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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투표 카드’에 흔들리는 통합…전주·완주 통합, 다시 갈림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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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투표 카드’에 흔들리는 통합…전주·완주 통합, 다시 갈림길로

행안부 발언이 불붙인 ‘절차 논쟁’…전주·완주 통합, 지방자치의 시험대에

◇6자 회담 행안부 “주민투표 검토”…논의 재점화

전주·완주 행정통합 논의가 다시 절차의 문턱에 섰다. 지난달 말 행정안전부가 주민투표 검토 가능성을 공식 언급하면서, 통합 논의는 단순한 찬반 대립을 넘어 법적 절차와 행정 권한 분쟁의 국면으로 옮겨가고 있다.

통합의 명분은 지역 경쟁력 강화이지만, 누가 어떤 절차로 주민의 뜻을 확인할 것인가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전주·완주 행정통합 간담회’ 이후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이 논의의 흐름을 바꿔 놓았다. 윤 장관은 “통합 논의를 더 이상 지연시킬 수 없다”며 주민투표 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관련 법령과 기존 사례를 검토 중이며, 지자체 간 의견이 일치할 경우 주민투표를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전주·완주 통합 논의를 위한 간담회’에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김관영 전북지사, 유희태 완주군수, 우범기 전주시장과 함께 지역 국회의원인 안호영·이성윤 의원 등이 참석해 통합 절차와 주민투표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전북도


◇법 절차 해석 엇갈리며 ‘지방자치 침해’ 논란


지방자치법 제4조는 지방자치단체 통합 절차를 ‘지자체장의 건의 → 행안부 검토 → 지방의회 의견 청취 → 주민투표 → 국무회의 의결’로 규정하고 있다. 행안부는 통합 여부를 직접 결정할 수는 없지만, 절차를 심사하고 권고할 권한을 갖는다. 그러나 윤 장관의 발언이 ‘결단 주체’로까지 해석되면서 지방자치 침해 논란이 제기됐다.

완주군의회는 즉각 반발했다. 의회는 지난달 29일 성명을 내고 “주민투표를 논의하기 전 지방의회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는 법적 절차를 무시했다”며 “지방의회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지방자치법 제7조는 주민투표 시행 전 ‘지방의회 의견 청취’를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회 승인 없이 투표 절차를 진행할 경우 절차적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완주군의회는 행안부에 공식 질의서를 제출하며 “법이 보장한 의결권을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완주군의회가 9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완주·전주 행정통합 6자회담 결과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완주군의회


◇완주 “군민 뜻 우선”…전북도 “주민투표로 매듭”


유희태 완주군수는 6자회담 직후 “군민 다수가 반대한다면 통합 논의는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혼란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행안부 장관이 조속히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확정된 절차는 없지만, 어떤 방식이든 군민의 뜻을 충분히 반영하고 법과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주민투표는 찬반을 가르는 정치적 절차가 아니라 도민의 뜻을 확인하는 행정적 과정”이라며 “도민의 의사를 묻는 것은 도의 책무이자 행정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이어 “도는 주민투표 결과를 포함해 도민 여론을 면밀히 검토하고, 행안부와 협의해 절차를 투명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통합 논의는 특정 지역의 이해가 아닌 전북 전체의 발전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도는 갈등을 중재하고, 도민 여론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전주와 완주는 생활권·경제권이 이미 하나로 연결돼 있다”며 “행정 통합은 전북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필연적 선택”이라고 밝혔다. 그는 “주민투표는 행정의 강행 절차가 아니라 도민의 뜻을 확인하는 과정이어야 한다”며 “완주군민이 동의할 수 있는 상생 발전 방안을 도와 함께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9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주·완주 통합 논의를 위한 6자 간담회에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해 김관영 전북지사, 우범기 전주시장, 유희태 완주군수, 안호영·이성윤 국회의원이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북도


◇쟁점은 ‘주민투표 순서’


현재 통합 논의의 핵심 쟁점은 주민투표의 순서에 있다. 완주군은 “법령상 주민투표는 지방의회 의견 청취 이후 가능하다”며 ‘후행 절차’임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전북도와 전주시는 “의회 의견 청취와 투표 절차는 병행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법 해석 차이는 통합 추진 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행안부가 지방의회 의견 수렴을 선행 조건으로 본다면 통합 추진은 내년 이후로 미뤄질 수 있고, 반대로 ‘병행 추진’이 허용되면 올해 안에도 주민투표가 가능하다.

윤호중 장관이 “찬반 의견이 일치해야 주민투표가 가능하다”고 밝힌 점도 논란의 불씨다.이는 법적 요건이 아닌 행안부 내부 기준이지만, 완주군의 반대가 투표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갈등이 심화된 상태에서 투표를 강행하는 것은 행정 신뢰를 해칠 수 있다”며 “지자체 간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앙과 지방, 권한 충돌로 번진 논의


전주·완주 통합 논의는 이제 단순한 행정 결합을 넘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권한 다툼의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법'에 근거해 통합 절차의 심사와 조정을 맡고 있으나, 최근 주민투표 검토를 공식화하면서 자치권 침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완주군은 주민투표 시행 주체가 지방정부라는 점을 들어, 중앙이 절차를 주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군의회 또한 행안부의 ‘투표 검토’ 발언을 두고 “의회 의견 청취 절차를 생략한 채 진행되는 논의는 법적 하자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반면 전북도는 통합 논의를 “도민 의사를 확인하는 행정 절차”로 보고, 행안부와 협의를 통해 절차를 병행하겠다는 태도다. 도는 통합을 전북 전체 발전의 전략적 과제로 판단하며, 주민투표를 하나의 여론 확인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다. 행안부는 여전히 “지자체 간 의견이 일치할 경우 주민투표 추진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갈등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절차를 강행할 경우 행정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결국 통합 논의는 법적 권한과 행정 절차를 둘러싼 해석의 차이 속에서 교착 상태에 놓였다. 각 주체가 ‘누가 결정권을 갖는가’에 대한 명확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통합 추진 일정 역시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전주·완주 통합을 촉구하는 시민단체의 거리 행진(위)과 통합 반대를 외치는 완주군민들의 집회 모습(아래).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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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수

전북취재본부 양승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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