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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대화 탐색 본격 시작하나…7년 만에 미국에 고위급 인사 보낸 북한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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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대화 탐색 본격 시작하나…7년 만에 미국에 고위급 인사 보낸 북한 속내는

김선경 외무성 부상 "비핵화 없다"고 재차 선 그었지만…"우리나라 존중하는 나라들과 교류 협력 발전시킬 것"

7년 만에 유엔총회에 고위급 인사를 파견한 북한과 미국 간 대화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대표는 핵을 절대로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며 비핵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29일(현지시간) 김선경 북한 외무성 부상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가진 약 15분 정도 분량의 연설을 통해 "조선반도(한반도)의 현 객관적인 안보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여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부상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을 정조준한 미한, 미일 군사동맹과 미일한 삼각 군사 공조 체계가 핵 요소가 포함된 보다 공격적이고 침략적인 군사 블럭으로 급속히 진화"하고 있다면서 "세계 그 어디를 둘러보아도 조선반도와 같이 하나의 주권 국가를 목표로 세계 최대의 핵 보유국과 동맹 세력들이 방대한 다국적 연합 무력과 첨단 전략 자산들을 동원하여 연중 내내 쌍무적, 다목적 전쟁 연습들을 벌리고, 핵 사용을 가상한 실동훈련까지 버젓이 감행하는 것은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가해지고 있는 엄청난 군사적 위협과 조성된 험악한 안보 환경 속에서도 조선반도에서는 전쟁의 포성이 울리지 않고"있다면서 그 이유가 "미국과 동맹국들이 가중되는 침략 위협에 정비례하게 우리 국가의 물리적 전쟁 억제력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부상은 한반도에서 힘의 균형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전쟁이 발발하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에게 비핵화를 하라는 것은 곧 주권을 포기하고 생존권을 포기하며 헌법을 어기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우리는 절대로 주권 포기, 생존권 포기, 위헌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1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에서 핵무력 정책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는 점을 언급하며 "우리 국무위원장 동지 시정 방침은 우리 국법이며 우리는 국법을 철저히 수호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 국법이고 국책이며 주권이고 생존권인 핵을 절대로 내려놓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경우에도 이 입장을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에 대해 명확히 거부 의사를 밝힌 셈인데, 이는 김 위원장의 당시 연설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절대로 핵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며 "제재 풀기에 집착하여 적수국들과 그 무엇을 맞바꾸는 것과 같은 협상 따위는 없을 것이며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이 연설에서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해 비핵화를 제외한다면 대화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 메시지가 발신된 이후 북한은 7년 만에 유엔총회에 고위급 인사를 파견했다. 북한은 지난 2019년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때부터 지난해까지 유엔 주재 대사를 총회에 참석시켰으나 이번에는 김선경 외무성 부상을 보냈는데, 이를 두고 북미 간 접촉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29일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한 조현 외교부 장관은 북한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어떻게 보면 국제사회와 대화를 하겠다 그런 것으로 읽힌다"며 "그동안 이재명 정부가 보낸 메시지, 즉 우리는 남북 간에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해서 궁극적으로는 평화를 정착해 나가야 되겠다는 것에 대한 화답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무엇인가 포착되는 것이 있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작지만 그런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고 답해 북한이 대화 및 접촉과 관련한 일부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김 부상의 이날 연설을 두고도 기존처럼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발표해도 될 정도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런데도 북한이 외무성 부상을 유엔 총회에 파견한 데에는 미국과 대화에 관심이 없지 않다는 뜻을 보여준 것 아니겠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외무상 등 장관급이 참석할 경우 미국과 대화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 너무 드러나기 때문에 부상 정도로 적절한 급의 인사를 파견했다는 설명이다.

김 부상은 이날 연설에서 대화와 관련해 "침략과 간섭, 지배와 예속을 반대, 배격하고 자주와 정의를 지향하는 모든 나라, 민족들과 사상과 제도의 차이에 관계없이 협조할 것"이라며 "우리나라를 존중하고 우호적으로 대하는 나라들과의 다방면적인 교류와 협력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북한의 이같은 행보에 오는 10월 말로 예정돼 있는 에이펙(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 간 접촉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조현 장관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유엔 본부는 김 부상이 이날 연설 이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만났다고 전했다. 유엔 사무총장실 대변인은 양측이 이날 한반도 정세를 포함해 유엔과 북한의 협력 방안에 대해 약식회담을 가졌다고 밝혔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북한의 고위급 인사를 만난 것은 지난 2018년 9월 리용호 외무상 이후 7년 만이다.

▲ 김선경 북한 외무성 부상이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연설을 가졌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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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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