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의 성비위 논란이 확산된 이후 혁신당 전북도당이 아직까지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이 입을 꾹 다물고 있어 "애정을 갖고 도당을 격려하고 지지해 온 전북도민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역민들의 성토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23일 전북사회단체들에 따르면 강미정 대변인이 당내 성비위 논란과 관련해 이달 초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 열고 탈당을 선언한 이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파문 등 최악의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당시 강 전 대변인은 피해자들이 줄줄이 당을 떠나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폭로했으며 심지어 피해자 조력자들까지 '당직자 품위유지 위반'이라는 명목으로 징계받고 사직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해줬다.

조국 전 대표가 광복절 특별사면 이후 인간적인 도리를 한다며 영·호남을 돌면서도 정작 당내 시급한 현안인 성비위 문제를 서둘러 진화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파문은 더욱 확산했다.
조국 비대위원장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부족했던 점에 대해서 피해자분들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조국혁신당을 바라보는 전북의 민심은 여전히 싸늘한 실정이다.
전북은 특히 지난 22대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에 정당지지율 45.5%를 기록하는 등 민주당(37.6%)을 압도하는 강한 지지를 보낸 곳이어서 이번 성비위 논란과 미온적 대응에 대한 "배신감을 넘어 절망감까지 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혁신당에 우호적인 입장이었다는 50대의 K씨는 "전북도민들은 지난 총선의 정당지지율에서 조국혁신당에 무려 44만8000표의 몰표를 주는 등 전례없는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며 "애정이 깊었던 만큼 이번 성비위 논란을 접한 충격과 절망도 깊다"고 토로했다.
그는 "최소한 전북도당은 이번 파문과 관련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말 한마디 없이 넘어간다면 전북도민을 무시하는 처사로 비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당 전북도당은 그동안 전북 민주당의 문제에 대해서는 수시로 문제를 제기하는 입장문을 발표한 바 있어 성비위와 관련한 길고 긴 침묵에 대해 '내로남불'이 아니냐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20대의 한 청년은 "진보정당의 진정한 가치는 도덕성에서 나온다"며 "전국적 논란이 된 문제에 대해 가장 깊은 사랑을 받아온 전북도당이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기성 정당의 독주에 정치적 피로감을 느껴왔다는 그는 차제에 혁신당 지지를 철회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는 전했다.
혁신당 전북도당은 그동안 조금씩 늘었던 당원이 성비위 논란을 계기로 온라인 탈당 등 당을 떠나는 사례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당 전북도당은 당초 24일 오전 10시 30분에 전북자치도의회에서 '비대위 출범 이후 전북도당의 자세와 각오' 관련 기자회견을 계획했으나 이마저도 전날인 23일 돌연 취소해 지역민들의 실망감을 더욱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혁신당 전북도당의 한 관계자는 "당초 계획했던 기자회견과 관련해 내부 논의를 거쳐야 할 여러 내용의 준비가 덜 되어서 회견을 취소하게 된 것"이라며 "성비위와 관련한 사과는 중앙당에서 충분히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중앙당에서 사과를 했지만 충격에 빠져 있는 전북도민을 위해 별도로 도당에서 사과 입장문을 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깊은 사랑을 받은 도당이 진정한 사과 한마디 없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자당 후보에게 표를 달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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