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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법인 권한 vs 대학 자율성”…전주대 글로컬 사태, 정점으로 치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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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법인 권한 vs 대학 자율성”…전주대 글로컬 사태, 정점으로 치닫다

총학생회·교수노조·학장단 잇따라 성명…이사장은 “재정·정체성 우려” 반박

전주대학교 글로컬대학 추진을 둘러싼 갈등이 총장 사퇴 이후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총학생회, 교수노조, 학장단이 연이어 성명을 발표하며 법인 신동아학원을 강하게 규탄했고, 이에 맞서 이사장은 서한문을 통해 “재정 부담과 대학 정체성 훼손 우려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국비 1000억 원을 포함해 총 2000억 원 규모가 걸린 대형 사업이 내부 권한 다툼 속에서 좌초 위기에 놓이면서, 사립대 구조의 근본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전주대학교 전경. ⓒ전주대


총학생회 “법인은 책임 회피, 학생 희생 강요”

총학생회는 8일 발표한 성명에서 “법인은 대학 재정 안정화를 위한 책임을 다하지 않고 권리만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최근 3년간 법인 전입금이 고작 7000만~1억 5000만 원 수준에 그친 반면, 원광대·영남대·계명대 등 지방 거점 사립대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80억 원 이상을 지원해 왔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총학생회는 “법인은 최소한의 의무만 간신히 지키면서 대학 운영의 최대 권리만을 내세우고 있다”고 직격했다.

이들은 또 “법인의 무책임이 결국 학생들의 등록금 인상으로 귀결돼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적 모순”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이번 글로컬대학 본 지정에서 탈락한다면 정부 지원은 끊기고 재정난이 심화되며, 또다시 등록금 인상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총학생회는 법인에 △법인전입금 확대 △책임 있는 해명 △글로컬 탈락 시 보상과 대안 제시를 요구했다.

교수노조 “총장 초빙은 꼭두각시 심기…즉각 철회하라”
교수노조는 10일 성명에서 “법인의 독선과 아집으로 합리적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선언하며, 특히 총장 초빙 공고를 강하게 문제 삼았다. “형식만 ‘공개 채용’일 뿐, 구성원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절차라면 이사장의 꼭두각시를 앉히려는 꼼수”라는 것이다. 노조는 “정말 꼭두각시를 앉힐 생각이 아니라면 먼저 총장 직선제를 제안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법인의 실질적 책무 회피도 지적했다. “그간 이사장이 무슨 기여를 했다고 이렇게 적극적으로 어깃장을 놓는가”라며, 사학연금 법정 분담금(20억 원대)과 학교 후원금 납부, 교원 처우 개선 등을 즉각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교비로 월급 주는 전주대 직원들을 전원 복귀시키라”는 구체적 요구도 덧붙였다. 아울러 항간에 떠도는 ‘하림 지원설’을 거론하며, 단순 유언비어가 아니라면 그 구체적 계획을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전주대 총학생회·교수노조·학장단이 발표한 성명서와 차종순 이사장의 서한문. ⓒ전주대


학장단, “쇠국의 길 선택…이사장 즉각 사퇴”
12일 단과대학 학장 10명도 공동성명을 내고 “이사장은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장단은 “이사장이 내세운 재정 부담론, 스타센터 기부채납 반대, 연합 거버넌스 우려는 설득력이 없다”며 “금광을 두고도 돈주머니만 붙잡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또 “21세기 학생들은 도서관만이 아니라 실험실과 일터, 카페에서도 공부한다”며 미래 세대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합을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감 없는 태도”라며, 오히려 기독교 정체성을 호원대에 확산할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장단은 “1871년 척화비를 세워 쇄국의 길로 들어선 것처럼, 전주대 이사회는 글로컬 거부로 학교의 문을 스스로 걸어 잠갔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차종순 이사장 “재정투자 사업, 정관 개정은 정체성 위협”

차종순 신동아학원 이사장은 11일 서한문을 통해 반박에 나섰다. 그는 글로컬대학을 “현물 2000억 원과 현금 200억 원이 투입되는 재정투자 사업”이라고 규정하며, “단순히 국고를 따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재정 부담을 동반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스타센터 기부채납이 “학생 학습권을 침해하고 2000억 원대 자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북도가 도서관 신축비 30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문서화되지 않아 신뢰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어 대학 기관평가 등 현실적 부담을 거론하며 “대안으로 무상임대를 제시했지만 학교 측이 거부했다”고 밝혔다.

정관 개정안에 대해서도 “연합 거버넌스가 사실상 대학 통합 효과를 내며, 기독교 대학 정체성과 충돌할 수 있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특정 기업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약속받았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며 “전주대 재정 전략은 투명한 법적 절차와 이사회의 숙고를 거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대학 신뢰 추락, 사업 동력 상실
총학생회는 ‘법인전입금 부재’, 교수노조는 ‘총장 임명권 남용’, 학장단은 ‘쇄국적 태도’를 지적했지만, 겨냥한 곳은 같다. 이번 사태는 재정적 책임은 회피하면서도 권한은 움켜쥐려는 법인과, 대학 자율성을 지키려는 구성원 전체의 정면 충돌로 압축된다.


전주대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로 도와 교육부의 신뢰가 무너지는 등, 대학의 대외 신뢰에도 치명상을 입혔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지역대학은 그간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재정 안정성을 유지해 왔고, 올해부터는 전북도의 RISE 사업비도 지원받고 있다”며 “그러나 내부 사단이 이어질 경우 교육부와 전북도의 신뢰가 무너져 대학에 낙인이 찍힐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로 인해 사실상 글로컬대학 추진력은 멈췄고, 지역과 정부의 신뢰도 역시 추락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글로컬대학 3차 본 지정 결과를 9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전주대-호원대 연합은 국비 1000억 원을 포함해 총 20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기대했지만, 갈등이 봉합되지 못하면 지정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사업의 성패를 넘어, 사학법인의 권한이 대학과 지역사회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라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전주대학교 캠퍼스 곳곳에는 글로컬대학 본지정을 염원하는 현수막이 여전히 걸려 있다. ⓒ프레시안(양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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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수

전북취재본부 양승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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