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정은 9월 16일 보도자료를 발표하며 제주민간우주산업시대를 열고 이를 양질의 일자리로 증명하겠다 하였다. 또한 제주한화우주센터, 컨텍 지상국, 국가위성운영센터 등을 기반으로, 10월 '제주 우주산업 클러스터 지정 계획 수립 연구 용역'이 마무리되는 대로 우주항공청에 클러스터 지정을 공식 건의할 계획이라 밝혔다. 위성 제조 및 데이터 활용 분야를 특화하고 이미 우주산업 클러스터로 지정된 전남(발사체), 경남(위성체), 대전(연구)과 함께 '대한민국 우주산업의 4대 핵심축'으로 자리잡겠다 하였다.
뿐만 아니라 9월 22일 우주항공청과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orean Positioning System) 개발 사업과 연계한 우주산업 육성 및 협력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하원테크노캠퍼스에는 위성 운영에 필요한 지상시스템이 구축된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국가 전략 인프라 유치로 제주의 우주산업 발전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오영훈 제주도정은 우주항공청과의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KPS 개발 사업 업무협약으로 제주가 우주산업 클러스터로 지정될 가능성아 커졌다고 기대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제주가 우주산업 클러스터로 지정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KPS 개발 사업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주산업 클러스터로 지정되면 기업에 대한 규제 약화와 물과 토양 등 환경 파괴 를 예상할 수 있다. 영천첨단부품소재산업지구 폭발 및 화재 사고로 물의 심각한 독성 오염 가능성이 제기 된 것처럼 제주 지하수의 극심한 파괴를 예상해야 할 것이다. 또한 위성 관제 시스템에 적용할 인공 지능, 이를 위한 데이터 센터들 및 '친환경' 이란 이름 아래 재생산 에너지 확충을 위한 곶자왈 벌목도 증가하지 않을까.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가 소재한 구좌읍 덕천리 곶자왈의 마라도 2배 크기 태양광 에너지 건설 구상은 우연일까. 이런 저런 우려가 마음을 무겁게 한다.
또한 군사적 심화 이슈를 간과하면 안된다. 이 글의 초점이다.

미 우주군을 끌어들일 하원 테크노 캠퍼스
KPS는 2022년 부터 2035년까지 2023년 기준, 총 3조7235억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우주 프로젝트다.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에 초정밀 위치·항법·시각(PNT) 정보를 제공하는 인공위성 8기를 띄운다. 사업이 완료되면 한국은 현재 항법위성을 갖춘 미국, 러시아, EU, 중국, 인도, 일본 등 6곳에 이어 세계 7번째로 자체 위성항법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현재 제주도정이 산업단지 개발을 추진 중인 하원테크노 캠퍼스에는 '위성 운영에 필요한 지상시스템(통합운영센터, 위성관제센터, 안테나국, 감시국)이 구축돼 전체적인 KPS 운영에서 중심적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강조는 필자)
한국의 위성항법시스템은 민,군의 이중 용도로 사용될 것이고 여기에서 미국 운수부와 함께 글로벌 위성항법 시스템 GPS 을 관리하는 미 우주군의 역할을 기억해야 한다. 2023년 3월 20-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외교부는 미국 국무부·상무부·우주군 등과 함께 한 '한-미 우주·위성항법 회의'를 개최하여 KPS와 GPS의 '상호운용성'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하원 테크노 캠퍼스에 KPS 운영 지상 시스템이 들어서면 평택 주한 미우주군이 제주로 발걸음 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 15분 차량 거리에는 미국의 대중국 전초기지 제주해군기지가 있다. 미 우주군에게 동맹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또 하나 필수적인 협력은 기업이다. 하원 테크노 캠퍼스의 주축 기업은 전쟁무기 기업 한화 시스템이 아니던가.
한 가지 덧붙일 것은 하원 테크노 캠퍼스에 들어설 KPS 지상국이 관제할 위성들은 정지궤도(적도 36,000 km 상공)와 경사궤도로 발사된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의 모든 저궤도 (지표면에서200-2000 km) 위성을 통합운영하는 국정원의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과는 분리된 역할을 수행하면서 또한 상호 보완할 것이다. 저궤도는 현재 미중간 패권 경쟁으로 수천개의 군집 위성들이 발사되는 곳으로 미 우주군의 핵심 전장이다. 그러나 사실, 제국주의는 저궤도 뿐만 아니라 모든 궤도를 '전략적'인 곳으로 만들려 할 것이고 중국의 코 앞에 있는 섬, 제주가 그 발판을 기꺼이 내준다면?
제주 우주산업의 시작: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
우주산업은 단순한 민간산업이 아니다. 위성 제작, 발사, 데이터와 관련된 우주 산업은 우주 라는 '고지,' '전장의 영역'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경제적, 군사적 우위를 위해 우주를 '통제' 하고자 하였다. 이는 곧 지구를 '통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은 우주 감시 및 정찰을 바탕으로 가능하며 여기에는 군 정찰 위성 외에도 '민간 위성'이 역할을 한다. 전쟁무기 기업 한화 시스템이 올해 10월 제주 한라산 중산간에 완공하는 한화우주센터가 생산할 위성들은 날씨 관계없이 항시적으로 관측이 가능한 SAR 초소형위성들로 군사적 용도에 쓰일 가능성이 높다. 해군 전투체계를 개발하는 한화 시스템은 그 웹사이트에서 SAR 소형위성들을 "미래 안보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만든다고 말한다.
