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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당 20명이 넘는 아이들 , 매일이 전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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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당 20명이 넘는 아이들 , 매일이 전쟁입니다

[유보통합을 말하다] 안전과 교육 위한 '연령별 유아 수 기준' 재정비 필요

경기도 ○○○ 유치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로써 유아교육 현장에서 9년째 유아들과 함께하며 지금도 교사로서의 소명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쓰기까지, 그리고 제 소속과 이름을 밝힌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누군가는 목소리를 내야 현실이 바뀌고, 우리 유아교육 현장이 더 평등하고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기에 이렇게 글을 쓴다. 더 나은 유치원, 더 나은 어린이집 더 나은 교육환경 그리고 무엇보다 유아들이 행복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기 위해 작은 용기를 내어본다.

현재 우리나라 유치원은 각 시·도 교육청의 기준에 따라 학급이 편성되고 있다. 4~5세일 경우 유아 한 반에 20명이 넘는 경우가 많아, 교사 1인이 감당하기에는 과도한 인원이 배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교육의 질 저하는 물론, 유아의 안전 관리에도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 학급에만 부담임교사를 배치하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 유보통합이 추진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학급당 유아 수 제한과 교사·보조교사 배치 기준 강화, 연령별 차등 기준 마련 등 보다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정책 설계가 시급하다.

유아들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고, 무엇보다 정서적 안정과 맞춤형 지도가 필요한 시기다.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눈높이를 맞춘 섬세한 교육이 필요하며, 생활습관부터 사회성, 창의력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균형 잡힌 성장이 요구된다. 하지만 한 교사가 20명 이상의 아이를 돌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현재 시·도별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현재 유치원, 어린이집의 유아 수 기준은 아래와 같다.

[유치원]

▲ 경기도교육청 2024학년도 유치원 학급당 유아 수 기준 및 학급편성 안내

[어린이집]

▲ 2025년 보육사업안내(지침) - 교육부 (2025. 01. 20)

숫자만으로는 어떤 점이 어려운지 체감하기 어렵지만,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들의 현장 목소리는 학급당 유아 수를 줄여야 하는 분명한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

[A 교사]

"4세 유아 16명씩 두 반이 합반되어 한 교실에서 총 32명의 유아를 함께 돌보는 상황을 경험한 바 있다. 명목상으로는 투담임 체제였지만, 실제로는 모든 유아를 함께 관리하고 수업과 행사 등을 공동으로 준비해야합니다. 특히, 교사의 휴게시간이나 일시적인 자리 비움 시, 32명의 유아를 혼자 책임져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사고 위험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교사의 업무 과중과 심리적 소진으로 이어집니다."

[B 교사]

"유치원에서 놀이 시간 중 갈등 상황이 생긴 유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 다른 놀이 공간에서 또 다른 갈등이 발생해도 즉시 관찰하고 대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학부모님들은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 갈등이 잘 해결되었는지 궁금해하시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놓치지 않고 관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교사가 동시에 여러 공간을 살필 수 없어 어려움이 큽니다."

[C 교사]

"2세 영아들은 아직 기저귀를 착용하는 경우도 있고, 일부는 화장실에서 배뇨를 시도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마다 교사의 세심한 손길이 꼭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영아가 기저귀에 대변을 봤을 때, ‘물로 씻겨주셨으면 좋겠다’고 요청하는 학부모님도 계십니다. 하지만 현실은 한 명도 돌보기가 쉽지 않은 시기에 여러 영아를 동시에 돌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저귀를 갈고, 씻기고, 화장실을 안내하고, 또 다른 영아는 울고, 간식을 챙겨야 하고… 교사에게는 정말 쉴 틈이 없습니다. 특히 배변 훈련이 이루어지는 이 시기에는 교사와 영아 간의 상호작용이 매우 중요한데, 현재의 인력과 환경으로는 그 부분이 충분히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보다 나은 돌봄과 상호작용을 위해 개선이 절실합니다."

[D 교사]

"유치원의 경우, 이야기나누기 시간이 끝난 후 만들기나 활동지 등 개별 활동을 위해 각자 자리로 이동해 활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유아마다 작업 속도에 차이가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편차가 생기게 됩니다. 인원이 많을 경우, 활동을 늦게 끝내는 유아를 기다리는 동안 이미 마친 유아들은 책을 읽거나 별다른 상호작용 없이 방치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또한 활동이 끝난 후에는 유아들이 자신이 한 활동을 소개하거나 공유하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유아 수가 많다 보면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이런 중요한 과정이 생략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개별 유아의 발달과 흥미를 충분히 살펴보기 위해서는 학급당 유아 수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E 교사]

