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특검(민중기 특별검사)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측근들이 연관된 비자금 사건 수사를 본격화했다.
특검팀은 29일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부인 신모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다. 특검은 신 씨 일가가 운영하는 자생한방병원 계열사 등을 통해 신 씨가 비자금을 빼돌렸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비서관은 검사 시절부터 윤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윤석열 사단 막내'로 불렸다. 그의 부인인 신모 씨는 자생한방병원 차녀로, 둘은 윤 전 대통령이 직접 중매해 결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 씨는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첫 해외 순방 때인 2022년 6월 아무런 공식 직함 없이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1호기에 탑승, 동행해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신 씨는 자신의 부친이 설립한 자생한방병원의 계열사 자생바이오 등을 운영하며 90억 원 안팎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자생바이오는 2020년부터 다른 가족 회사를 통해 약 90억 원을 대여받은 후 2023년 이를 청산했지만 돈의 행방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관련해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자생바이오가 비자금을 만들기 위한 유령회사라고 추정한다. 2년 새 90억이 사라져 버렸다. 용처가 매우 궁금하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특히 특검팀은 90억 원 가운에 60억 원이 지난 2022년 대선 기간에 집중 대여된 것에 주목하고 있다.
비자금 중 일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전 코바나 대표 측에 '대선 자금' 등의 명목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특검팀은 이같은 비자금 조성 및 흐름을 집중 조사하면서, 22대 총선 당시 신 씨의 남편인 이원모 전 비서관이 경기도 용인갑에 국민의힘 후보로 전략공천된 배경도 살펴보고 있다.
이 전 비서관은 지난해 총선 당시 정치경력이 전혀 없는데도 국민의힘 예비후보 5명을 제치고 공천장을 거머쥐어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당초 윤 전 대통령의 측근이자, 실세로 주목받아 강남을 지역 출마를 준비하던 이 전 비서관은 '양지 출마' 논란이 일자 용인갑으로 갑자기 지역구를 바꿨었다.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 <서울의소리> 기자와 나눈 통화 내용이 공개됐을 때도, 녹취록에 이 전 비서관의 이름이 언급된 바 있다. 용인갑 공천에 도전했던 김 전 행정관은 당시 "이철규(국민의힘 의원)가 용산 여사(김건희)를 대변해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일을 하고 있다"며 "여사한테 이원모 (전 비서관) 하나 어떻게 국회의원 배지 달게 해주려고 저 XX을 떨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 2022년 3월부터 약 2개월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생한방병원 소유 빌딩에 사무실을 얻은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관련해 자생한방병원 측은 입장문을 내고 비자금 조성 의혹, 대통령직 인수위 사무실 제공 및 특혜 의혹 등에 대해 모두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병원 측은 "자생한방병원을 비롯한 관계사는 건강기능식품 및 관련 제품들에 대한 연구, 제품 개발 및 상품 홍보를 위한 마케팅 비용을 정상적으로 집행했다"며 "이에 대한 증빙자료도 모두 구비돼 있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