2023년 한화 시스템이 제주를 우주산업의 전초기지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면, 2021년 제주도정 관계자는 '우주 산업을 이끌어 가보고 싶은 의지'로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 유치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 계획에는 처음부터 국가우주위원회 소속인 국정원과 국방부가 관여했다. 2019년 국가우주위원회는 '차세대 중형위성 2단계 개발사업 계획'에 따라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 설립을 결정 했다.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는 제주 구좌읍 덕천리 국정원 옆 도유지에 은밀하게 공사가 시작되었다. 세계유일 제주고사리삼이 분포하는 곶자왈 땅이다. 도민의 반발에도 불구, 도유지가 매각되고 2022년 12월 센터 운영이 개시돠었다. 2020년 12월, 이미 그 업무 영역을 사이버 공간과 우주 공간까지 확장한 국정원은 현재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의 안보·보안 영역을 담당한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는 한국의 모든 저궤도 위성을 통합, 운영한다. 여기에는 2024년 4월 카이스트가 과기정통부와 국정원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시제기)초소형군집위성 1호 (일명 BTS, Beginning of Swarm) 가 포함되어 있다. 뉴질랜드 마히아 발사장에서 미 로켓랩 기업의 발사체로 발사된 이 군집 위성들은 2025년 8월 자로 국내외 지역을 1,700여 회 촬영하여 고화질 영상들을 생산했다. 참조로 로켓랩은 이스라엘 국방부와 연계된 블랙스카이 테크놀로지, 카펠라 스페이스, 호크아이 360 기업들과 위성발사 계약을 맺은 바 있고 따라서 마히아 발사장에서 발사되는 위성들이 이스라엘 점령국의 가자 학살에 이용되고 있음이 폭로된 바 있다.
저궤도의 위성들과 한화 시스템
차세대 중형위성, 소형 위성, 정찰 위성은 모두 '저궤도'로 발사된다. 현재 2기까지 발사된 차세대 중형위성(500Kg)은 올해 11월, 3기 발사를 앞두고 있으며 저궤도이자 태양동기궤도로 발사된다. 저궤도와 태양동기궤도는 군사적 목적을 위해 활용되는 궤도이다. 정찰 위성은 선제 타격을 핵심으로 하는 킬 체인의 '눈'으로 1기는 800kg~1톤의 중대형 무게를 갖는다. 정찰 위성 5개를쏘아 올리는 사업은 일명 425 사업이라 불리는데 2023년 12월 1일 미 밴던버그 우주군 기지 첫 발사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4기가 발사되었고 올해 안으로 마지막 5기 발사와 함께 전력화를 도모하고 있다. 소형 정찰위성(500kg 미만)과 초소형 위성(100kg 미만)은 군 정찰위성이 메울 수 없는 감시 공백을 보완하게 될 것으로 군은 소형 정찰 위성을 2026년-2028년 까지 10기, 초소형 위성은 2028년-2030년 까지 40여기를 모두 독자 개발한 고체 연료 우주 발사체로 발사할 계획이다.
주목할 것은 이 위성들의 개발에 모두 한화 시스템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화 시스템 사이트에 따르면 한화 시스템은 "위성용 전자광학(EO) 및 적외선(IR) 센서와 고성능 영상레이다(SAR) 탑재체의 동시 공급이 가능한 국내 유일 업체" 이다. 또한 "한반도 지역 및 주변국을 준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중∙대형위성 탑재용 전자광학탑재체와 SAR 탑재체를 공급하고, 군위성 통신망 내에 망제어기 및 다양한 단말을 공급하여 육·해·공군의 합동 작전 효과를 극대화" 시킨다.
한화 시스템은 어떤 기업인가. 2021년 이스라엘의 무기 기업들인 엘타 시스템(Elta Systems), 그리고 엘빗 시스템(Elbit Systems)과 양해각서를 체결한 한화는 2024년 7월 19일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영토 점령을 '불법 행위'로 규정한 이후에도 계속 이스라엘과의 협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또한 올해 6월 이스라엘 침공으로 인한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시 18% 이상의 주가 상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주의 관공서들과 교육계가 이렇듯 전쟁과 학살에 연루된 기업을 책임 추궁하기는 커녕 적극적으로 제주 사회에 끌어들이는 것에 우려와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제주 교육청은 한화 시스템의 임원을 올해 3월 한림공고의 교장으로 임명했다. 한림 공고는 2024년 교육부로부터 항공우주 분야 기술인재 육성을 위한 '협약형 특성화고'로 지정되었는데 이는 제주도와 도교육청, 도의회, 제주대학교, 제주테크노파크, 한화시스템 등이 협력한 결과이다. 한화 시스템은 2022년에는 제주대학교와 산학협력 일환으로 '우주·UAM 분야 공동 연구개발 협력 및 제주지역 전문인재 양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한화와 업무 협약을 맺은 기업들의 군과의 연결
2020년 6월 구좌읍 용암해수단지에 이어 현재 제주 서쪽 한림읍 상대리에 아시아 스페이스 파크 Asia Space Park라는 이름의 우주센터를 짓고 있는 컨텍은 2024년 3월 한화 시스템과 "전략적 협업체제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이 업무협약은 '저궤도 위성 운용을 위한 국내외 지상국 활용,' '관련 기술 지원 및 협력,' '위성 영상 데이터 공급 및 판매 지원, 해외 우주 사업 공동 협력' 을 포함한다.
