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밀어붙인 '조희대 청문회'가 결국 빈손으로 끝났다. 조 대법원장은 물론 대법관 전원은 청문회에 불출석했고, 출석한 증인에 대해서도 증인신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청문회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사진행발언' 형식으로 정치적 주장을 주고받는 식으로 진행되다, 그나마 국민의힘 의원들이 일제히 퇴장하면서 민주당 의원들만 남은 상태에서 막을 내렸다.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30일 오후 5시 15분경 법사위 전체회의를 속개하며 "의사일정 제4항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관련 긴급 현안 청문회'를 상정한다"고 선언했으나 곧바로 "증인 16인과 참고인 7인에 대한 출석을 요구했지만 증인 1인과 참고인 3인만 출석했다"며 "조 대법원장 등 대법원 핵심 증인들이 불출석한 관계로 정상적인 청문회 진행은 어려운 상황이다. 오늘은 증인에 대한 심문은 별도로 진행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조 대법원장 등 이 대통령 사건에서 유죄 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물론, 무죄 취지로 반대의견을 냈던 이흥구·오경미 대법관 등 대법관 전원이 불출석했다. 재판 사안에 대한 평의 과정 등을 공개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이유였다. 오 대법관은 자필로 쓴 불출석 의견서에서 "(법관으로서의) 견해는 판결을 통해 표명했다"며 "그에 이르게 된 경위나 심증의 형성 과정에 대해 대외적으로 발언하는 것은 사법부의 고유한 재판 사항에 관한 것인 만큼 적절하지 않다"고 했고, 이 대법관도 "이번 청문회는 최근 대법원이 선고한 판결에 관해 그 성립 경위나 합의 과정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계속 중인 재판의 내용에 대해서는 답변할 수 없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 위원장은 그러나 "공식적인 청문회 질의가 아니라 의사진행발언 기회를 통해서 의원들께 (발언) 기회를 드리겠다"고 전체회의를 계속 진행했다. 그는 그러면서 "불출석 증인 등에 대해 추후 불출석사유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해 고발 등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청문회 개최에 반대해온 국민의힘은 이같은 형식의 진행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특이한 청문회를 하려다가 모양이 안 좋으니까 '의사진행발언만 한 번씩 하고 끝내자'? 굉장히 잘못된 회의 진행"이라며 "무리한 청문회였다고 생각하시면 청문회를 그냥 종결하시라"고 했다. 신동욱 의원도 "증인·참고인에게 들어야 청문회지 이런 청문회가 어디있나"라고 따지며 "청문회가 아니고 의사진행발언장"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 내정자 나경원 의원도 "코미디 같은 청문회를 열고 있는 것이 정말 참담하다"고 했다. 나 의원이 발언을 마친 후 국민의힘 의원들은 오후 6시 30분경 일제히 자리를 떴다. 법사위 전체회의는 이후 출석한 증인·참고인들의 의견을 듣고 추 위원장 등 일부 여권 의원들이 추가로 발언을 한 후 7시 30분경 산회됐다.
나 의원은 앞서 국정감사 일정 변경 등 다른 안건에 대한 토론을 하면서도 이날 예정된 청문회에 대해 "도대체 있을 수 없는 청문회"라며 "헌법 103조 위반이고,'(심판의) 합의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법원조직법 65조 위반이고, 국정감사·조사법 8조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청문회를 빌미로 이 대통령 재판 뒤집고 내란 재판 무조건 유죄 내라고 하는 것, 이것이 노골적 재판 개입"이라며 "이것이 바로 입법부에 의한 내란이다. 저희한테 내란, 내란 하지 말고 이런 행위 하는 것 자체가 국민들에게 부끄러운 일"이라고 역공을 폈다.
나 의원은 특히 5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2심 재판부의 파기환송심과 그에 따른 상고심 일정을 감안하면 "이재명 후보의 자격을 박탈하려고 시도했다는 것은 순 거짓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2심에서 아무리 빨리 해도, (2심) 선고를 5월 16일에 한다고 쳐도 27일이 지나야 대법원에서 재판할 수 있다. 그러면 대선일 6월 3일 지난다"는 것이다. 그는 "소설을 써도 지나치고, 이런 허구 주장을 이유로 해서 대법원을 흔든다?"라며 "사법 질서 흔들지 말고 차라리 '이재명 무죄법'을 만들라. 그게 낫겠다"고 비꼬았다.
민주당은 일제히 재반박을 시도했다. 민주당 김기표 의원은 "누가 사법부의 독립을 흔들었나. 이 모든 사태를 누가 자초했나. 바로 조희대, 바로 대법원 자신"이라며 대법원의 5월 1일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란 잔당을 구해 보겠다고 등장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김 의원은 대법원이 "기득권의 영구화"를 시도한 것이라거나 "국민이 부여해 준 사법권을 가지고 국민을 겨눈 내란 행위에 부역한 행위"라는 주장까지 펴면서 "이재명 후보를 속된 말로 '날릴' 생각이 아니었으면 왜 그렇게 무리하게 이틀 만에 (전원합의체 회부를) 결정해서 1주일 만에 판결하고 그 다음날 바로 고등법원에 보내 배당까지 하고 집행송달 단축까지 했나"라고 했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청문회 개최에 대해 "뭐가 잘못됐나?"라고 반문했고, 김용민 의원은 "누가 누구한테 뭐라고 하는 것이냐. 특검으로 싹 다 조사받을 피의자들이 이 자리에 앉아있으면서 누가 누구한테 큰 소리를 치는 것이냐. 다 조사받아야 될 분들 아니냐"고 야당 의원들을 윽박질렀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이에 "선고기일을 빨리 잡은 것이 문제라면 대법원 선고기일을 잡았을 때 민주당이 난리를 쳤어야 한다. 그때는 '이재명 대표에게 유리하게 판결하나' 싶어서 아무 말도 안 하고, 선고 결과가 안 좋으니까 그때부터 '선거 개입'이라는 둥, '왜 이렇게 빠르냐'는 둥 '사법부 독립이 어쩌고' 하면서 지금까지 사법부를 강압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맞받았다.
