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연애를 빙자한 사기(로맨스스캠) 조직에 가담해 피해자들을 속인 한국인 남성 3명이 부산지법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단순히 속아서 범행에 참여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7일 부산지법 형사17단독 목명균 판사는 범죄단체활동 가입과 사기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A씨, 20대 남성 B씨, 30대 남성 C씨에게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세 사람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지역에서 로맨스스캠 조직의 '유인책'으로 활동했다.

이들은 여성을 사칭해 텔레그램 등 메신저를 통해 국내 남성들에게 접근했다. "회원가입을 하면 조건만남이 가능하다"는 말로 피해자들을 속여 '걸프렌드'라는 허위 사이트에 가입시키고 인증비 명목으로 돈을 송금받았다. 피해자는 11명, 송금은 145차례에 걸쳐 5억6700만원에 달했다.
피고인들은 "해외 고수익 일자리를 제안받아 속아서 갔다"며 "현지에서 강요를 받아 범행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들이 근무 외 시간에도 개인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었으며 숙소마다 와이파이가 설치돼 있었던 점을 근거로 강요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3개월 이상 근무하면 위약금 없이 탈퇴가 가능했고 미화 2만 달러를 내면 중도 퇴사도 허용된 점도 고려됐다.
목 판사는 "피고인들이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범죄조직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한 정황이 없다"며 "기망당했거나 어쩔 수 없이 범행에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유죄 선고했다.
최근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 동남아지역에서 이 같은 '로맨스스캠'이나 '고수익 아르바이트' 등 유인형 범죄에 한국인들이 연루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부산과 울산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피해 신고가 증가하고 있으며 실제로 통장 대여나 송금 대행에 연루돼 형사처벌을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해외 취업이나 단기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접근하는 메시지는 대부분 범죄조직의 유인 수법"이라며 "단순한 피해자라고 주장하더라도 범죄단체 가입이나 자금 송금이 확인되면 형사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경찰은 SNS나 메신저를 통해 '조건만남', '투자', '해외취업' 등을 미끼로 접근할 경우 즉시 차단하고 112나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을 통해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판결은 해외에서 벌어지는 온라인 사기에 연루된 청년층에게 "무지와 변명은 면책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사법부의 명확한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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