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추진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북지역에서도 백가쟁명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
시범사업에 포함된 자치단체는 표정관리를 하며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약속하고 있는 반면 시범사업에서 탈락한 자치단체들은 확대 선정을 요구하거나 자체사업 추진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민심 달래기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중앙 정치권에서는 이 사업의 시범추진을 두고 규모나 내용, 방식 등에서 ‘낙제점’수준이라며 근본적인 개선책을 주문하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과도한 지방비 부담을 두고 과연 농어촌 기본소득의 실현이 가능하겠느냐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프레시안>은 기본소득 도입에 일찍부터 관심을 보여오고 국가적 정책의 기틀을 다지는 선구자적을 역할을 해 온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에게 인터뷰를 요청해 이재명 정부의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어떤 형태의 기본소득 도입이 이뤄져야 하는지를 소상하게 들었다.
다음은 사전에 <프레시안>이 서면으로 요청한 질문에 용혜인 대표가 보내온 답변을 정리한 내용이다. 편집자
프레시안=먼저 용혜인 대표께서는 이번 정부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 지역 선정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총평을 부탁드린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이해 용혜인 대표)=우선 시범사업의 규모와 내용, 방식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의 국비 지원액은 40%에 불과하고, 나머지 60%는 도와 군이 ‘알아서’ 분담하도록 되어 있다.
지역소멸 위기에 놓여 있고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시군이 가장 많은 재정 부담을 떠안는 구조일 수밖에 없다. 시범사업의 대상도 인구감소지역 농어촌 7개 군에 그쳤다. 전체 농어촌 인구 대비 2%에 불과한 수치다. 지방소멸 대응이라는 사업 목표를 달성하기도, 농어촌 기본소득의 전환적 효과를 충분히 입증하기도 어렵다.
7개 시군 시범사업으로는 효과 입증 어려워
이렇듯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인구감소지역 농어촌의 71%(69개 중 49개 시군)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신청했다. 지자체장의 소속을 막론하고, 지방소멸 극복에 의지가 있는 지자체들이 고루 신청한 것이다. 그만큼 농어촌 기본소득이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 절박한 대안이라는 뜻이다.
선정된 지역도, 선정되지 못한 지역도 모두 만성적인 경기침체를 겪고 있고 지방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들이다. 송미령 장관도 선정된 지역과 미선정된 지역 간의 차이가 경미하다고 밝혔다. 향후 시범사업의 규모를 보다 확대해, 기본소득이 필요한 더 많은 소멸위기 농어촌이 시범사업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
프레시안=정부 시범사업의 향후 확대 가능성과 정책모델 검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용 대표께서 주장해 온 전면적인 기본소득 도입에 나아갈 수 있는 제도적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보는지.
용혜인 대표=앞서 언급한 대로 개선되어야 할 점이 많다. 그럼에도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지방소멸 위기를 해결하고 기본사회를 실현하는 이정표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이재명 정부의 아동수당 확대·햇빛바람연금 도입 바람직
농어촌 소멸위기의 핵심은 지역경제 침체의 악순환이다. 농어촌 주민의 소득이 줄어드니 구매력이 줄고, 생활서비스와 소비가 유출되고, 지역경제가 침체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생활서비스를 유지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소득보장정책이 필요하다.
실제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 기본소득 실험 사례를 보면, 인구유출이 줄고 지역화폐 사용이 활성화되는 등 기본소득의 효과가 명백히 드러났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기본소득 정책의 효과를 다시금 증명하고, 그간의 인프라 중심의 지방소멸대책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는 해법이 되리라고 본다.
이재명 정부는 농어촌 기본소득뿐만 아니라 아동수당 확대, 햇빛‧바람연금 도입 등 기본소득의 취지에 부합하는 정책을 다수 추진하고 있다. 기본소득이 인구위기, 지역소멸 위기 등 대한민국이 마주한 다층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시급하게 추진되어야 할 개혁과제라는 점을 정부 또한 공감하는 것이다. 정부의 기본소득형 정책이 제대로 된 성과를 내서, ‘기본소득 대한민국’이라는 커다란 개혁으로 이어지도록 기본소득당 역시 제 역할을 다하겠다.
프레시안=앞서 ‘규모와 내용, 방식 모두에서 낙제점’이라는 기본 입장을 다시 밝혔는데 국비 40% 부담, 지방비의 과도한 부담이 갖는 문제점은.
용혜인 대표=기본소득당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가장 집중한 주제 중 하나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의 국비‧도비 지원 확대다. 대통령의 공약사항으로 추진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부처들이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지역소멸대응 사업은 농식품부 소관이 아닌 행안부 소관임에도 불구하고 농어촌 기본소득 예산을 추가적으로 확보하려는 행정안전부 차원의 노력이 사실상 전무했고, 농식품부 소관 사업으로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본 사업을 행정안전부가 책임 있게 집행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시범사업 예산 확대에는 일관되게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행정안전부의 소극적인 역할과 태도 문제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효과를 내야 본 사업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행정안전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 국무회의에서 시범사업 확대를 건의하거나, 시범사업을 공동주관해 행정안전부 차원의 추가 예산을 확보하는 등 윤호중 장관이 마음만 먹으면 국비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은 많다. 행정안전부가 이대로 시범사업을 방치하지 않도록,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부처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와 노력을 촉구하겠다.
