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이 지난 21일 동대구역에서 열린 국민의힘 규탄 대회에 다녀 와 SNS에 이런 글을 남겼다.
"오늘 동대구역 규탄대회를 다녀왔습니다. 우리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동안 우리나라가 여태까지 쌓아 올린 성과가 다 무너지고 경제, 외교, 안보 실정과 민주당의 검찰 해체, 대법원장 사퇴 요구, 헌법과 법치주의 무시, 우리나라의 근본을 파괴하는 것에 분노했습니다"
기왕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그렇게 말을 꺼냈으니,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의 성과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6시간'의 여파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지난 2월 11일, 동아일보가 보도한 '정치인식 양극화조사' 내용을 보면 "尹 비상계엄은 잘못한 일"이라는 응답이 72.9%, "尹 탄핵에 찬성"이 64.9%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3년 간 국정운영 잘못"이라는 응답은 "76.5%, "계엄 후 덜 지지하게 됐다"는 61.2%로 조사됐다.
전날인 10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EAI의 조사 결과다(한국리서치가 1월 22∼23일 전국 성인 1514명에게 패널 중 무작위추출 방식 웹 조사로 진행했으며 응답률은 27.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2%포인트).
그렇다면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어땠길래 국민의 72.9%는 잘못한 일이라고 생각할까?
'12.3비상계엄' 사태 다음 날, 국내 신문들이 경쟁적으로 전한 '외신보도'를 보면 대략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추악한 사건'이라면서 "윤 대통령의 성급하고 예상치 못한 움직임이 나라를 혼란에 빠트렸고 한국 민주주의의 힘을 시험했다"고 평가했고 미 외교 전문지 디플로맷은 "1987년 군사독재 정권이 막을 내린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한국은 이후로도 계엄령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되풀이됐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뻔뻔스럽고 위헌적일 가능성이 큰 전복 시도를 이겨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 사람이 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시도보다 민주주의의 회복력이 더 강하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한국민주주의에 입힌 상처의 댓가는 너무나도 크다고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 24.12.4)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이번 사태가 한국을 혼란에 빠뜨렸고 윤 대통령의 미래에 의문을 제기했다"며 "윤 대통령의 선택은 한국에서 정상적인 정치활동을 훨씬 뛰어넘어 1960~1970년대에 통치한 군부 독재자 박정희의 전술을 연상시킨다"고 분석하면서 "윤 대통령이 자신의 몰락을 거의 확실하게 만들었다"며 "그가 스스로 사임하지 않으면 국회는 아마도 그를 탄핵할 것이다"라고 관측했고 가디언은 "윤 대통령이 자신의 대중적 인기가 바닥난 가운데 처절한 도박을 했다”며 “여당을 포함한 국회가 만장일치로 그의 선언을 뒤집은 것은 그의 계산이 잘못됐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24.12.4)
경제에 대한 충격은 더욱 심각했다. 3일 밤 10시 20분 윤 대통령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비상계엄을 선언한 뒤 원-달러 환율은 급등세를 보였고 장중 1440원대 초반까지 올랐다. 원-달러 환율이 이 정도로 오른 것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요약하면 6시간 만에 종료된 윤 전 대통령의 12.3비상계엄은 "대통령이 헌법 상 근거 없는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에 큰 타격이었으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본을 흔든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더구나 국제적 신뢰 상실할 한 점이 뼈 아팠는데 해외 언론은 한국을 '민주주의 위기 국가'로 보도했고, 외교 신뢰도가 급락했으며,계엄 발표 직후 증시 급락하고 원화 환율이 요동치는 등 경제적 충격이 심각했다. 이 때문에 "6시간 만에 대한민국이 수년 간 쌓은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평가가 많았다.
윤 전 대통령은 당일에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 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말했지만 결과는 오히려 국가 위기사태를 불러왔던 것이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이 심야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당일에는 위헌,위법한 계엄선포를 막기 위해 여야 대표가 따로 없었다.
당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저희가 반드시 위헌,위법한 계엄선포를 바로 잡겠다.국민의힘이 앞장 서서 문제를 바로 잡겠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안심해 달라"고 여러 번 강조했고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도 "국회로 와 달라.국민 여러분께서 이 나라를 지켜주셔야 한다. 저희도 목숨을 바쳐 이 나라 민주주의 꼭 지키겠다"고 말했었다.
조배숙 의원은 또 SNS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동안 우리나라가 여태까지 쌓아 올린 성과가 다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조 의원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 대통령 취임 100을 맞아 실시한 언론기관의 여론조사를 살펴봤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11일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취임 100일을 맞는 가운데, 국민 절반가량은 지난 100일간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가장 우수한 성적인 'A학점'을 줬다"는 기사를 냈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57.8%는 긍정 평가('매우 잘하고 있다' 44.8%, '대체로 잘하고 있다' 13.0%)를 내렸으며 부정 평가는 37.6%('매우 잘못하고 있다' 28.9%, '대체로 잘못하고 있다' 8.8%)였다고 보도했다.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9%)
'MBC'는 이날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실시한 '국정운영 평가' 여론조사에서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63%로, '잘못하고 있다' 28%를 크게 앞섰다고 보도했다.
'코리아리서치'가 MBC의 의뢰로 지난 9일과 10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매우 잘하고 있다' 34%, '잘하는 편이다' 29% 등 긍정평가가 63%로 집계됐다. 반면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평가는 28%였는데, 부정평가 응답자 중 28%가 '독단적이고 일방적이다', 19%가 '과도한 복지·민생 지원금 때문', 14%는 '특별 사면 조치 부적절'을 이유로 들었다.(조사는 휴대전화 가상 번호를 이용한 전화 면접 조사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4.6%,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조배숙 의원 발언을 완전히 뒷받침하기엔 어렵지만,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는 '성과 없음''체감 못함''부정적 평가'가 꽤 존재한다는 통계적 근거는 있다.
하지만 "여태까지 쌓은 성과가 다 무너졌다"는 극단적 표현은 위 여론 조사의 결과들처럼 긍정 평가가 여전히 다수인 상황에서는 과장일 가능성 높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6시간'은 헌정 질서 자체를 위협한 '돌이킬 수 없는 충격'이었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은 기대에 못 미쳤다는 비판은 가능하지만, 최소한 제도적 틀 속에서 정책과 개혁을 추진 중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100일 동안 나라가 다 무너졌다"는 표현은 과장된 표현이자 정치적 수사로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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