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 비상계엄, 그리고 대통령 탄핵으로 초래된 조기 대선으로 이렇다 할 준비없이 출범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다고 주어진 업무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발했지만 추경 편성, 민생회복지원금, 미국과 관세 협상, 정부조직 개편 등 굵직한 사안들을 처리했다.
지금까지의 평가는 대체로 무난하다. 지난 9월 19일 한국갤럽에서 발표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60%였다. 이는 대선 때보다도 높은 지지율이고 비슷한 시기 역대 대통령의 지지율 중에는 세 번째로 높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재명 대통령의 "퇴임하는 마지막 그 순간 국민의 평가, 즉 마지막의 지지율이 제일 중요하다"는 말처럼 아직 임기는 4년하고도 8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그동안은 12·3 비상계엄으로 제기능을 못했던 국가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시간이었다고 한다면 남은 기간은 국민이 체감할 만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에서 <프레시안>은 창간기념으로 이재명 정부가 어디에 주목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그리고 좀더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지점은 무엇인지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노동, AI, 재생에너지, 여성, 저출산, 부동산 등 6개 분야에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부동산 정책은 정권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시하는 집권 마지막 지지율에도 부동산 성과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집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삶의 기반이기에 가격을 안정시켜 서민의 주거 안정을 이루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다.
이재명 정부의 초기 부동산 대응은 기민했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최대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한 6.27 대책 이후 집값 상승세가 주춤했다. 그러나 향후 5년 수도권 135만 호 주택공급이 골자인 주택공급 확대방안은 가격 안정 면에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더 취해야 할 조치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법을 듣기 위해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을 만나 그간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와 향후 과제를 물었다.
남 소장은 6.27 대책을 이전 정부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긍정적 조치로 평가했다. 주택공급 확대방안 중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민간에 택지를 매각하지 않고 직접 주택을 짓기로 한 부분을 높이 샀다. 다만 민간 건설사 지원책을 놓지 못한 데에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과제에 대해 그는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한 금융·세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에 과도한 자금이 흘러들지 않도록 금융 규제를 강화하고, 토지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높여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음은 지난 11일 서울 중구 토지+자유연구소에서 한 남 소장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인터뷰 직후 부동산 가격 상승 경고등이 켜지기 시작했다.
프레시안 :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집값 동향을 어떻게 보고 있나?
남기업 : 6.27 대책이 정부 첫 부동산 대책이었는데 그 뒤 상승폭이 축소됐다. 소폭의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지만,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더 하락할 수도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왜인가?
남기업 : 한국도시연구소가 지난달에 <서울 아파트가 실거래가 분석> 보고서를 냈다. 올해 상반기에 수도권 집값이 굉장히 많이 올랐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신고가 찍은 거래 중 3분의 1이 거래가 취소되었다. 특히 서초는 3분의 2, 강남은 절반 정도가 그랬다. 취소된 최고가 거래가 정부 통계 발표에 반영됐다는 뜻이다. 이에 비춰보면, 6.27 대책 이후 거래 통계 중 상승 거래 비중은 줄어들 수도 있다.
금융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집값이 오르는 게 이상하기도 했다. '2023~2024년 윤석열 정부가 100조 원이 넘는 정책대출로 집값을 떠받쳤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재명 정부가 이걸 25%는 줄이겠다고 했다. 은행권 가계대출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금융공급이 줄면 집값도 오르기 어렵다.
프레시안 : 상반기 집값 상승 통계 자체가 과대평가됐을 수 있다는 말이다.
남기업 : 정부도 이미 하겠다고 했지만, 부동산 거래 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상승장 분위기를 만들려고 허위거래를 신고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 이것은 시장교란 행위다. 주식보다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나아가서 신고가는 내부적으로만 갖고 있고, 실제로 등기가 완료된 경우를 기준으로 집값 통계를 발표할 필요도 있다. 그래야 시장 질서가 바로잡히고, 허위거래도 줄어든다. 한국부동산원이 일주일마다 중계하듯 집값 동향을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 세계에 이렇게 하는 나라가 없을 것이다.
프레시안 : 진보정부가 집권하면 집값이 오른다는 속설도 상반기 집값 상승에 영향을 줬던 것 같다.
