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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나 학원 끊었어”가 뭔 소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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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나 학원 끊었어”가 뭔 소리여?

우리말을 연구한 것이 40년이 넘었다. 연구하면 할수록 어려움이 많다. 단어의 의미가 갈수록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같은 말인데,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일 때도 있고, 어떤 때는 상상하지도 않은 대답이 나올 때도 있다. “인천 앞바다의 반대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은 다양하다. 물론 이것은 웃자고 하는 꼰대 개그에 불과하다. 답은 “인천 엄마다.”, “강릉 뒷바다.” 등 다양하게 등장한다. “( ) 안에 넣으시오.”가 맞는지 “( ) 속에 넣으시오”가 맞는지 알려면 반대말을 생각하면 쉽다. ‘안’의 반대말은 ‘밖’이고, ‘속’의 반대말은 ‘겉’이다. 그러므로 “( ) 안에 넣으시오.”가 더 정확한 표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요즘은 같은 단어인데,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는 것이 있어서 정신이 없다.

오늘 주제로 삼은 단어 ‘끊었다’라는 말이 그것이다. 컴퓨터를 열어 놓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즐기고 있는데, “엄마 나 오늘 학원 끊었어.”하는 제목의 글이 올라 왔다. 그래서 당연히 ‘학원을 그만 두었나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내용은 정반대였다. 오늘부터 피아노 학원에 다니기로 했다는 의미였다. 아이들 말로 멘붕(멘탈 붕괴)이 왔다. 그래서 그런 표현이 더 있는가 하고 블로그나 카페 등을 뒤져보았다. 또 나온 것이 “나 컴활 1급 따려고 학원 끊었어.”라는 글이 있다. 그런가 하면 어느 방에서는 “담배 때문에 엄마가 학원 다 끊었어.”라는 글도 있다. 앞에 있는 두 개의 문장은 ‘학원에 다니기로 했다’는 뜻이고, 뒤에 있는 문장은 ‘학원에 못 다니게 됐다’는 말이다. 똑같이 ‘끊었다’인데, 어찌 이리 반대의 의미를 담고 있는가 헷갈린다.

태호아, 너 학원 끊었니?

응, 나 벌써 끊었어.

라는 대화를 듣고, 독자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하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이 하는 말로는 ‘학원에 다니기로 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마도 학원 ‘티켓을 끊었다’는 의미가 아닌가 한다. 보통은 ‘학원을 끊었다’라고 하면 ‘학원을 그만두다’로 생각할 것이다.

‘끊다’의 본래의 의미부터 자세히 살펴 보자. 사전적 의미로는 ‘따로 떨어지도록 잘라 가르다’라고 나타나 있다. 또 다른 의미로는 ‘(사람이 계속 해서 일이나 관계를)더이상 하지 않거나 지속하지 않다’라고 나타나 있다. 그 외에 ‘(통화를)쉬거나 멈추다 ’, ‘(사람이 공급하던 것을)더이상 주지 않거나 받지 않다’, ‘(옷감을)한 부분을 잘라 사다’, ‘(사람이 표를)돈을 내고 발급받다’, ‘(문장을)마디 있게 사이를 두어 말하다’, ‘(목숨을)더이상 잇지 못하게 하다’, ‘통하지 못하게 막다’, ‘(어음이나 수표 따위를)쓸 수 있게 발행하다’, ‘(일정한 시간에)통과하여 이르다’, ‘(다른 사람의 말을)중간에 자르다’ 등과 같이 다양하게 확장되어 나타나 있다. 몇 가지 예문을 보도록 하자.

교제를 끊다.

전화를 끊지 말고 기다리시오.

전기를 끊다.

비행기 표를 끊다.

수표를 끊다.

태호는 100m를 10초 대에 끊은 사람이야.

등과 같이 다양하게 나타나 있다. 여기서 헷갈리는 것이 ‘수표를 끊다’, ‘비행기 표를 끊다’ 등과 같이 ‘발행하다’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과거에는 가게수표라는 것이 있어서 손으로 써서 끊어 주던 수표가 있었다. 비행기 표도 일부 절취하여(끊어서) 주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여기서는 ‘발행하다’의 뜻이다. 그래서 ‘학원에 등록하여 공부할 수 있는 표를 받았다’는 의미로 “학원을 끊었다”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똑같은 문장에서 “내가 담배를 피워서 엄마가 학원을 다 끊었어.”라고 할 때는 ‘(사람이 계속 해 온 일이나 관계를)더이상 하지 않거나 지속하지 않다’라는 뜻이다.

아이고 어렵다. 투덜투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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