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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은 '에너지 소득'의 땅? "앉아서 현금 받는다고 과연 좋기만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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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전남은 '에너지 소득'의 땅? "앉아서 현금 받는다고 과연 좋기만 한가?"

전남도의회 전국 처음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촉구… "화려한 홍보 뒤 파괴된 전남 땅"

전남도의회는 지난 19일 열린 제393회 본회의에서 ‘공공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법률 제정 촉구 건의안’을 가결했다. 정부에 “재생에너지 사업의 민영화를 억제하고, 에너지 주권과 생태계·공동체의 이익을 보호하는 공영화 체계로의 전환”을 강력히 촉구한 결의안이다. 재적 의원 61명 중 40명이 공동 발의했다.

이들은 정부가 홍보하는 '햇빛·바람연금' 정책에도 "기업 중심 주민참여 이익공유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재생에너지를 통한 소득 증대 기회 지역으로 주목받아 온 전남에서 무슨 일일까. <프레시안>은 24일 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 촉구 건의안을 대표 발의한 박형대 전남도의원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프레시안 : 전남도의원 40명은 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 촉구 건의안을 왜 발의했나?

박형대 :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국가, 공공이 책임져야 한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전남은 특히 풍력, 태양광 단지가 밀집한 지역이다. 그런데 대부분 민간자본 소유다. 현재 해상풍력 발전사업 허가의 90% 이상을 민간이 부여받았고, 이 중 60%가 해외 자본이다. 바람과 햇빛은 모두의 자산이며, 공공적 자원이다. 이런 게 사기업, 해외기업 이윤 추구 수단으로만 전락해도 되나? 그리되면 초래될 결과는 뻔하다. 불합리한 전기요금 상승, 에너지 주권 상실, 지역 사회 소외다.

프레시안 : 정부는 햇빛·바람 연금 등의 정책을 홍보한다. 주민에게 이익이 분배된다고 한다.

박형대 : 겉으로는 그럴싸해 보인다.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업 중심' 이익 배분 사업이다. 거기에 주민참여형이 추가될 뿐이다. 대부분 수익을 민간 자본이 가져가는데, 제한적으로 주민이 참여해 일부 이익을 분배받는다. 예전보다 주민과 소통이 더 늘었고, 과거보다 발전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주민 반발을 쉽게 해결해서 개발을 더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이 더 활용되는 것 같다.

수익은 대부분 도시 사는 사람들에게 흘러가더라. 주민이 수익 일부를 분배 받는다지만, 근본적으로 생각해 보라. 그렇게 돈을 버는 사회가 좋은 사회인가? '앉아서 에너지로 현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 게 과연 좋기만 한가? '농사짓고, 노동해서 소득을 잘 벌 수 있다'로 가야 한다. '농사보다 태양광 하면 돈 벌어요' 하는 정치는 잘못된 정치다. 정부가 철학 없이 흔들리는 것 같다.

프레시안 : 농사와 태양광 사업이 병립하면서 함께 발전하는 게 아닌가?

박형대 :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재생에너지 발전을 하는 건 찬성이다. 농촌에 유휴부지 많다. 농지와 산지, 갯벌, 염전을 먼저 파헤치지 않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아니었다. 민간자본, 개발업자들이 밀고 들어와 강행하면 이뤄졌다. 생계 수단 파괴, 생태계 훼손, 산사태 등의 문제를 각 지역에서 숱하게 봐왔다. 농토엔 임차농이 많다. 농지를 빌려 농사를 짓는데, 이들은 그대로 생존권을 잃었다. '농지를 내주면, 에너지 사업에 참여하면, 얼마씩 준다'며 '이익 공유'한다는데, 누가 막 반대부터 할까. 이런 식으로 개발업자들이 막 들어왔다. 도민들은 그동안 평화롭게 농사짓고 염전을 일궜다. 뒷산도 마을 공동재산이었다. 도의원들은 그런 게 깨지는 사건들을 수 년간 봤다.

▲박형대 전남도의원. ⓒ박형대 의원

"햇빛연금? 기업·자본 이익 더 큰 정책"

프레시안 : 주민참여형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는 곳은 어떤가?

