 같은 결론을 전제로 이익형량을 수행한 데서 비롯된 것이므로 객관성과 합리성을 결여해 부당하다고 평가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 전반부에서도 "환경부가 지난 2022년 2월에 국토부가 향후 사업부지 인근의 조류(도요새,물떼새 등)를 정밀 조사한 후 이동특성을 누적 분석해 조류충돌 등 영향 최소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조건으로 전략환경영향평가의 협의를 완료"했으나 "2024년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새떼와 충돌한 후 랜딩기어를 내리지 못하고 동체착륙을 시도하다가 콘크리트 둔덕을 들이받는 사고로 탑승자 가운데 179명이 사망한 사건"을 적시하고 있다.
이에 국회가 같은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항공기와 조류의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내용'의 공항시설법을 개정했다는 점을 밝히면서 "국토부는 새만금국제공항 추진 계획을 수립하면서 조류충돌위험을 부실하게 평가했을 뿐 아니라 그 평가 결과를 입지선정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고 새만금국제공항 사업이 서천갯벌 등의 조류 서식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부실하게 조사.평가함으로써 이익형량의 고려 대상에 마따잏 포함시켜야 할 사항을 누락하거나 이익형량의 정당성과 객관성을 갖추지 못했다고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거듭해서 "피고(국토부)는 입지 후보지들의 조류충돌위험을 면밀히 평가한 뒤 이를 고려해 새만금국제공항 입지를 선정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국토부는 새만금국제공항 타당성 평가 단계에서 국제민간항공기구 기준에 정해진 입지평가 항목 가운데 '환경성'과 관련해 생태자연도 1등급 훼손 면적의 정도.상수원보호구역 및 해양환경 훼손 정도.보호종 출현 여부 만을 검토했을 뿐 조류충돌위험은 평가하지 않았고 그 결과 조류충돌위험이 새만금국제공항 입지 선정에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구나 국토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도 별다른 근거 없이 사업부지의 조류충돌위험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했을 뿐더러 입지 대안 비교. 검토 과정에서도 조류충돌 위험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또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서천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유산 보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개발에 대한 관리 등을 권고한 점 등에 비춰보면 새만금국제공항 건설 사업이 사업부지 및 인근 서천갯벌에 서식하는 법정 보호종 조류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그 보호를 위한 실효성있는 방안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 "국토부가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사업이 서천갯벌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한 내용을 살펴 보면 대부분 새만금국제공항을 이용하는 항공기가 서천갯벌을 항로로 이용함으로써 미치는 영향(조류충돌위험 등)을 검토했을 뿐, 사업부지와 서천갯벌의 생태적 연관성으로 인해 공항건설이 서천갯벌의 조류에 미치게 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자세히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두 전문가의 증언도 재판부의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새만금 지역의 조류 조사를 수행해온 조류학자 '나일 무어스'는 "새만금국제공항 건설로인해 사업부지(수라갯벌)가 망가지면 서천갯벌 전체에 악영향을 미쳐 서천갯벌의 황폐화로 연결된다.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사업으로인해 서천갯벌의 생물다양성이 굉장히 크게 줄어들 것이다"라고 했고 새만금 갯벌에 대한 조사연구를 해온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김종성 교수는 "새만금국제공항 건설 사업이 진행된다면 서천갯벌에서 이 사업부지로 이동하는 철새들이 갈 곳이 없어지는 상황이 되고 그렇게 되면 철새들이 서천갯벌을 서식지로 이용하는 확률이 줄어들어 개체군이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증언했다.
이같은 증언을 바탕으로 재판부는 "새만금국제공항을 개발할 경우 이 사업부지와 생태적 연관성을 가진 서천갯벌의 조류(서천갯벌에 서식하는 조류 및 더 나아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에서 서천갯벌을 기착지로 이용하는 조류)에게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이 부분과 관련해서 어떠한 평가나 대책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단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서천갯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도요세.물떼새 이동성 및 멸종위기종 철새의 이동특성을 조사하겠다는 추상적 계획 만을 밝히고 있을 뿐"이라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재판부는 마지막으로 "기업과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되는 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의 성장 격차가 커지고 있고 전북지역은 전국 16개 시도 중 낙후된 편에 속해 지역경제의 활력을 제고할 필요성이 크다"면서 "이에 새만금개발청이 전북권의 경제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새만금 1권역에 공항경제특구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사업이 필수적인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새만금국제공항 건설 사업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지역 균형발전, 전북권 경제활력제고)의 중요성을 고려하더라도 이 사업으로인해 침해될 수 있는 공익(항공운항의 안전성 확보, 사업부지 및 인근 지역의 생태계 보존)을 상쇄할 만큼 중요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더구나 "타당성 평가에서 새만금국제공항의 B/C가 0.479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되는 등 사실상 경제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이 사업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국가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면제받은 채 추진됐다"면서 "이러한 경위를 고려하면 이 사업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지역균형발전)이 새만금국제공항 사업으로 인해 침해될 공익 또는 사익보다 상당한 정도의 우위에 있어야만 그 추진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새만금국제공항은 조류충돌 위험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돼 항공운항의 안전성 자체에 의문이 있다"면서 "추후 환경영향평가,실시계획수립 등의 절차를 거치기는 하나 후속 단계에서 입지 자체를 변경하기 어려울 뿐더러 새만금국제공항 사업부지가 지닌 근본적인 한계로 인해 실효성있는 조류충돌위험 저감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봤다.
결론적으로 재판부는 "새만금국제공항 사업부지 보다 훨씬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됐던 무안국제공항에서조차 조류충돌로 인한 대형 참사가 실제로 발생한 점까지 고려하면 새만금국제공항 사업을 추진할 경우 항공운항의 안전성을 충분히 담보하기 어렵고 무엇보다 소중한 인간의 생명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보일 뿐"이라면서 "새만금국제공항 기본계획은 계획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위법 함으로 취소돼야 한다"며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음으로 모두 인용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한편, 국토부는 판결 내용을 분석해 항소할 계획으로 전해졌으며, 전북도 또한 국토부와 함께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1심 재판부가 항공 안전성과 생태계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한 만큼 조류충돌위험을 감안하지 않고 인근 서천갯벌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소홀하게 대비한 국토부는 항소심에서 조류 충돌의 위험성을 전반적으로 다시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이며, 세계 유산인 서천 갯벌에 미치는 영향과 보존 방안에 대해서도 치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새만금 국제공항의 착공은 그만큼 더 지연될 수 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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