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급속히 성장한 물류산업은 비대면 소비 확산의 이면에서 저임금·고강도·일용직 중심의 불안정 노동을 확대시켰습니다. 특히 경기지역은 국내 물류센터의 70% 이상이 밀집된 곳으로, 다양한 고용 형태와 구조적 문제를 살펴보기 적합한 지역입니다.
공공운수노조는 경기지역 물류단지 노동자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밝히기 위해 사회공공연구원에 실태조사를 의뢰했습니다. 올해 2월부터 9월까지 <경기지역 물류단지 노동실태조사>가 진행됐고, 최근 보고서가 발간됐습니다. 연구진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집필한 세 편의 글을 통해,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물류노동자의 현실을 조명하고 정부·지방자치단체·노동조합이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고자 합니다._공공운수노조
건설 경기가 안 좋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제 건설 일용직 일자리도 구하기 어려워졌다는 뉴스들이 이어진다. 실제로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건설업에 종사하는 일용직 노동자 수는 2019년 64만여 명에서 2023년에는 50만 3000여 명까지 감소하였으며, 이러한 추세는 2025년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일용직 일자리는 이제 건설 경기의 침체와 산업 구조 변화에 따라 쇠퇴하는 전통적인 일자리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2023년 기준으로 일용직 노동자 중 건설업 종사 비중은 48%정도이며, 그 이전에도 50%를 넘지 않았다. 절반 이상의 일용직 노동자들이 건설 산업 바깥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건설업 바깥에 있는 이들 일용직 노동자들은 누구일까?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전체 일용직 노동자 수도 2019년 142만여 명에서 2023년 104만여 명으로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각 산업 부문별 구체적인 실태조사들을 살펴보면, 일부에서는 오히려 일용직이라는 고용 형태의 확산이 다시금 문제시되고 있다. 화성 아리셀 참사를 계기로 공단의 제조업 공장에 일용직 고용 관행이 만연하다는 것이 널리 알려진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공업단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공공운수노조 사회공공연구원에서 진행한 <경기지역 물류단지 노동실태조사> 연구에서는 물류단지에서도 노동력의 상당 부분을 일용직으로 고용하는 관행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특히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이들 물류센터 일용직 노동자 대부분이 근로계약이 아니라 개인사업자 계약(소위 '가짜 3.3' 계약)을 맺고 일하는 등 물류센터 노동시장에서는 비공식성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이 확인되었는데, 따라서 이들의 존재 및 그 규모는 국가 통계로는 잘 포착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이 글에서는 <경기지역 물류단지 노동실태조사> 중 물류센터 일용직 노동자 인터뷰 조사를 통해 확인된 물류센터 일용직 노동실태를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총 7명의 물류센터 일용직 노동자와 2명의 계약직 노동자를 인터뷰했다. 공교롭게 이들은 모두가 CJ대한통운이 화주(올리브영, CJ제일제당 등)로부터 물류를 위탁받아 운영하는 물류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거나 했던 적이 있었으며, 모두 인력업체 소속으로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 간접고용돼 일을 했다. 인터뷰 조사에서 구체적으로 확인된 물류센터 일용직 노동실태를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CJ대한통운에서 운영하는 물류센터들은 '다층적 하청 구조'를 바탕으로 다수의 일용직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소수의 관리자만을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하며, 물류센터 노동력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현장직 노동자는 전원 인력업체를 통해 간접고용한다. 인력업체를 통해 고용되는 노동자는 게약직과 일용직으로 나뉘는데, 계약직 노동자 전원은 CJ대한통운에 직접 인력을 제공하는 1차 하청업체 소속다. 일용직 노동자 전원은 1차 하청업체에 인력을 공급하는 2차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즉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는 CJ대한통운-1차 하청업체-2차 하청업체로 이어지는 노동력의 하청 구조의 위계와 정규직-계약직-일용직라는 고용 형태의 구분이 일치하는 다층적 하청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다층적 하청구조를 그림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다.

둘째, 물류센터의 다층적 하청 구조 속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은 불법파견, 고용불안, 이중의 통제에 의한 노동강도 강화 등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일용직 노동자를 고용한 2차 하청업체는 상대적으로 영세한 규모여서 관리자를 현장에 배치하기 어려우며, 이에 따라 1차 하청업체 관리자가 2차 하청업체 소속 일용직 노동자에게 일상적으로 작업 지시를 하는 불법파견 문제가 일상적으로 발생한다.
게다가 인건비 절감 압력 속에서 2차 하청업체의 일용직 TO(고용인원)는 지속적으로 조정된다. 2차 하청업체의 잦은 폐업(위장 폐업 포함)도 일용직 노동자의 고용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TO 배정 등에 있어 절대적 권한을 쥔 것은 원청 관리자다. 그들에게 잘 보이려는 1차 하청업체 관리자의 노력으로 인해 이중의 통제 속에 놓인 일용직 노동자의 노동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셋째, 일용직 노동자들은 사실상 전원이 근로계약이 아니라 개인사업자 계약, 즉 '가짜 3.3' 계약을 맺고 있었다. 그 결과 이들의 법적 지위는 프리랜서가 되어 근로기준법상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등 노동법적 보호의 바깥에 놓이게 되었다.
가짜 3.3 계약을 맺은 일용직 노동자는 4대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다.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은 일당을 받는 이들에게는 거부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이는 일용직 노동자가 근로계약이 아니라 가짜 3.3계약을 통해 제도적 보호 범위 밖으로 나가는 '선택'을 하도록 경제적 인센티브 구조가 설계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일용직 노동자를 노동법적 보호 안으로 포섭하기 위해서는 단지 가짜 3.3 계약을 적발하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 근로계약을 맺는 것이 일용직 노동자 개인에게 상대적 저임금을 감수하는 것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국가와 사용자의 취약노동자의 보험료 납부 책임을 강화하는 등 임금체계 자체를 개선해야 하는 것이다.
물류산업의 성장과 함께 물류센터 현장직 노동자들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경기지역 물류단지 노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다수를 차지하는 일용직 노동자는 다층적 하청 구조의 말단에서 말 그대로 법의 바깥에 놓여있었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이 문제에 대한 개입이 시급하다. 공공운수노조는 물류단지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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