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구청이 오는 25일 개막하는 제29회 울산고래축제를 앞두고 공무원 300명 가량을 내빈 의전에 투입하기로 하면서 지역사회 반발이 커지고 있다. 단순 지원을 넘어 사실상 '1대 1 전담수행'까지 지시하면서 행정공백과 예산낭비가 불가피하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19일 남구청이 각 부서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해외 자매도시 인사 영접 38명, 내빈 1대1 전담 217명, 개막식 안내 39명 등 총 294명이 의전에 배치된다.

대상에는 해외 귀빈뿐 아니라 합창단, 학회, 포럼, 오케스트라 등 일반 단체 인사까지 포함돼 사실상 전 부서 실무 공무원들이 강제로 차출되는 구조다. 전체 공무원 900명 중 3분의 1 가까이가 행사 의전에 묶이면서 정작 민원·행정 업무는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동원은 '보여주기식 행사'에 그치지 않고 예산 낭비로도 이어진다. 의전에 투입된 공무원들이 일상 행정을 비우는 동안 발생하는 업무공백은 결국 민원 지연과 추가 행정비용으로 시민들에게 전가된다.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행사 때마다 대규모 인력을 불필요하게 차출하면 실제로 수억원대 인건비 손실과 행정 지체가 발생한다"며 "조직 효율성은 무너지고 직원 피로만 누적된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방식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남구청은 지난 6월 수국축제에서도 같은 방식의 1대1 의전을 추진했다가 직원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래축제에서 이를 다시 강행하면서 "구청장이 보여주기식 행사를 고집한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주민들 역시 냉소적이다. 장생포의 한 상인은 "시민이 주인이라더니 내빈 접대에만 힘을 쏟고 있다"며 "결국 축제는 시민 축제가 아니라 구청의 치적 과시가 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지방자치 본연의 취지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지역행정학 교수는 "시민 참여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축제의 본래 목적은 사라지고 내빈 중심 행사로 변질됐다"며 "구청장이 책임 있는 자세로 관행을 끊지 않는 한 행정 편의주의와 예산 낭비는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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