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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원 광주교사노조 위원장 "머리띠 대신 실력으로 교육청 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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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원 광주교사노조 위원장 "머리띠 대신 실력으로 교육청 견제"

2017년 7명으로 시작해 2000명 조합원…전교조와 '경쟁적 협력'

1989년 출범한 전교조가 대한민국 교원 노동운동의 상징이었다면 2007년 교육감 직선제 도입 후 교육자치가 본격화되는 새로운 흐름이 생겨났다.

교육자치의 강화에 대해 교원 노동운동에 새로운 질문을 던진 단체가 있다. 중앙의 목소리가 아닌 우리 지역의 현실에 맞는 목소리는 어떻게 낼 것인가? 광주교사노동조합(광주교사노조)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

2017년 단 7명으로 시작해 현재 2000여 명의 조합원과 함께하는 광주교사노조의 박삼원 위원장을 만나 그들의 남다른 철학과 행보에 대해 들어 봤다.

▲27일 박삼원 광주교사노조위원장이 광주 북구 수곡동 망웡동 민족민주열사 묘역 벌초 행사에서 마이크를 잡고 발언하고 있다.2025.09.27ⓒ박삼원 위원장 페이스북

Q. '광주교사노조'는 어떻게 시작됐나?

지방자치 시대에는 그에 맞는 노동조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17년 12월 7명의 교사와 함께 창립했다. 상급단체인 교사노조연맹이 있었지만 전교조(민노총 소속)만 집요하게 반대하며 세를 불리는 구조에 동의할 수 없었다. 결국 연맹이 한노총에 가입할 때 우리는 독자 노선을 걷기로 하고 탈퇴했다.

Q. 전교조와의 관계 설정이 독특하다. 무엇이 다른가?

전교조가 중앙 본부의 '가지(Branch)'라면, 우리는 광주 안에서 완결성을 갖는 '독립적인 완성체'다. 광주 교육의 모든 것은 광주교육감이 결정하는데, 노조가 중앙집권적이면 지역 현안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없다. 지역마다 '날씨'가 다른데 어떻게 중앙에서 정해준 '드레스 코드'만 고수하겠나.

우리는 조합비를 직접 걷어 오직 광주 현안에만 집중한다. 전교조와의 관계는 '현대와 기아'에 비유할 수 있다. 서로를 존중하며 '광주 교육 발전'이라는 공동 목표 아래 '상호 보완, 역할 분담, 진보 경쟁'의 3원칙을 지키는 협력 관계다.

Q. 광주교사노조의 활동은 기존 노조와 어떻게 다른가?

노동조합이긴 하지만 우리는 노동보다 '교육'에 방점을 찍고 있다. 교육감이 평교사를 무시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시교육청이 우리를 '귀찮은 노조'가 아닌 '무서운 노조'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 저러네'가 아니라 실력으로 '저들 말은 논리가 맞아 무시할 수 없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머리띠 매고 삭발하는 관성적 투쟁 대신 전혀 없던 투쟁 방법으로 '일이 되게 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정선 교육감 취임 초 불합리한 인사에 반발해 '감사원 국민감사'를 청구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 교육감 동창 채용 비리가 드러났고 관련자가 법의 심판을 받았다.

시교육청이 학생이 없는 지역의 한 학교에 대해 폐교를 추진할 때 '폐교 반대' 같은 관성적 구호 대신 '학생 있는 곳에 학교 있어야 한다'고 성명을 냈다. '체험학습'을 모두 반대할 때 '학급당 안전요원 2명 지원' 같은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 스타일이다.

▲9일 광주지방법원 정문에서 열린 '백금렬 교사 무죄 및 교사 정치기본권 보장 촉구 집회'에 박삼원 광주교사노조위원장이 마이크를 잡고 "이재명 대통령의 약속인 교사 정치기본권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2025.07.09ⓒ프레시안(김보현)

Q. '교육'에 방점을 찍는 철학이 인상 깊다. 어떤 사업들을 하나?

교육을 잘해 학생과 시민이라는 '실질적인 사용자'의 신뢰를 얻으면 노동 조건은 오히려 더 쉽게 해결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조합원들이 교육 활동에 더 집중하도록 지원한다. 과거 교육청의 우수 사업이었던 '희망교실'을 계승해 교사가 학생들을 위해 직접 쓸 수 있는 '멘토링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 320명의 선생님께 10만 원씩 드렸는데 현장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선생님들이 보내준 감동적인 결과 보고서를 보니 눈물겨울 정도였다. 학생들을 위해서는 올해 2학기에는 1000만 원 규모의 장학 사업도 계획 중이다.

Q. 광주교사노조에서 차기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정책을 제안하고 있는데 교사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교사들이 행복해야 교육이 바로 선다. 두 가지를 강력하게 제안한다. 첫째 '담임교사 법인카드 연 190만 원 지급'이다. 교사들이 사비로 학부모 상담 커피를 사는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 연간 수업일수인 190일에 맞춰 하루 1만 원씩 지급해 공적인 교육 활동에 당당하게 쓰도록 해야 한다.

둘째는 '교원 행정 유발 평가제' 도입이다. 교육청의 신규 사업이 교사에게 얼마나 많은 추가 행정업무를 유발하는지 의무적으로 평가하고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사업 자체를 못 하게 해 불필요한 행정 부담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25일 광주 광산구 광주교사노조 사무실에서 박삼원 위원장이 '전교조와 광주교사노조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2025.09.25ⓒ프레시안(김보현)

Q. 마지막으로 광주 교육계에 바라는 점, 앞으로의 목표와 비전이 궁금하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통해 행복감을 못 느끼고 피폐해져 있다. 다음 교육감은 교사들을 춤추게 하는 정책을 내놨으면 한다. 장애인 교사 수업 시수 경감, 임산부 교사 10시 출근제 같은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광주교사노조는 OTT를 구독하듯 교육 활동을 잘 해보고 싶은 교사라면 누구나 월 1만 원의 부담 없는 조합비로 편하게 가입해 연대하는 '낮은 문턱'의 노조를 지향한다. 노조 가입이 독립운동처럼 비장할 필요는 없다. 궁극적으로는 전교조도 지역별 노조로 거듭나 '광주 전교조'가 우리와 선의의 경쟁을 펼치다 통합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것이 광주 교원 노조의 역사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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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현

광주전남취재본부 김보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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