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는 교사 중 절반 가량이 여전히 학교에 남아 근무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부산과 울산은 전국에서 직위해제 비율이 가장 낮아 교육청의 소극적인 대응이 비판을 받고 있다.
16일 국회 교육위원회 김영호 위원장(더불어민주당·서울 서대문을)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1~2025년 8월) 성범죄 혐의로 수사가 개시된 교직원은 655명이다. 이 중 289명(44%)은 직위해제 없이 교단에 그대로 남았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입건된 교사 76명 가운데 43명(57%)도 직위를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적으로 성범죄 수사 교원의 절반 이상이 학생들과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고 있는 셈이다.
지역별로는 부산의 직위해제 비율이 5년 평균 21%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이어 전북(27%), 인천(32%), 울산(33%) 순이었다. 이는 일부 교육청이 "학교 밖에서 발생한 사안" 또는 "비위의 정도가 중대하지 않다"는 이유로 직위해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울산의 한 중학교 교사는 여학생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에서도 불법 촬영 혐의로 입건된 교사가 교단에 남아 있어 학부모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놓고 한 피해 학부모는 "수사 중인 교사가 학생을 가르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아이들의 안전보다 교원 신분을 지키는 게 우선이냐"고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 교육공무원법 제44조2는 성범죄로 수사를 받는 교원에 대해 직위해제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적용은 교육청의 재량에 맡겨져 있어 피해자 보호보다 교사의 '업무권 보장'이 우선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김영호 의원은 "성범죄 혐의 교원의 직위해제는 징계가 아니라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예방 조치"라며 "수사 초기부터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과 울산교육청은 "사안의 중대성과 피해자 보호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지역 시민단체들은 "피해 가능성이 명확한데도 직위유지 결정을 하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교육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성범죄 교원 직위해제 기준'의 전국 통일과 피해자 보호 중심의 지침 마련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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