주 의원은 "민주당이 대법원장에 대해 탄핵도 협박하고 사퇴도 강압하고 청문회에 소환까지 하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 유죄 줬다고 보복하는 것이고 이재명 재판 없애겠다고 사법부 흔드는 격"이라며 "선진 법치국가 중에서 이렇게 대법원장을 불러서 국회의원들이 청문회하겠다고 하고 가짜뉴스 퍼뜨리고 호통치는 나라가 또 있나"라고 했다.
이른바 '4인 회동설' 의혹 제기 문제도 거론됐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이 갑작스러운 청문회를 왜 잡았나. 난데없이 대법원장 4인 회동설(이라는) 근거도 없는 주장을 했다가 근거를 못 대니까 갑자기 '4인 회동한 것이 맞는지 확인해 보겠다'고 청문회를 갖다가 일방적으로 정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그러자 "이 사태의 본질은 한덕수가 조희대 대법원장을 만났나 안 만났나가 아니라 조희대 대법원이 왜 대선 개입을 했느냐이다. 왜 전원합의체 판결을 그렇게 성급하게 결론내리면서 대선에 개입했느냐"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균택 의원도 "조 대법원장이 왜 대통령 후보를 마음대로 결정하려고 했느냐, 이게 사안의 핵심"이라고 거들었다.

한편 이날 '조희대 청문회' 안건 상정에 앞서 진행된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들은 당초 10월 13일 하루였던 대법원 국정감사를 '13일과 15일' 이틀로 변경하고 특히 15일은 대법원을 방문해 현장감사를 하기로 하는 국정감사 일정 변경안을 재석 16인 중 찬성 10인, 반대 6인으로 가결시켰다.
현장검증 실시 계획서 채택 안건도 추미애 의원 서면동의로 현장에서 추가 안건으로 채택돼 바로 가결됐다.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에 대한 국정감사 증인 추가 채택의 건도 재석 15인에 찬성 10인으로 통과됐다. 국민의힘은 "대법원에 대한 현장검증 동의서를 이렇게 기습적으로 날치기 통과시키는 것에 대해서 심심한 유감"(나경원 간사 내정자)라고 항의했다.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은 국정감사 일정 변경안에 대한 반대 토론에서 "지난번 회의 때 다 결정했고 관계자들의 편의를 위해 다 국회에서 하자 하지 않았느냐"며 "왜 갑자기 13일 하루로 정한 기관감사를 이틀 해야 하는지, 왜 국회가 아닌 대법원에 가서 해야 하는지 변경 사유를 잘 모르겠다"며 "청문회에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불출석한 데 대한 감정적 보복으로 이러는 게 아니냐"고 했다.
법사위 회의에서는 이날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40명이 '수사가 끝나면 기소·공소유지를 맡지 않겠다. 검찰로 복귀시켜 달라'는 입장을 낸 데 대해 민주당 의원들의 성토도 나왔다.
박지원 의원은 "중대한 공무원의 항명 행위"라며 "자기들의 잘못을 아직도 반성하지 못하고 김건희 특검에 파견나간 그 검사들이 (하려면) 처음부터 거부를 해야지 지금 한창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러한 항명을 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법사위의 이름으로 처벌·징계를 법무부에 요구하자"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나 의원은 이에 대해 "아니 검찰청 해체한다는데 파견 검사들이 본인들 의견 표명은 당연히 할 수 있지, 이걸 또 법사위에서 개입하겠다? (이는) 국민이 입법부에 준 권한을 넘는 것이다. 멈춰야 된다"고 반론했다.
민주당에서는 이날 지귀연 판사에 대한 추가 의혹 제기가 나오기도 했다. 정의찬 민주당 원내대표실 정무실장은 지 판사의 유흥업소 접대 의혹을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제보받아 당에 처음 전달한 이가 자신이었다며 "제보자는 1년에 한 번이 아니라 지난 수년간 본인이 직접 20여 차례 룸살롱 접대를 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이날 대법원이 '지 판사는 법조계 후배들에게 밥과 술을 산 것이고,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관계만으로는 직무 관련성이나 징계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입장을 발표한 데 대해 "대법원 발표는 제가 제보자로부터 받은 제보 내용과 명백히 배치된다"며 "제보자는 지귀연이 비용을 지불한 것이 아니라 제보자가 비용을 지불했고, 수백만 원대 비용이 드는 회원제 룸살롱 접대였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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