남기업 : 진보정부 혹은 민주정부 때 집값이 오른 데는 불가항력적인 면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 때도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바닥이었다. 1년 넘게 0.5%에 머물기도 했다. 다만 명확한 정책 방향을 세우고 이를 치밀하면서 유연하게 추진하지 못한 것은 큰 문제였다.
6.27 대책으로 금융을 조이니 집값 상승세가 둔화됐다. 금융위위원회 공무원들이 낸 대책이라는데, 그 사람들은 문재인 정부 때도, 윤석열 정부 때도 금융위에 있었다. 똑같은 사람들이 이번 정부에서 좋은 정책을 낼 수 있었던 건 대통령실이 명확하게 방향을 잡아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부동산 불평등 나아지지 않고 있어…6.27 대책, 잘 했다"
프레시안 : 저서인 <불로소득 환수형 부동산체제론>에서 2019년까지 통계를 분석한 결과 부동산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후로도 그 추세가 유지되고 있나?
남기업 : 따로 통계를 만들지는 않았지만, 그럴 거다. 노동소득은 정체됐는데 자산가격은 오르고 있다. 특히 2023~2024년에 신생아 특례 대출, 청년·신혼부부 50년 만기 대출 등 부동산 정책대출이 쏟아져나왔다. 이러면 부동산을 가진 사람과 갖지 못한 사람 간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불평등이 전보다 나빠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2019년 수준은 계속 유지되고 있을 거다. 자산가격이 떨어져야 그로 인한 불평등이 줄어들 텐데 그렇지는 않았다.
프레시안 : 그런 상황에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의 최대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6.27 대책이 나왔다. 이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가진 사람들도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평가하나?
남기업 : 금융정책은 유연하게 쓸 수 있다고 본다. 시장 상황에 따라 조일 수도 풀 수도 있다. 부동산이 급락하면 또 안 되니까.
다만 원칙적으로 금융공급 정책은 생산적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짜야 한다, 비생산적 경제활동에는 금융을 덜 공급해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기관이 부동산 소유권 이전이라는 비생산적 경제활동에 너무 많은 자금을 공급했다. 주어진 조건 하에서 부동산으로 돈을 많이 벌려고 하는 사람을 마냥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런 욕망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이를 적절하게 제어하려면, 정책으로 사람들이 처한 조건을 바꿔야 한다.
그런 면에서 6.27 대책에 담긴 조치들이 당분간 필요하다고 본다. 나는 오히려 대출 한도를 5억 원으로 낮춰도 된다고 생각한다. 정책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총량을 절반 이하로 줄이고, 2주택자 이상에게 주택 구입용 대출을 안 해주는 것도 동의한다. 1주택자의 갭투기를 막기 위해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을 금지한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주택공급 확대방안, LH 직접 시공 바람직하지만 민간 건설사 지원은 의문"
프레시안 : 지난 7일에는 이재명 정부 두번째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공급 확대방안이 나왔다. 공공택지 개발, 도심 노후시설·유휴부지 활용, 민간 공급여건 개선 등 수단을 총동원해 수도권에 5년 간 135만 호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평가하나?
남기업 : 열심히 준비한 것 같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인허가가 아니라 착공 기준으로 주택공급을 관리하는 것에서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것 같고, LH가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주택을 직접 공급하는 것도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또 지금은 주택가격이 주춤하고 있어 민간 건설사가 주택공급에 나서기 어려울 거라 공공이 주도적 역할을 할 적기다.
다만 중간중간에 민간 건설사를 돕기 위한 대책이 빼곡하게 들어있는 점은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민간 건설사가 LH에서 구입한 택지에 주택을 조기 착공하면 매입 확약을 해주겠다고 했다. 시장경제에서 이런 법이 어디 있나. 그러지 말고 건설사가 주택은 안 지으면서 갖고 있는 택지를 회수해서 LH가 직접 주택을 지으면 된다.
프레시안 : 건설사가 LH에서 확보한 택지를 다시 팔려고 할까?
