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시장은 지하철 공사 때문에 인기가 없당께. 공사 한답시고 몇 년째 도로를 막고 파헤치는 통에 광주시내가 온종일 교통지옥이여라. 오죽하면 연말까지 복구 안되면 시장직을 그만두겠다는 말까지 했겄소."
4일 명절 대목, 광주 양동시장에서 시내버스를 기다리는 60대 시민 박모씨는 강기정 광주시장이 일을 잘하는지 물어보자 갑자기 목소리가 커졌다.
옆에서 듣고 있던 60대의 또 다른 시민은 "대통령 앞에서 말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뭔 광주시장이여! 바꿔야 쓴당께!"라며 부정적 여론을 더했다.

실제 지난 6월 25일 광주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의 만남, '호남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 미팅 이후 강 시장의 지지율은 급격히 떨어졌다.
생중계된 그 자리에서 강 시장은 "구체적으로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현실적인 대안을 밝혀 달라"는 이 대통령의 요청에 제대로 답변을 못하면서 비난은 빗발쳤다.
광주경실련은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호응하지 못했고, 무능하고 답답한 모습만 보였다"고 혹평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텃밭 광주. 광주시민들은 민주당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면서도 소속 자치단체장들한테는 인색할 정도로 평가가 박하다.
정치의식이 높은 만큼 정치인들에 대한 기대도 높은 탓일까. 그래서 광주광역시장 재선은 쉽지 않다.
국회의원 3선에 문재인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내고 광주시장에 입성한 강기정 시장에게 아직 8개월이란 시간이 남아있지만, 다가오는 선거는 힘들어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현역임에도 1위를 수성하지 못하고 오차범위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가장 최근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전남매일과 광주가톨릭평화방송이 코리아정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만 18세 이상 광주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광주시장 선호도 조사 결과 민형배 국회의원(광주 광산을)이 29.4%를 얻으며 1위를 차지했다.
강 시장은 16.3%로 뒤를 이었고 문인 광주 북구청장 12.9%, 이병훈 민주당 호남발전특위 수석부위원장(전 국회의원) 7.7%, 정준호 국회의원(광주 북갑) 7.6% 순이었다.
강기정 시장의 시정 운영 평가는 '매우 잘못함' 33.8%, '잘못함' 27.5%를 합한 부정평가가 61.3%로, '매우 잘함' 10.6%, '잘함' 19.4%의 긍정평가(30.0%)를 크게 앞질렀다.
(응답률 무선 5.4%·유선 0.5%,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무선전화 응답 89%·유선 RDD 11%.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강기정 시장에 대한 반사이익은 경쟁자인 민형배 국회의원이 고스란히 받고 있는 모양새다.
3년전 광주시장 공천을 놓고 당내 경선에서 강 시장과 경쟁했던 민 의원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는 이렇다 할 활동이 없는데도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
민 의원은 국회 진출 전 2차례 광주 광산구청장을 역임했다. 당시 구청장으로서 평가는 후한 편이다.
광산구의 한 주민자치위원은 "민형배 의원이 구청장 할 때 주민주도 사업들을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여러 새로운 시도들을 통해 풀뿌리 자치를 구현해 시장이 돼도 행정을 잘 할거란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 의원에 대한 평가가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광주 유일의 재선 의원이면서도 여러 현안에 대해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며 몸사리기에 치중한다는 비판이다.
민 의원은 최근 정부가 전남 서부권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고 발표하자, 국가 AI컴퓨팅센터를 유치하는 광주시를 겨냥해 자신의 SNS에 "전남은 전남일 뿐 광주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글을 올렸다 삭제했다.
강기정 시장이 "전남은 민간 주도, 광주는 국가 주도 AI컴퓨팅센터를 유치하게 될 것"이라고 인접 전남을 축하해 주는 모습과 대조된다.
민 의원이 SNS에 글을 올렸다가 내리는 '빛삭'은 이번 외에도 여러차례 반복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영광군수 재선거에서는 조국당과 경쟁하면서 민주당이 총력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대기업 임원들과 골프를 친 사실이 알려져 호된 비판을 받았다.
광주 한 자치구 정무직 공무원 A씨는 "강기정 시장과 민형배 의원이 뭐가 다르냐"며 "정치인으로서 행보가 가볍고 독선적으로, 공무원들이 싫어하는 스타일"이라고 박한 평가를 내렸다.

또 다른 경쟁자인 문인 광주 북구청장이 점차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광주시 주요 직책을 두루 거치고 북구청장 2선을 역임하며 지역에서는 '행정의 달인'이라는 애칭이 붙는다.
그러나 기초단체장 출신이 갑자기 광역단체장을 맡기에는 아직 경력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중앙무대 경험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내년 광주 구청장 출마 후보 예정자 B씨는 "광주시장 정도 하려면 중앙에서 예산도 따오고 인맥도 많아야 하는데 구청장이 그런 힘이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다니는 거 보면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건강이 안좋아 보인다"고 밝은 전망을 내놓지 않았다.

이병훈 전 국회의원도 다크호스다. 그는 정청래 당 대표 취임 이후 곧바로 호남발전특위 수석 부위원장에 임명되며 최근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정 대표가 지난 8월 초 5·18 민주묘지를 방문했을 때 이 전 의원을 동행시키고, 취재진이 사진을 찍고 브리핑을 할 때 그를 챙기는 모습을 보이면서 주목을 받았다.
또한 지난 3일 정 대표가 추석 연휴를 맞아 광주 송정시장을 깜짝 방문할때도 이병훈 전 의원이 동행했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은 과거 이낙연계로 분류돼 민주당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수박'으로 평가된다.
퇴직 공무원 C씨는 "이병훈 전 의원은 행시 출신의 정통 관료로 행정을 맡기면 누구보다 잘 할 것 같지만 이낙연 전 총리의 측근이라는 이미지가 발목을 잡는다"며 "오죽하면 정청래 대표가 그의 출판기념회에 와서 '수박 아니다'고 두둔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외에 민주당내에서 광주시장 출마 후보군으로는 양부남 광주시당위원장(광주 서을)과 정준호 국회의원(광주 북갑) 등도 거론된다.

기존 정치인들이 열심히 표밭을 다지고 있지만, 광주시민들은 새로운 인물을 목말라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변화와 개혁을 기치로 내건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을 전폭적으로 지지한 호남에 뭔가 상징적인 인물을 내세울 것이란 예측도 제기된다.
광주지역 한 지방의원은 "상대적 기득권으로 취급되는 민주당 텃밭의 단체장들을 과감히 물갈이하면서 현 정부와 기조를 같이하며 개혁성이 강한 현 정부 관료들의 출마가능성이 게속 제기된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광주 출신의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전남 출신이나 광주에서 고교를 졸업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거론된다.
하지만 교체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의 원로 당원 김모씨는 "광주시민들은 무조건 바꾸려고만 한다. 그러다보니 민주당 텃밭이라고하나 광주 국회의원 8명 중 7명이 초선이다"며 "중진 정치인이 없다 보니 정권이 바뀌고도 요직에 들어가지 못한다. 전북에게도 밀리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역대 민선 광주시장중 재선을 기록한 사람 또한 박광태 전 시장 뿐"이라면서 "계속 바꾸려고만 하니 정책 일관성도 떨어지고 발전도 더딘 상황이다. 우리부터가 반성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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