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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첫 여성 총리 '강경 보수' 다카이치…"젠더 평등 저해하며 그 자리 올라"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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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첫 여성 총리 '강경 보수' 다카이치…"젠더 평등 저해하며 그 자리 올라"지적도

자민당, 총리 선거 전날 유신회와 연정 합의로 가까스로 정권 유지

집권 자민당 총재 다카이치 사나에(64)가 21일 일본 첫 여성 총리로 선출됐다. 다카이치는 과거사 문제를 포함해 강경 보수로 분류돼 한국·중국 및 주변 아시아 국가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된다. 유리천장을 깨 주목을 받지만 부부 별성제 등 성평등 현안엔 부정적 입장을 표명해 왔다.

다카이치는 다음 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일,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취임 직후 대형 외교 일정을 마주할 예정이다.

일본 NHK 방송 등을 보면 다카이치는 이날 오후 연이어 열린 양원 투표에서 과반 득표에 성공해 104대 총리에 선출됐다. 다카이치는 먼저 열린 중의원(하원) 총리 지명선거 투표에서 465표 중 237표를 얻어 과반(233표)을 넘겼다. 이어진 참의원(상원) 선거에선 1차 투표에서 과반(124표)에 한 표 못 미친 123표를 얻은 뒤 제1야당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와의 결선 투표에서 125표를 득표했다. 노다는 중의원에서 149표, 참의원 결선에서 46표를 얻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이날 밤 즉시 다카이치 내각이 출범할 예정이다. 이시바 시게루 내각은 이날 오전 총사퇴했다.

다카이치는 참의원 선거 부진을 이유로 당내 압력을 받아 온 이시바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힌 뒤 지난 4일 자민당 총재직에 올랐지만 직후 26년간 연정을 꾸렸던 공명당이 연정 탈퇴를 선언하며 위기에 처했다. 자민당은 양원 모두에서 단독으로 의석 과반을 점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후 정권 교체 가능성까지 거론됐지만, 총리 선거 전날 공명당보다 중의원 의석이 많은 오사카 기반 보수 정당 일본유신회외의 연정 합의에 성공하며 자민당은 정권 유지에 가까스로 성공했다.

강경 보수 성향으로 평가되는 다카이치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줄곧 참배해 와 한국을 비롯해 일본 제국주의 침략 희생양이 됐던 주변 아시아국들과 껄끄러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카이치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 수정을 요구해 왔고 일제 잔학성을 축소하는 방향의 역사 교과서 개정을 지지했다.

다카이치는 전쟁과 무력행사의 영구 포기 내용을 담은 헌법 9조 개정도 주장한다. 기존 연정 파트너였던 공명당보다 보수색이 강한 유신회와 연정을 꾸리며 자위대 존재 헌법 명시 등 평화헌법 개정이 추진력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다카이치는 총리 선거를 앞두고 주변국 반발을 의식한 듯 지난 19일 종료된 야스쿠니신사 가을 예대제(제사) 기간엔 참배를 삼가고 공물 대금만 사비로 봉납했다. 그는 지난달 21일 일본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선 총리 취임 뒤 야스쿠니신사 참배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전몰자에 대한 생각은 앞으로도 소중히 하고 싶다. 외교 문제가 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카이치는 일본 첫 여성 총리로서의 기대를 받고 있다. 지난 14일 NHK가 공개한 일본 18살 이상 성인 대상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52%가 다카이치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고 답했는데, 기대를 거는 가장 큰 이유는 첫 여성 총재이기 때문(27%)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 다카이치가 여성이 정계에 발을 들이는 것을 더 용이하게 만들 디딤돌이 돼 주길 바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다만 다카이치는 현재 일본에서 여성 관련 상징적 현안인 부부 별성제 및 여성 왕위 계승에 반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일본 청년단체 '노 유스 노 재팬(No Youth No Japan)' 대표 노조 모모코는 첫 여성 총리는 "매우 상징적"이라면서도 다카이치가 "사회의 젠더 평등을 저해하며 그 자리에 올랐다"며 여성 정책에 큰 진전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카이치는 취임 뒤 곧바로 굵직한 외교 일정을 소화해야 할 전망이다. 26일 말레이세아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정상회의, 27일 트럼프 대통령 방일, 이어 APEC 정상회의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는 미일 관세 협정에 따른 5500억 달러(약 786조 원) 대미 투자 방안, 주일 미군 주둔 비용 등 주요 쟁점을 논의해야 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다카이치가 미국과 관세 재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카이치가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를 계승하려 하는 것이 아베에 호감을 품고 있는 트럼프와의 대화에서 좋은 분위기를 형성할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정치 안정 측면에선 빠르게 합의된 유신회와의 연정의 지속 여부가 불안 요소다. 20일 합의에서 자민당은 유신회 요구를 받아들여 오사카를 염두에 둔 '부수도(副首都)' 구상 및 의원 수 감축에 합의했다. 다만 유신회가 입각하지 않고 각외 협력에 머물기로 한 것은 양당 연합 관계가 약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유신회와의 연정으로 자민당 정권의 보수색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양당의 의석을 합쳐도 중의원에서 과반이 안 되는 상황에서 야당과의 정책 협력이 더 어려워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제 분야에선 아베 전 총리와 같이 확장 재정과 통화 완화를 추구해 온 다카이치가 인플레이션에 어떻게 대처할지 관심사다. 14일 NHK 조사에서 응답자의 43%는 다카이치가 고물가 대책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답했다.

▲21일 일본 새 총리로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가 도쿄 총리관저에 도착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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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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