아시아 스페이스 파크는 2024년 1월 제주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되었고 총 12기의 저궤도 위성용 안테나가 설치되어 국내 최대의 민간 우주지상국 단지가 될 것이다. 주목할 것은 이 12기중 컨텍 자체의 것은 2기이며 10기는 KSAT(노르웨이), RBC(미국) 등 해외 우주기업에서 요청했다는 것이다. KSAT(노르웨이)는 미 우주군과 북극 위성 광대역(broadband) 미션에 함께 하는 기업이며 RBC 역시 고객에 미군을 포함한 미 정부를 포함하고 있다. 북극은 우주 안보 관련, 전략적 지역으로 그린란드에 피투 픽 미 우주 기지가 있다.
북극에 관심있는 또 하나의 기업이 있다. 2021년 부터 제주 서쪽 한경면 용수리에서 로켓 시험 발사를 했던 페리지 에어로스페이스이다. 소형 우주 발사체 개발 기업 페리지 에어로스페이스는 스웨덴 우주 공사와 2024년 발사 파트너쉽 협약을 맺고 북극 근처 스웨덴 북부 키루나에 위치한 에스레인지 우주센터 발사를 승인 받았다. 에스레인지 발사장은 2024년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한 이후 나토의 중요한 허브가 되고 있다.
페리지 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 시스템과 함께 제주도정이 추진하는 하원 테크노 캠퍼스 사업의 주축으로 계획, 고려되는 기업이다. 페리지 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0월, 해상 발사 실험 중 로켓 발사체에 화제를 냈으며 해상에 좌초된 발사대를 6개월 방치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 올해 3월 한화 에어로스페이스와 우주수송기술 확보를 위해 '전략적 파트너쉽'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다.
다시 한화로 돌아와보자. 한화가 제주에 미치는 영향은 한화우주센터가 주축이 될 하원 테크노 캠퍼스, 역시 지하수특별관리구역에 계획되어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키는 애월 포레스트 관광단지에 그치지 않는다. 제주도정이 후원한 9월 우주항공 컨페스타에서 국내 최대규모인 1550대 드론쇼를 선보인 파블로 항공은 군집 드론 체계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2021년 한화 시스템과 업무 협력을 맺은 바 있다. 또한 이 컨페스타 개막식에서 제주도정은 도심항공교통 사업을 위해 세계 최대 수직이착륙장(버티포트) 개발사인 영국 스카이포츠(Skyports)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 이 스카이포츠 역시 한화 시스템과 2021년 업무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한화 시스템과 함께 콘페스타에서 기조 연설한 조비 에비에이션은 L3 해리스와 협력을 맺고 전쟁용 수직이착륙 항공기를 개발한다.
우주 산업은 전쟁 무기 산업 및 군사 활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국은 미국의 패권과 일본의 재무장화를 위한 한미일 동맹에 종속되어 있는 나라이다. 한국의 우주산업과 AI 개발이 한미일 동맹 강화의 발판이 될 이유이다. 9월 8일 한일 방위상 회담에서 한국과 일본 정부가 AI, 무인 체계, 우주 등에서 협력 가능성을 모색해 나가기로 한 것이 그 단적인 예를 보인다. 이재명 정부의 'AI 3 대 강국, 방산 4대 강국,' 그리고 오영훈 제주도정의 '제주민간우주산업 시대' 표명은 각각 한반도와 제주를 위험한 군사화와 비도덕의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
가자 즉각 휴전 촉구 결의안에 유일하게 거부권을 행사하는 미국의 충실한 동맹국인 한국은 일본, 독일 등과 더불어 팔레스타인 국가를 아직 승인하지 않는 나라의 하나이다. 전 세계 193 개국 중 150여개국이 팔레스타인 국가를 승인하는 와중에도.
한편, 이탈리아 극우 정부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승인하지 않았지만 이탈리아 노동자들은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에 반대하여 총 파업을 일으켰고 여기에 이탈리아의 많은 관공서, 기업, 교육기관들이 참여했다. 마치 1947년 3월 제주 관공서들과 도민이 하나되어 미군정에 반대하는 민관총파업을 일으켰을 때 처럼,
우리도 그럴 수 없을 것인가. 제주의 관공서와 도민들 모두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에 연루한 전쟁무기 기업 한화 시스템을 쫓아낼 수는 없는 것인가. 미 우주군이 관여할 우주 산업 클러스터 계획을 철회시킬 수 없는 것인가.

최성희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평화활동가이자 우주군사화와로켓발사를반대하는사람들 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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