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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혁명행진, 일회용 반창고가 아닌 체질 개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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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혁명행진, 일회용 반창고가 아닌 체질 개선으로

[2025교육혁명행진⑤] 함께가면 이루어진다

"구조를 경쟁 방식으로 다 짜놓고, 나는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고2, 18살 아이가 털썩 주저앉으며 작은 한숨과 함께 한 말이었다.

어른들이 다져놓은 기형적인 교육·노동 구조와 그것을 지탱하는 강자 독식 방식과 빈약한 논리마저 통째 해부당한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 더 이상 비상식을 견디라 해서는 안 된다.

대학 진학률 70%가량, 많은 대학 정원이 유학생과 성인 학습자로 채워지는 상황에서, 현 경쟁 체제 유지에 투입되는 모든 사회적 비용과 에너지는 국가적 손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획일적 성공 신화, 미래 세대를 옥죄는 희망 고문

대학서열 체제와 입시경쟁교육은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흔히 아이들에게 '열심히 공부하면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암묵적인 약속을 건네 왔다. 이는 산업화 시대, 혹은 그 이전부터 우리 사회가 다음 세대에 제공하는 '세대 간 계약(Intergenerational Contract)'과 같았다. 이 약속은 점점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이라는 좁고 획일화된 공식에 갇혔고, 급기야 현재에는 희망 고문이 되어 버렸다.

시스템이 만든 경쟁의 덫 속에서 아이들과 양육자는 29조 원에 육박하는 사교육비를 감당하며 좀 더 서열 높은 대학을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사회로 나온 젊은 세대는 여전히 학벌이라는 벽에 부딪히고, 대학 졸업 후에도 학자금 대출과 취업난에 좌절하는 것이 최근 십수 년간의 현실이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사회가 제공해야 할 '다양한 행복과 성장의 길, 그리고 도전의 기회'가 부족했고, 오직 하나의 협소한 길만을 강요하는 시스템의 빈약이다.

"어디에 입학한 것이 그렇게까지 중요한 것이라면 졸업장이 아니라 입학장을 수여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학생의 외침은 한 번의 입시가 평생을 지배하는 편협한 구조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대학에 가지 않는 삶의 노고와 과정을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당당히 행복할 수 있는 세상, 대학에서의 지적 탐구도 더 넓은 세상에서의 열정들도 모두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오랜 다짐을 다시 새기며 실현해 나가야 한다. 시스템의 빈약 또한 사람이 만들어 온 것이기에, 새로운 시스템을 세우는 일이 힘에 겨워도 결국 사람이 해내야 할 일이다.

멈춰 세워야 할 것과 새로 세워야 할 것. 경쟁이 아닌 함께 성장, 답이 아닌 질문으로.

우리는 교육의 본질을 묻는 시대적 기로에 서 있다. '교육혁명행진'이 외치는 목소리는 단순한 제도 개혁을 넘어 사회적 위기에 대한 절박한 경고이자 실천의 걸음이다. 그 핵심에는 아이들의 삶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입시경쟁교육'이라는 낡은 패러다임이 있다. 이 낡은 동력을 멈춰 세우고, 아이들이 진정 행복하게 배우고 성장하며 다양한 삶의 가치가 존중받도록 비전과 시스템을 새로 세워야 한다.

'지식 주입 교육'을 넘어, 또 다른 변형이 아닌 진정한 혁신으로

한국 교육은 오래도록 지식을 '집어넣는 교육'에 갇혀 있다. 각종 시험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객관식 문항, 기계적인 채점, 상대평가는 아이들을 줄 세우고, 소수점까지 점수 차를 나누어 변별력이라 부르며 소모적 경쟁을 치르게 한다. 이러한 방식은 정답 맞히는 기술에 치중하도록 이끌며, 진정한 배움의 즐거움과 지적 탐구의 욕구를 경험하기 어렵게 한다.

이 에너지를 아이들 스스로 사고하고 질문하며 협력하는 힘으로, 창의적·비판적 사고를 키우는 동력으로, 실패를 통해 배우며 도전하는 장으로 ‘꺼내는 교육'으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

서·논술 평가 도입의 본래 취지, 경쟁 완화가 필연적으로 수반되어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교육계 다양한 곳에서 서·논술 평가 도입을 논하고 있다. 서·논술 평가는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 논리적 표현, 더 나아가 깊이 있는 사유 역량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취지일 것이다. 당연히 우리 교육이 가야 할 방향임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살인적인 입시경쟁과 대학서열 체제하에 서·논술 평가만 도입한다면, 또 다른 형태의 혼란을 낳을 것이다. 서·논술 평가는 고액의 논술, 첨삭 사교육 시장을 성장시켜 계층 간 격차를 극단적으로 심화시킬 것이다. 평가 공정성 논란, 학교의 부담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결국 아이들은 비판적 사고 훈련 대신, '정답화'되고 '패턴화'된 서·논술 기법을 암기하는 또 다른 주입식 교육의 변형에 갇히게 된다. 평가는 본질적으로 '학생들의 성장을 돕는 것'이 되어야지, 경쟁적 환경에서 '또 다른 줄 세우기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평가 공정성 확보와 현장 안착을 위해 교사 연수, AI 도입 등을 검토하겠다고는 하나, 전국 단위 수능 등위를 현재처럼 쪼개어서는 서·논술 도입의 본래 목적인 깊이 있는 사고는 이끌어낼 수 없다. 수능이 처음의 취지에서 현재 왜곡된 것처럼 말이다.

수십 년간 응급 처방으로 미봉해왔듯 서·논술 평가라는 반창고를 덮고 상처의 진원지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부터 차근차근 해나가며 탄탄한 기초체력과 건강한 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아울러 국제사회와 유네스코 등에서 교육의 변혁적 패러다임 전환을 제안한 근거와 아이들이 맞이할 사회 변화를 당사자 입장에서 면밀히 살펴 장기 경로를 세워야 한다.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에 성공한 방식으로 21세기 학습자에게 강요할 만큼 우리 사회가 우매하거나 이기적이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

우리가 할 수 있을까?

주 5일 근무도 처음엔 낯설었다. 친환경 무상급식, 고등학교 무상교육 모두가 처음에는 ‘할 수 있을까?' 했다. 함께 꿈꾸고 많은 사람이 걸으면 길이 된다. 우리가 걸어야 비로소 길이 된다는 마음으로, 뚜벅뚜벅 함께 행진하고자 한다.

▲6일 역삼동 강남하이퍼학원 본원에서 열린 '9월 모의평가 분석설명회'에 참가한 학부모들이 입시 전문가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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