"바깥놀이 시간에 유아들이 놀이터에서 자유롭게 놀이를 하던 중, 20명이 넘는 유아들을 한 명의 교사가 관찰하며 놀이 상황을 지켜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어느 날, 친구와 놀이를 하던 중 한 유아가 다른 유아와 부딪히는 일이 있었지만, 그 과정은 교사가 미처 보지 못한 채 하원이 이루어졌습니다. 이후 학부모님으로부터 유아 몸에 살짝 멍이 들었다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는 전화가 왔고, 교사로서는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곤란함을 겪었습니다. 이로 인해 학부모 간 신뢰 형성하는 시기에 어려움을 겪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많은 유아들이 한 반에 있을 경우, 현실은 단순히 ‘아이 수’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이상의 복합적인 어려움으로 이어집니다. 유아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고, 그로 인해 사고의 위험도 증가합니다. 동시에 교사의 집중력 저하와 피로도 증가는 불가피하며, 이는 전반적인 교육의 질뿐 아니라 유아 수업의 질 저하로도 직결됩니다. 유아 개개인의 흥미와 발달 수준에 맞춘 세심한 수업 운영이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현재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는 학급당 필요한 공간이 법으로는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지만, 유아 1명당 약 1.65㎡에서 2.5㎡ 정도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권장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20~25명의 아이들이 한 교실에 모일 경우 최소 40㎡ 이상의 공간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아파트 평수"로 환산해보면, 40㎡는 약 12평 정도다. 이는 원룸이나 소형 아파트 거실 하나 정도의 크기에 해당된다. 이렇게 보면 공간이 얼마나 부족한지, 아이들에게 더 넓고 안전한 공간이 왜 필요한지 알 수 있다. 만약 이 면적이 확보된다 해도, 교구장, 가방장, 책상 등 가구가 많아지면서 유아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점점 줄어들게 된다. 좁은 공간에서 발생하는 부딪힘과 넘어짐은 안전사고로 직결된다. 관련된 사례는 이와 같다.

[F 교사]

"자유 놀이 시간에 한 유아가 벽돌 블록으로 성을 만들던 중, 구조물이 책상 근처까지 확장되었습니다. 그 옆을 지나가던 다른 유아가 이를 피하려다 책상에 부딪혀 넘어졌고, 쌓아두었던 성도 함께 무너졌습니다. 놀이 공간이 협소해지면서 아이들의 동선이 겹쳐 사고로 이어진 상황이며,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유아 수에 비해 교실 공간이 좁아 이러한 상황은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유아 간 충돌이나 안전사고로 쉽게 이어질 수 있다. 학급당 유아 수를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은 단순한 숫자 조절을 넘어 ‘질 좋은 교육 환경’을 마련하는 핵심이며, 유아 개개인에게 충분한 관심과 지도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이는 안전은 물론, 놀이의 질과 발달 지원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금까지 초등학교는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유치원은 여전히 한 반에 20~30명 가까운 유아들이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의 출발선인 유아기에 오히려 인력과 환경이 부족한 것은 심각한 모순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각기 다른 목적과 운영 방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모든 유아에게 공평하고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공동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 유보통합이 점차 추진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교사 1인당 담당 유아 수, 교사 배치 기준, 학급당 적정 인원수 등을 단순 행정 수치가 아닌 유아 발달 특성과 교육 질을 중심으로 재정비해야 할 시점이다.

이에, 교사들의 실제 현장 의견을 반영해 연령별 적정 학급당 영·유아 수를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 싶다.

한 유아의 평생을 좌우할 수 있는 첫 교육이 바로 유치원 교육, 어린이집 교육이다." 이 시기에 어떤 환경에서 자라느냐는 아이들의 전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유치원과 어린이집 현장은 이 중요한 시기를 충분히 책임지기 어려운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단지 교사의 부담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바로 유아 한 명 한 명의 권리와 교육의 질에 대한 문제다.

유보통합이라는 큰 방향성 아래 우리는 ‘형평성’과 ‘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교육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져야 하며, 그 내용 또한 수준 높은 것이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행정적 편의에만 머물렀던 기존 기준을 넘어, 유아 중심, 현장 중심의 정책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정부는 유보통합을 추진하면서 단순한 기관 간의 통합에 그치지 말고, 아이들이 안전하고 존중받는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학급당 유아 수 제한과 교사 배치 기준을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교사 한 명이 감당할 수 있는 유아 수는 바로 아이 한 명이 누릴 수 있는 교육의 질을 결정짓는다.

이제는 교육 정책의 기준이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어야 한다. 아이 한 명, 교사 한 명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정책,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유아기의 교육이 단지 시작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시기’임을 기억하며, 우리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할 때다. 더 늦기 전에 말이다.

ⓒ아이들이행복한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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