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 베트남 청년 노동자 고 응우옌 반 뚜안 씨는 지난 10일 새벽 공장 컨베이어 설비를 점검하러 내려간 지 몇 분 새에 컨베이어에 끼인 채 발견돼 사망했다. 자갈, 모래 등 골재를 생산하는 경기도 이천의 한 자갈공장이었다.
사망 추정 시각은 새벽 2시 30분에서 38분 사이다. 사고 정황을 조사 중인 경기이주평등연대에 따르면, 정비를 막 끝낸 사고 설비는 2시 30분경 재가동됐는데, 몇 분 후 과부하 신호가 감지됐다. 이에 뚜안 씨가 컨베이어 상태를 보려고 혼자 설비 아래로 내려갔고, 관리자들은 이내 모니터 신호가 멈추는 이상 신호를 감지했다. 그 즉시 뚜안 씨가 내려간 곳으로 달려간 관리자들은 컨베이어에 끼인 채 신체가 훼손된 뚜안 씨를 발견했다. 2시 38분 119 신고가 처음 접수됐다.
공장에서 컨베이어 가동 관리를 맡았던 뚜안 씨는 당일 야간조로 근무했다. 야간조는 총 정원이 3명이나, 사고 당시엔 뚜안 씨를 포함해 2명만 근무했다. 한 달 전 한 명이 퇴사했으나, 인원이 보충되지 않았다.
사고 현장을 비추는 CCTV는 없었다. 공장 기계실에 CCTV가 설치돼있으나, 대형 컨베이어 설비의 상단부만 비췄다.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시신은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 맡겨졌다. 사고를 조사한 이천경찰서 관계자는 "신체 절단 등 시신 상태가 너무나 끔찍해 유족이 보지 않길 바란다"고 유족 측에 당부했다.
공장은 고용노동부 전면 작업 중지 명령에 따라 현재 가동을 멈췄다. 경기이주평등연대에 따르면, 초동수사 결과 컨베이어벨트 설비에 안전 조치가 없었던 사실이 파악됐다. 사건은 이천경찰서에서 경기남부경찰청 중대재해산업팀으로 이관돼 추가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경기이주평등연대는 12일 오전 경기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 경찰, 관계기관은 한 줌의 의혹도 남겨서는 안될 것"이라며 "이주노동자는 한국에 죽으러 온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 죽음이 묻히지 않고, 진상이 제대로 규명돼 책임자가 처벌될 때까지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고장 나도 컨베이어 안 멈춰
유족 대리인을 맡은 이용덕 이주노동법률지원센터 소금꽃나무 활동가는 12일 기자회견에서 "안전장치가 아무것도 없었다"고 밝혔다. "손이나 신체 일부가 위험 구역에 접근하면 즉시 기계가 멈추는 자동 장치나, 컨베이어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막는 방호 덮개만 있었어도 죽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러나 비상스위치도, 인터락(적외선 감지) 센서도, 덮개도 아무것도 없었다"고도 말했다.
이 활동가는 또 "2인 1조 원칙도 지키지 않았다"며 "2인 1조로 근무해 위험에 즉각 대처할 사람이 있었다면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베트남 출신 노동자가 이해할 수 있는 안전 교육도, 노동부의 관리감독 흔적도 사실상 없었다"고 말했다.
공장 직원들은 현장에 삽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뚜안 씨가 삽으로 컨베이어 벨트에 묻은 흙을 떼려다 벨트에 빨려 들어간 것 같다고 추측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이주평등연대 조사에 따르면, 직원들은 컨베이어가 고장 나면 기계를 멈추지 않고 에어건(공기총)을 쏘고 물을 뿌리거나, 삽을 이용해 설비에 붙은 흙을 제거했다.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장은 "이런 위험천만한 방식이 관행이란 이름으로 강요됐는데, 선배노동자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배우는 것으로 관행이 전수됐다"며 "생명보다 비용 절감을 앞세운 반인륜적 위험한 작업 관행 앞에 고인은 홀로 방치됐다"고 비판했다.
현장 작업 교육은 영상 자료로 이뤄졌다. 한 공장 직원은 경기이주평등연대에 '입사할 때 4시간짜리 영상 교육을 받고, 영상엔 베트남어 자막이 달려있다'며 '그 외엔 한 달에 한 번씩 공장장이 30분 정도 안전 교육 등을 한국어로 한다'고 밝혔다.
단지 일하러 왔는데…
5남 1녀 중 첫째인 뚜안 씨는 부모님과 할머니를 함께 부양한 여덟 가족의 가장이었다. 건설노동자였던 아버지는 과거 높은 건물에서 추락 사고를 당해 거동이 불편했고, 어머니도 건강이 좋지 않아 생계를 홀로 부양할 수 없었다. 뚜안 씨의 어머니는 사고 소식을 듣자 마자 큰 충격을 받고 쓰러졌다.
뚜안 씨의 친구 응우옌 씨 깐 씨는 12일 기자회견에 유족 대리로 참여해 "고향에 할머니도 계시지만 연세가 매우 많고 편찮으셔 일을 할 수 없다. 다섯 동생도 아직 어려, 장남인 뚜안의 어깨가 무거웠다"며 "뚜안은 정말 부지런하고 착했다. 지금 유족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고용허가제 비자로 입국한 뚜안 씨는 부산의 한 신발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2024년 5월 이곳 자갈 공장으로 옮겨 근무해 왔다. 그러다 입사 1년 10개월 째, 끼임 사고로 산재 사망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지난 10일 사고 현장과 뚜안 씨의 시신이 안치된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을 찾아 기도를 올렸다. 이 자리에 있었던 동신 스님은 "장례식장 직원의 도움으로 안치실로 들어가 기도드렸다"며 "그 직원은 고인의 시신은 너무 심하게 훼손돼 보여줄 수 없다고 재차 말해, 문을 닫은 채 기도를 드렸다"고 말했다.
조귀제 민주노총 경기본부 부본부장은 "뚜안 님의 재해 전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 장례와 산재 적용, 유족 위로와 보상 등 모든 과정에서 자본의 이익이 아닌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킬 수 있도록 경기도 행정이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빈소는 이르면 12일 오후 중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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