남기업 : 회사 입장에서는 택지를 계속 들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건설사가 택지를 분양받으면 분양 비용을 한 번에 내지 않는다. 나눠서 낸다. 그 돈을 보통 은행에서 빌린다. 그러면 이자비용이 발생하면서 갈수록 사업성이 떨어진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공공기관이 미분양 주택을 싸게 사는 것처럼 건설사가 들고 있는 토지도 저렴하게 회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정부가 민간 건설사 지원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남기업 : 성장률에 집착하면서 건설 경기를 부양하려다 보니 이런 대책이 나오는 것 같다. 실제로 올해 1, 2분기에 건설업이 마이너스 성장했다. 3분기에도 6.27 대책의 영향으로 건설 경기 회복이 쉽지 않다고 봤을 거다.
이럴 때 부동산 PF 부실을 털어내고, 건설업 구조조정을 하면 좋겠는데, 이번에 발표된 대책을 보면 그러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고 생각하 것 같다. 왜 그러는지 이해는 간다. 건설업이 파급효과가 커서 갑자기 건설경기가 죽으면 경제가 전체적으로 가라앉을 수 있다.
갑작스러운 전환은 어렵다고 해도 정부가 건설업 연착륙 계획을 세우고 그렇게 하겠다는 신호를 자꾸 줘야 시장 참여자들도 적응한다. 한국의 GDP 대비 건설 투자가 OECD 국가 평균의 1.5배 정도 된다. 이걸 낮춰야 AI 투자를 늘리든, 산업구조를 재편하든 할 수 있다.
프레시안 :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담긴 투기수요 억제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남기업 : 하락 요인이지만 강력해 보이지는 않는다. 지방자치단체장이 갖고 있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권을 국토교통부 장관에게도 부여하기로 한 건 잘했다. 그래야 정부가 부동산 과열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용산과 강남 3구 등 규제지역 LTV 상한을 50%에서 40%로 줄인 게 있는데 이것도 뭐 대단한 대책은 아니다. 지금 토허구역으로 지정된 용산 같은 곳에 15억 원 이상 주택이 많다. 40%면 딱 6억 원이니까 6.27 대책 대출 규제로도 커버가 된다. 9억~10억 원 하는 주택에는 LTV 40% 적용 영향이 있을 거다.
"전월세 전환 필요…주거비 부담은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로 풀어야"
프레시안 : 정부가 더 쓸 수 있는 수요 억제책이 있을까?
남기업 : 전세대출 총액을 줄이고 보증한도도 낮춰야 한다. 전세 보증금을 임대인 DSR(소득 기반 대출 규제)를 적용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 같다. 금융위원회 같은 곳에서 더 강력한 금융 규제 방안을 낼 거라고 본다.
다만 전세대출을 줄이면, 서민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정부가 계속 양해를 구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2010년 이후 전세대출이 계속 늘어 갭투기가 일어났고, 전세사기 사건도 일어났다. 전세대출을 무작정 늘리면 이런 문제가 계속 생길 거다.
프레시안 : 특히 대규모 전세사기 사태가 일어난 뒤에 전월세 전환 문제가 주목받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남기업 : 전세는 선이고 월세는 악이라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안전이라는 면에서 보면 월세가 훨씬 낫다. 그간 전세가 서민들의 주거 계단 역할을 한 면이 있지만, 앞으로는 줄 거라고 보고 줄어야 한다. 결국 전세는 집값이 올라야 유지되는 제도다. 집값이 오르기 쉽지 않고, 오르면 나라 전체가 더 위험해질 것이다.
월세 전환으로 주거비 부담이 높아진다고 하면,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 꼭 저소득층에만 공급할 게 아니다. 소득 5분위 정도 서민을 상대로 시장 임대료보다는 저렴하지만 사업자가 적자는 안 볼 정도의 월세를 받는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민간임대시장에만 의존하면 주거 안정을 이루기 어렵다.
프레시안 : 넓게 보면, 정부가 부동산에 몰린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돌리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남기업 : 나는 주식 전문가는 아니지만, 주식 저평가 요인을 바로잡겠다는 건 바람직하다고 본다. 배당률이 낮으니까 높인다거나, 기업의 지배구조와 투명성 문제를 개선한다거나, 남북관계를 개선해 안보 불안을 줄인다거나 하는 일은 해야 한다.
다만 주식으로 인한 양도차익도 생산적 활동에 대한 대가라기보다는 불로소득에 가깝다. 주식 소유 집중도도 높다. 코스피 5000이라는 숫자에 집착하면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물린다'는 조세원칙까지 허무는 일은 안 했으면 좋겠다.

"보유세 올리고 기본소득 연계방안 검토해야"
프레시안 :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나?
