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유민주당(자민당)의 연립정부 파트너였던 공명당이 자민당과 결별을 선언하면서 새 총리 선출을 두고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 내에서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현 총리가 총리직을 그대로 맡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일본 <지지통신>은 "공명당이 연립정부 탈퇴를 선언하면서 이시바 총리의 후임 총리를 뽑는 선거가 점점 더 불투명해지고 있다"며 "20일 또는 21일로 예정된 임시국회를 앞두고 각 당의 의도가 엇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우선 자민당에 이어 중의원에서 두 번째로 의석수가 많은 입헌민주당이 자민당을 제외한 연합에 가장 적극적이라고 전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입헌민주당 대표는 11일 도쿄 메트로폴리탄 TV에 출연해 "우리가 지혜를 발휘하여 차이를 극복하고 힘을 합친다면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통신은 "지난해 중의원 선거 이후 노다 총리 지지 표명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통합을 촉구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국민민주당 대표인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郎)를 단일 후보로 내세우는 것도 포함된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다마키 대표는 총리 후보로 언급된 이후 언론에 수 차례 "총리직을 맡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보 정책에 있어 입헌민주당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중의원 35석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유신회의 요시무라 히로후미(吉村洋文) 대표는 "국민민주당과 함께할 수 있다면 기꺼이 귀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 통신은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148석의 입헌민주당과 35석의 일본유신회, 27석의 국민민주당에 연립정부에서 이탈한 24석의 공명당까지 연대할 경우 총 234석으로 중의원 과반인 233석을 넘어서게 된다. 이에 공명당이 야당 연대에 합류할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공명당의 사이토 데쓰오(斉藤鉄夫) 대표는 총리 선거에서 "갑자기 야당 대표 이름을 거론할 생각은 없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오히려 사이토 대표는 총리가 결정될 경우 연립정부에 다시 들어갈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사이토 대표가 지난 11일 일본의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총리가 지명되면 연립정부 논의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선거 전에 연립정부에 다시 참여하는 데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통신은 자민당의 경우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과 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은 "어느 쪽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각 야당이 각자의 당 대표에게 투표할 경우, 제1당인 자민당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재가 승리하게 된다"며 "그러나 투표까지 다양한 방책이 나올 것으로 보이며, 자민당 관계자는 이를 '험난한 길'이라고 표현했다"고 보도했다.
공명당의 연립정부 탈퇴 이후 자민당 내부에서는 정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총리와 당 총재를 분리하는 방안도 논의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요미우리신문>은 "총리와 총재 분리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등장했는데, 자민당이 큰 난관에 처했을 때였다"라고 전했다.
신문은 "1982년 스즈키 젠코 총리가 사임하고 후임자를 놓고 당내 갈등이 심화됐을 때,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와 후쿠다 다케오 자민당 총재' 합의로 일단락됐다"며 총리와 총재 분리가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자민당의 한 원로 의원이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사임을 철회해야 한다. 다카이치는 총재직을 계속 유지할 것이다. 그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공명당은 연립정부 탈퇴 결정을 철회할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자민당 내에서 이미 결별을 선언한 공명당과 선거 협력을 해야한다면서 이같은 아이디어를 내놓는 이유는, 공명당이 연립정부에서 탈퇴했을 때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약 20%의 의석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12일 일본의 지역 신문인 <홋카이도 신문>은 10일 공명당과 만난 다카이치 총재가 면담 이후 당 본부에서 급히 간부 회의를 소집했는데, 이 자리에서 그는 공명당의 결별 결정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한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해 당 내의 의견과는 다소 온도차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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