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에 대한 폭력과 괴롭힘, 차별과 착취 사건이 지속되는 가운데, 고용 허가제 21주년을 맞아 전국 이주노동자가 모여 정부에 노동권 보장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주노동자들은 2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앞에서 개최한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서 이재명 정부의 이주노동정책의 전면 전환을 요구했다.
제조업에서 일하는 조코(인도네시아) 씨는 "E-9 비자로 한국에 왔지만 매일 모욕과 차별 속에 살아야 했다. 친구는 선장이 여권과 통장을 빼앗고, 월급도 제때 주지 않았으며 폭행까지 일삼았다"며 "그러나 사업장을 옮길 수 없어 끝내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를 노예처럼 만들고 미등록을 양산한다. 브로커에게 수천만 원을 내고 한국에 와도 버려지는 노동자가 너무 많다"며 "정부가 폭력적인 단속추방을 중단하고, 미등록 이주민에게 체류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농업노동자 께 라빈(캄보디아) 씨는 "양평의 농장에서 1년 반 동안 일하며 하루 10시간 이상 월 2일 휴일만 주어진 채로 노동했지만, 임금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고 숙소도 계약과 달리 비닐하우스 창고였다"며 "부당한 노동시간과 숙식비 공제를 항의했더니 오히려 해고를 당했고, 노동청에 신고했지만 9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농촌 현장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이 비닐하우스에 살면서 매일 두 시간씩 무급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다"며 "노동부가 착취를 방치하고 있다. 근로계약 위반과 임금 도둑질을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영어강사 마이크 잭(미국) 씨는 "사교육 분야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도 폭력, 학대, 임금체불, 그리고 차별적인 고용허가제에 갇혀 있다"며 "부산 기장 글로벌빌리지에서 교사와 조합원 4명이 부당하게 해고됐다. 우리는 고용승계를 보장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고, 이는 노동자의 생계와 가족의 삶을 위협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대법원은 이주노동자도 2년 이상 근무하면 한국인과 같이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정부는 고용승계를 법으로 명확히 하고, 이주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권리를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노동자들은 노동권 보장을 위한 대책으로 사업장 변경 자유 보장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민주노총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는 인종차별적인 법제도로 인해 사업장을 그만둘 수 없어 괴롭힘·차별·강제노동 개선을 요구할 수조차 없다"며 "사장들이 보복할 수 있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은 침묵을 강요당하고, 심지어 자살에 내몰리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우 위원장은 "이재명 정부는 강제노동의 고용허가제와 여러 이주노동제도를 폐지하고, 사업장 변경의 자유와 모든 권리가 보장되는 노동허가제를 실시해야 한다"며 "임금체불과 산재 사망이 내국인보다 세 배나 많은 현실을 반드시 바꿔야 한다. 미등록 이주민의 체류권을 보장하고, 차별을 철폐해 평등한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노동청부터 광화문 정부중앙청사까지 행진하며 정부에 정책 개선을 요구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전남 영암 돼지농장 자살 사건, 나주 지게차 학대 사건 등은 차별과 착취를 가능하게 하는 이주노동 제도가 낳은 결과"라며 "제도 개선의 해답은 이미 이주노동자들이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즉시 고용허가제와 강제노동을 철폐하기 위한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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