남기업 : 부동산 가격은 결국 수요로 움직인다. 문재인 정부 때 집값이 많이 올랐는데, 사실 주택 공급은 전임 정부보다 많이 했다. 수요는 결국 금융과 세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금융 정책은 쓰고 있기도 하고 준비도 하고 있는 것 같으니, 남은 건 세제다.
국토균형발정을 통해 지방으로 인구가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거시적으로는 수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부분도 효과적인 대책을 추진했으면 좋겠다.
프레시안 : 세제 정책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남기업 : 일단 보유세를 정상화해야 한다.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이 0.2% 수준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이나 주요국에 비해 낮다. 보유세가 높아야 금융 공급이 늘 때도 가격 급등을 막을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은 주나 카운티마다 보유세가 다른데, 실효세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부동산 가격 변동성이 낮다.
양도소득세도 손을 봐야 한다. 1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혜택은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 한국의 부동산 문제가 결국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 문제고, 이쪽에 수요가 몰리는 이유 중 하나가 '똘똘한 집 한 채' 현상 때문이다. 그 배경에 1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세제 혜택이 있다.
지금 12억 원 이하 주택을 2년 이상 거주·보유하면 양도세를 안 낸다. 12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도 거주·보유 기간이 10년 넘으면 80% 세액공제를 해준다. 2000년대 초에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17억 원에 사서 100억 원 넘는 시세차익을 챙겼는데 세금은 7억 원 낸 사례도 있었다. 이러니까 지방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도 서울이나 수도권에 집을 사려고 하면서 수요가 몰리는 것이다.
프레시안 : 증세는 늘 쉽지 않은 과제다.
남기업 : 지금 불평등은 상당 부분 자산 격차에서 온다. 노동소득에서도 불평등이 생기지만, 이게 금융을 지렛대로 삼아 자산으로 옮겨가면서 불평등이 더 커진다. 그래서 OECD나 IMF도 자산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한다.
특히 보유세 강화가 가장 어려운 관문이 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기본소득과 연계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특히 토지에 부과하는 보유세를 재원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95% 정도가 순수혜를 본다. 이러면 광범위한 지지를 끌어낼 수 있다.
이 방안은 정의의 원리에도 맞다. 땅의 가치는 사회정책이나 인구 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땅 주인이 만든 가치가 아니다. 그러므로 단순히 땅을 소유했다는 이유로 그 이익을 전부 가져가는 건 정의롭지 않다. 가능한 사회 전체가 공평하게 누려야 한다.
"부동산 가격 떨어져야 청년·서민에게 희망 생긴다"
프레시안 : 한국의 부동산 문제는 결국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 문제라고 했다. 이 때문에 오세훈 서울시장의 부동산 정책도 중요해 보인다. 민간 재개발 기간을 단축한 신속통합기획과 소규모 주택을 모아 대단지로 바꾸는 모아주택 등이 떠오르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남기업 : 앞서도 말했지만,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공급보다는 수요다. 신통기획이나 모아타운이나 공급대책이라 부동산 가격 안정에 영향을 크게 주지는 않을 것이다. 재선을 염두에 두고 기획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업구역으로 선정되거나 선정될 가능성이 있는 시민들은 오 시장 재선에 이해관계를 갖게 된다.
특히 모아주택은 사실상 저층 주거지를 밀고 아파트를 세우겠다는 건데, 저층 주거지는 그 나름의 역할이 있다. 소득 5분위 이하 서민들이 주로 저층 주거지에 산다. 그걸 없애고 아파트를 지으면, 집주인은 이득을 볼지 모르지만 서민들의 주거 안정은 위협받고 세입자 주거비는 오를 수밖에 없다.
저층 주거지가 서민의 주거 계단이 될 수 있는데, 그걸 걷어차겠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정주권을 위협하는 데다 없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나쁜 방식이다.
프레시안 : 끝으로 부동산 정책과 관련 이재명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니?
남기업 : 부동산 가격이 떨어져야 불평등을 완화하고 주거 안정을 이룰 수 있다. 그래야 청년과 서민들에게도 희망이 생긴다. 이쪽으로 명확한 정책 방향을 세우고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사람들을 설득하는 정치를 했으면 한다. 이재명 정부가 정말 용기를 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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