도비 부담이 낮은 것 역시 문제다. 정부 가이드라인은 시도와 시군이 각각 30%씩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전북특별자치도를 비롯한 대부분의 광역지자체가 18%만 부담하고 있다. 가장 힘이 센 정부와 광역지자체가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시군에 재정부담을 전가하는 꼴이다.
힘 센 정부‧광역지자체가 시‧군에 재정 전가
지방소멸 위기에 놓인 시군을 지원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인 동시에 광역지자체의 책무다. 시범사업 공모 당시에는 여러 개 시군을 지원할 가능성을 고려해, 도비 부담을 소극적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그러나 결과를 보면 광역지자체 별로 선정된 시군이 1개이 불과해, 적극적인 도비 지원이 가능하고 또 필요하다. 전북만 봐도 2024년 결산 기준 전북특별자치도의 순세계잉여금이 1684억인데, 도비 지원을 30%까지 확대하는 데에 드는 필요한 비용은 58억이다. 순세계 잉여금의 3%만 써도 도비 지원을 늘릴 수 있는 셈이다.
프레시안=한편으론 시범사업 대상에서 탈락한 전국 시군의 반발이 확산하고 추가 지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어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용혜인 대표=먼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확대에 대한 논의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상지역만 선정했을 뿐, 해당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논의가 끝나는 것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0월 28일 국회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시범사업의 추가 선정 여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충청북도 등 농어촌 기본소득 미선정 지역에서도 단체장이며, 지방의회까지 추가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피력하고 있다.
지자체·국회 등 시범사업 확대 공감대 커
국회에서도 예결위, 행안위, 농해수위 등 상임위를 막론하고,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확대에 대한 공감대가 크다. 그만큼 농어촌 기본소득이 지방소멸 대응에 꼭 필요한 대안이라는 점을 많은 의원들께서 공감해주고 계신 것이다. 향후 국회 예산 심사과정에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예산이 확대될 수 있도록 전방위적이고 초당적인 협력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농어촌 기본소득이 시범사업에 그치지 않고, 전면 실시까지 이어지려면 지금부터 정부 차원의 중장기적 로드맵이 논의되어야 한다. 행정안전부를 주무부처로 하는 정부 산하 기본사회위원회가 농어촌 기본소득 논의의 컨트롤타워가 될 예정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윤호중 장관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이후의 본 사업을 행정안전부가 책임 있게 집행할 의사를 밝혔다. 향후 행정안전부가 기본사회위원회의 논의를 적극적으로 견인하여 실효성 있는 전면실시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 기본소득당 역시 기본사회위원회의 구성 및 논의 과정을 상시적으로 점검하며, 농어촌 기본소득 전면실시가 하루라도 빠르게 이뤄지도록 논의를 견인해 나가겠다.
농어촌 기본소득법 제정에도 힘 쏟을 것
농어촌 기본소득 제도화와 재원 확보가 안정적으로 이뤄지려면 농어촌 기본소득법 제정도 중요하다. 지난 8월, 저와 신정훈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님이 힘을 모아 「지역소멸 위기대응을 위한 농어촌기본소득법안」을 공동대표발의했다. 전국 모든 농어촌에 월 3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법안으로, 농어촌 주민, 소상공인, 시민단체, 연구자 등 많은 분들께서 법안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계신다. 향후 지속적으로 입법간담회를 주최해 농어촌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전국 각지에서 설득하고, 빠른 시일 내에 농어촌 기본소득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초당적인 입법 논의를 이끌어가겠다.
프레시안=이번 시범정책 결과에 따라 인구소멸 위기에 직면한 농어촌지역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삶의 질 향상·인구 구조 변화 등의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을 텐데 용 대표의 향후 구상과 함께 농어촌기본소득 정책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지.
용혜인 대표=기본소득당은 국회 예산심사에 적극 개입해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빠른 시일 내에 농어촌 기본소득법을 제정해 농어촌 기본소득의 안정적인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9월부터 농어촌 주민 당사자 분들과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농어촌기본소득추진연대를 발족하기도 했다. 빠르면 연내에,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농어촌 기본소득법이 제정되도록 국회 안팎에서 전방위적인 노력을 다하겠다.
농어촌 기본소득의 안정적·제도적 기반 마련 목표
농어촌 기본소득 실현은 결국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이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수도권에만 의존하지 않고 모든 지역이 고르게 살아 숨 쉬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전환점이자, 국민 모두가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경제적 자유를 보장하는 전국민 기본소득의 출발점이다. 농어촌 주민들의 절박한 요구로 시작한 농어촌 기본소득 정책이 제대로 뿌리를 내려서, ‘기본소득 대한민국’이라는 대전환까지 확장될 수 있도록 기본소득당은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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