박형대 : 협동조합으로 주민이 참여하긴 하지만, 실제론 기업이 주체인 곳들도 있다. 공익, 책임성, 이런 가치가 중심이 아니라 REC(재생에너지 보조금)로 수익을 내기 위해 만들어진, 어떻게 보면 제대로 되지 않은 협동조합 사례들이 있다. 공동체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협동조합 가입자에게만 이익금을 주니 지역사회가 갈린다. 전남의 바람과 태양은 특정 지역, 특정 자본이 아닌, 도민 모두의 공유자산이다. 공익을 중심에 둔 분배 방식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참여 의원 수가 많고 의회 가결 속도도 매우 빨랐다. 도의회의 합의가 이미 이뤄져 있었나?

박형대 : 도의원들이 민간 자본 중심의 재생에너지 확대의 폐해를 오래 지켜봤기에 합의가 이뤄져 있었다. 전남은 그 폐해 때문에 2021년에 농어촌파괴형 풍력·태양광 반대 전남 연대회의가 만들어졌다. 연대회의는 그 대안으로 '공영화'를 생각했다. 함께 재생에너지 공영화 방식을 고민한 도의회는 '전라남도 재생에너지 사업 공영화 지원 등에 관한 조례'도 2022년 제정했다. 전남도가 도 내 공공기관·공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업을 지원하고, 지역사회·생태계와 공존하는 발전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정한 조례다.

프레시안 : 국가 주도가 아닌 한 예산과 조직이 한정된 지자체로선 한계가 있을 듯하다. 어떤 대안을 주장하고 있나?

박형대 : 전남개발공사가 있지만, 일부 부서가 재생에너지를 담당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공영화 추진에 동력이 약한 편이다. 제주와 비교하면, 제주는 상위법이 있어서 제주에너지공사가 있고 공공이 개발행위를 할 수 있다. 반면 전남은 상위법이 없어 제도적인 한계가 크다. 의회는 이런 제도적 한계를 개선하고, 전남에너지공사를 빨리 만들자고 제안하고 있다.

또 개발을 생태계·공동체 파괴를 최소화하도록, 유휴부지를 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로 올해 11월 28일부턴 공영 주차장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야 한다. 법적 의무다. 이를 공공이 주도하잔 거다. 공공이 직접 투자하고, 도민 펀드나 기금을 조성해 공공지분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자고 제안한다. 풍력에 비해 태양광은 초기 자본이 더 적으니, 전남개발공사 등이 공적인 SPC(특수법인)를 설립해서 시도할 수 있다.

프레시안 : 제주도는 풍력 사업자의 이익 일부를 도가 환수해 기금을 만들고, 전체 도민을 위해 쓰고 있다. '풍력자원 공유화 기금 조례'다. 전남도 고민 중인가?

박형대 : 당연히 고민했고, 도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제주도처럼 상위법이 없어 관련 조례 등을 만들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마침 공공재생에너지연대가 공공재생에너지 기본법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제안했고, 지난 7월 5만 명 청원 동의를 달성해 성사했다. 에너지 공공성을 원칙으로, 현재 민영화 방식을 막고 공공의 에너지 인프라 소유와 운영 방식 등을 규정한 기본법이다. 우리에게도 절박한 법이다. 빨리 통과되길 바란다. 전남도 이 법에 근거해 최소한 2030년까지 지역 내 재생에너지 50% 이상은 공공이 소유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 등을 만들고 싶다.

프레시안 : 이재명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추진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은?

박형대 : 화력발전 등 기존 에너지는 대부분 공기업이 통제하고 있다. 그러나 민영화된 부분이 큰 재생에너지는 앞으로가 정말 걱정된다. 국가가 방치할 게 아니다.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당장 돈 된다고 사기업들이 여기저기 발전소 세우게 하고, 난개발하고, 주민들 갈등이 있으면 돈으로 무마하고, 이렇게 가선 안 된다. 재생에너지의 주체가 누구여야 하고, 어디에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을 갖추지 않고 양적인 문제에 집착해 속도만 내지 않길 바란다. 지역엔 너무 위험한 일이다.

그리고 너무 '돈돈돈' 거리는 측면도 있다. 단순히 이익이 발생하니 주민이 나눠 갖자, 이렇게만 접근하지 말자. 더 좋은 사회를 위해 나아가는, 우리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옳은 방향임에도 문재인 정부가 왜 실패했는지를, 왜 보수언론의 표적이 됐는지를 진지하게 타산지석으로 삼길 바란다.

▲전남 한 농지에 태양광 발전 단지가 들어선 모습.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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