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문상윤 식품전문기자의 커피이야기] ⑩ 지속 가능한 커피,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문상윤 식품전문기자의 커피이야기] ⑩ 지속 가능한 커피,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공정무역 가격, 폐수 관리, 컵 재사용까지 체크리스트

▲ 커피 체리 건조 모습. 요즘 기후 불안정으로 인해 커피 지수가 안정적이지 못하다. ⓒ프레시안(문상윤)

커피 한 잔의 뒤에는 산지의 임금, 숲을 보존하고 물을 깨끗이 하는 일, 컵을 오래 쓰는 일까지 긴 생산 시스템이 겹쳐 있다.

‘지속 가능’이란 말이 너무 흔해진 지금, 소비자가 확인할 최소한의 기준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지속 가능한 커피의 첫 단추는 가격의 공정성이다. 공정무역(Fairtrade International)은 2023년 8월부터 아라비카 커피의 최저가격을 파운드당 1.80달러로 인상했다.

국제 시세가 급락해도 이 선은 보장되고 파운드당 0.20달러의 프리미엄(유기농은 추가 0.40달러)을 별도로 지급한다.

이는 산지 소득 안정이 전제돼야 산림 전환이나 과도한 농약 의존 같은 압박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환경 기준은 인증마다 무게중심이 다르다. 레인포레스트 얼라이언스 2020 지속가능농업표준은 2020년 12월 31일 이후의 산림전환 금지, 인권·생계 개선, 데이터 기반 모니터링(지리공간 분석)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묶었다.

생산자는 그늘목 관리, 토양 보전, 화학물질 저감 같은 ‘농장 운영 방식’ 전반을 점검받는다.

버드프렌들리(Bird Friendly)는 스미스소니언 철새센터가 운영하는 그늘 재배 전용 인증으로 유기농을 전제로 다층 수관과 높은 수관 피복률을 요구한다.

그 결과 열대 산지의 조류·곤충 서식처가 유지되고 농장의 생물다양성이 올라간다는 점이 강점이다.

가공 단계의 환경부하도 간과하기 어렵다. 특히 습식 가공은 당·산·카페인 등이 녹아든 유기물 농도가 높은 폐수를 대량 배출한다.

최근 문헌들을 보면 커피 세척 과정에서 사용된 물울 아무런 처리 없이 방류할 경우 수계의 산소 고갈과 산성화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침전·여과·혐기/호기성 처리, 재이용 설비를 권고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습식 가공=문제’가 아니라 폐수 처리 체계를 갖췄는지가 지속 가능한 커피인지에 대한 핵심 질문이라고 할 수있다.

한 잔의 탄소발자국은 무엇이 좌우할까. 여러 생애주기평가(LCA)를 보면, 우유가 들어간 음료가 압도적으로 배출이 크다는 결론이 일관된다.

블랙 커피가 대략 0.03~0.26㎏ CO₂e 수준인 데 비해, 라떼는 우유 때문에 이 수치가 세 배 이상으로 뛴다.

결국 선택이 좌우한다. 레시피(우유·식물성 대체유)와 어떤 컵을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떄문이다.

테이크아웃 컵은 감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컵 LCA 종합 분석은 “재사용 컵이 유리한 경우가 많지만, 세척 방식·사용 횟수·회수율에 따라 손익분기점이 크게 달라진다”고 말하고 힜다.

매장에서 회수·세척이 체계화돼 있거나, 개인 텀블러를 꾸준히 반복 사용할 때 환경 이점이 확실해진다는 것이다.

소비 기준을 현실적으로 정리하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라벨의 의미를 구분한다. 공정무역은 가격·프리미엄에 방점, RA는 농장관리·산림전환 금지, 버드프렌들리는 그늘·생물다양성을 볼 때 유효하다. 인증이 전부는 아니지만, 최저선을 확인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가공·수처리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다. 습식 가공 커피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폐수 관리가 투명한 공급망을 선택할 수 있고 로스터의 설명과 지속가능성 리포트를 확인하면 의외로 차이가 보인다.

또한 레시피가 탄소 발자국을 바꾼다. 같은 로스팅이라도 아메리카노가 가장 가볍고, 우유가 들어가면 급격히 올라간다.

따라서 우유를 줄이거나 식물성 대체유로 바꾸는 선택이 체감 효과가 크다.

그리고 컵은 ‘반복 사용’이 본질이다. 다회용은 많이·오래 쓸수록 이득이 커진다. 세척수·세제·온도를 절약하는 매장 시스템이 있는지, 개인 컵을 꾸준히 들고 다닐 수 있는 생활패턴인지가 중요하다.

이 모든 선택의 바탕에는 농장의 회복력이 있다.

기후 불안정으로 산지의 가뭄·고온·병해압이 커지면서, 산림 파괴 없이 수확을 유지하는 길은 그늘재배·혼농임업, 토양 유기물 관리 같은 재생형 농법으로 모아지고 있다.

국제커피기구(ICO) 보고서들도 농가 소득과 기후적응 역량을 동시에 높이는 접근이 없으면 공급망 불안정이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결국 ‘지속 가능한 커피’는 로스터의 소개 문구가 아니라 소비자의 체크리스트로 완성될 수 있다.

인증의 초점이 무엇인지 이해하고(가격·숲·그늘), 가공·폐수 관리 여부를 확인하며 레시피와 컵의 반복 사용까지 개인 선택을 일관되게 이어 가는 일.

화려한 구호보다 이런 작고 꾸준한 습관이 산지의 소득과 숲 보존, 우리 도시의 쓰레기 양을 동시에 바꿀 수 있다.

다음 커피를 한 잔 선택할때, 라벨 하나 더 읽고 질문 하나만 더 던지자. 그 답이 우리의 커피를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문상윤

세종충청취재본부 문상윤 기자입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