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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요안나 어머니 18일 단식에도 교섭 결렬…"MBC, 사기업보다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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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요안나 어머니 18일 단식에도 교섭 결렬…"MBC, 사기업보다 못해"

MBC, 기상캐스터 정규직화 거부하고 오 씨 노동자성도 인정 안 해

문화방송(MBC)이 고(故) 오요안나 씨 유족의 기상캐스터 정규직화 요구를 거부하며 양측 간 교섭이 결렬됐다. 18일째 단식 중인 고인의 어머니 장연미 씨는 딸의 명예회복과 기상캐스터 정규직화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오 씨 유족과 엔딩크레딧, 직장갑질119 등 시민단체는 25일 서울 마포 상암MBC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 사측이 "기상캐스터 정규직 전환 요구를 철회하지 않으면 사과, 보상 등 어떤 요구에 대해서도 협상할 수 없다"고 해 교섭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MBC 측과 유족은 지난 12일과 전날 두 차례 교섭을 가졌다. 교섭에서 MBC 측은 기상캐스터 정규직화 거부 명분으로 고용 공정성을 내세웠고, 오 씨가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근거로 MBC 노동자였다는 점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척해진 모습으로 발언에 나선 장 씨는 "서 있기도 힘들고 몸 상태가 좋지 않다. 그러나 견디겠다. 이겨내겠다"며 "우리 요안나의 명예를 찾고, 요안나 친구들의 정규직화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MBC의 기상캐스터 정규직화 거부 논리에 대해 "엘리트만 들어가야 되는 곳이 MBC인가. 그럼 절반 가까이 되는 비정규직에게 낮은 임금 주면서 일 시키지 말고 본인들이 다 하시라"며 "양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질타했다.

MBC가 오 씨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서도 그는 "요안나는 MBC의 지휘와 명령에 따라 일했다"며 "방송 비정규직에 대한 대법원 판례보다 훨씬 협소한 판단을 내린 노동부 감독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실제 MBC에서도 계약직 아나운서, 프리랜서 방송작가 등이 법정 다툼 끝에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사례가 있다.

장 씨는 "비정규직을 인격적으로 대해야 한다. 그만한 대우를 해야 한다"며 "저는 이미 목숨을 내놨다. 요안나의 명예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유족 측 교섭위원이었던 김유경 노무사는 교섭에서 "처음부터 MBC가 사용자 책임을 질 마음이 없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더 많은 힘을 모아서 투쟁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김소연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운영위원장은 유족의 단식에도 교섭이 결렬된 데 대해 "공영방송이라는 MBC가 사기업보다도 못한 짓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MBC는 즉각 오 씨의 죽음에 사죄하고 진정성을 갖고 교섭에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참가자들은 이날 회견문에서 "이곳(마포)이 지역구인 민주당 정청래 대표님, 오요안나의 분향소를 방문해 유족을 만나달라. MBC가 비정규직 프리랜서 노동자를 착취하지 않고 정당하게 대우하도록 만들어달라"며 정치권에도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MBC측은 오 씨 노동자성 인정 문제에 대해 "근로자성은 MBC가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공식 조사를 통해 결정되는 것"이라며 노동부 판단을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기상캐스터 정규직화에 대해서는 "정직원 우선 특별채용은 취업준비생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면 소송 등 법적 절차를 통해서라도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을 여러 차례 전달했지만, 다른 제도적 절차를 거부해 협상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오 씨는 2021년 MBC에 입사해 기상캐스터로 일하다 지난해 9월 15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적은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

고용노동부는 이에 대해 직장내괴롭힘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오 씨는 법적 노동자가 아닌 프리랜서 신분이라 관련 법 적용 대상은 아니라는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냈다. MBC도 자체 진상조사를 진행했지만,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점, 2차 가해가 우려된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며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장 씨는 딸의 1주기를 일주일 앞둔 지난 8일 상암MBC 앞에 'MBC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 분향소‘를 차리고 단식을 시작했다. 그의 요구는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고인의 명예회복과 예우 △기상캐스터 정규직화 등 비정규직 고용구조·노동조건 개선 △오요안나 직장내괴롭힘 진상조사 결과 공개 등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같은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www.129.go.kr/etc/madlan)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고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 어머니 장연미 씨(가운데)가 25일 서울 마포 상암MBC 앞에서 열린 '오요안나 죽음 외면 MBC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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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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