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관세 협상 후속 논의를 마치고 돌아온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현금 투자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상한 결과, 미국 쪽에서 한국 외환시장의 영향이나 부작용에 대해 나름대로 이해가 된 부분이 상당히 있다"면서도 "어느 정도 (규모가) 적절한 수준인지를 놓고 양 파트가 굉장히 대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 계속해서 현금 투자 규모를 최대한으로 줄이려 노력하고 있고, 미국은 보다 많은 현금 투자를 요구하는 "첨예한 입장"에서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지난 22일 관세 협상 추가 논의를 위해 '무박 3일' 일정으로 긴급히 미국 워싱턴으로 향한 김 장관은 24일 새벽 4시를 조금 넘긴 시각 귀국해 곧바로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부 대상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김 장관은 방미 결과에 관해 "한참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말씀드리지 못하는 것을 좀 양해해 달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여야 의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일부 내용을 보고했다.
김 장관은 합의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지 묻는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의 질문에 "몇 가지 쟁점에서는 아직 양측이 서로 만족할 만한 상황까지 이르지는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난 22일 김 장관과 미국으로 떠나며 '양국 간 의견이 많이 좁혀졌으나 추가로 한두 가지 쟁점이 남았다'는 취지로 말한 데 관해, 이 의원이 "잔여 쟁점은 좀 더 좁혀졌나"라고 묻자 김 장관은 "잔여 쟁점은 지금 좁혀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답했다.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나'라는 김성원 의원 질문에 김 장관은 "현재는 맞다"고 했다.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열리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을 매듭짓는 것은 "예단하기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는 "저희는 일단 시기라든지 이런 부분을 정해 놓은 건 아니다. 마지막까지 우리의 입장이 관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는 과정"이라며 협상에 시한을 두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김 장관은 현금 투자 비중, 수익배분 방식 등 세부 질문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하기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앞서 한미 양국이 현금 투자 규모를 총액 2000억 달러 안팎으로 잠정 합의했지만 한국은 매년 150억 달러 이상은 어렵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연간 200~250억 달러 이상을 요구하며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데 대해 확인을 거부한 것이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이 '미국이 선불투자(선투자) 요구'를 지속하고 있는지 묻자 김 장관은 "현재 미국 쪽에서 선투자하는 부분들에 대한 입장은 상당 부분 접었다"며 "접힌 상황"이라고 답했다.
'3500억 달러 직접 투자 부분에서 1500억 달러는 대출 보증으로 하고, 2000억 달러는 8~10년간 분할해 투자하는 논의가 나왔나'라는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 질문에는 "그런 유사한 논의는 있었다"면서도 "숫자에 대해서는 제가 확인을 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외환시장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이 어느 정도냐'는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 질의에도 김 장관은 "그건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답변드리기 곤란하다"고 양해를 구했다.
관세 추가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한국에 '미국산 대두 수입량을 늘릴 것'을 요구했는지에 관해 김 장관은 "저도 언론을 통해서 보기도 했다"며 "현재 그런 부분들은, 저희한테 구체적으로 뭘 해달라는 요구는 없다"고 말했다. 농산물 협상 관련 이야기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나눈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나온 적 없다"고 했다. 농산물 검역 단계 완화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관세 협상 마무리 시점을 두고 의원들은 제각각 다른 요구 사항을 정부에 내놓았다. 국민의힘에서 이종배 의원은 "시간에 쫓겨서 무리수를 둘 필요는 없다"고 한 반면, 박형수 의원은 "APEC 기간 중에 타결이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김동아 의원은 "일각에서는 빨리빨리 하라는 요구도 있지만 그것은 국익에 반한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성실하게 협상에 임해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 장관은 "어떻게 해서든 국익과 국민에게 도움이 될 방향을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김 장관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김 실장도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APEC은 코 앞이고 날은 저물고 있어서 APEC 계기 타결을 기대한다면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일부 진전은 있었지만 마지막에 가장 중요한 것 한두 가지로 끝까지 양국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형국"이라며 "전형적인 협상의 모습"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 실장은 "굉장히 중요한 순간에 와있다"며 "협상이라는 것이 막판에 급진전되기도 하기 때문에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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