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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스타인 파일 불똥 맞은 영국 총리 사임 위기…트럼프는 멀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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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스타인 파일 불똥 맞은 영국 총리 사임 위기…트럼프는 멀쩡

주미 대사의 엡스타인에 정책 정보 유출 혐의 제기되며 거센 비판 직면…유럽 왕실·정치인도 뭇매

최근 미국 법무부의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수사 기록 추가 공개 불똥이 튀며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사임 위기에 처했다. 그가 임명한 주미 대사가 과거 엡스타인에 정부 정책 정보까지 넘겼다는 의혹이 새로 제기되면서다. 유럽 각국 왕실 및 유력 정치인들도 엡스타인 연루 의혹에 뭇매를 맞고 있다.

스타머 총리는 5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헤이스팅스에서 행한 연설에서 엡스타인 피해자들을 향해 "죄송합니다. 여러분에게 일어난 일들이 죄스럽고 권력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여러분을 저버린 것이 죄송합니다. 맨델슨(전 주미 영국 대사)의 거짓말을 믿고 그를 임명한 것을 사과드립니다. 또 이 이야기가 또 다시 대중들에 거론되는 것을 지켜보게 해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스타머 총리 자신은 엡스타인과 직접 연관이 없지만 지난달 30일 미 법무부의 엡스타인 수사기록 추가 공개로 피터 맨델슨 전 주미 대사의 엡스타인 연루 의혹이 재차 불거지며 맨델슨을 임명한 총리가 비판 대상이 됐다.

맨델슨은 이미 지난해 엡스타인이 성범죄를 인정한 뒤 그에게 지지 메일을 보낸 사실이 드러나며 주미 대사직에서 경질됐지만, 기록 추가 공개 뒤 금융 정책 유출 혐의가 제기되며 다시 한 번 도마에 올랐다. 맨델슨이 2009년 금융위기 당시 산업장관으로 재임하던 때 금융가인 엡스타인에게 민감한 시장 정보 및 영국 정부가 취할 경제정책을 미리 알렸다는 의혹이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맨델슨이 엡스타인을 알고 지냈다는 건 공개적으로 알려진 지 꽤 됐지만 우리 중 누구도 그 관계의 깊이와 어두움을 알지 못했다"며 맨델슨이 대사 임명 당시 엡스타인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선 그를 "거의 모르는 사람"으로 묘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는 속았고 기만 당했다"고 설명했다.

스타머 총리는 전날 의회 총리질의(PMQ)에서 대사 임명 전 맨델슨과 엡스타인 간 친분을 알고 있었다고 인정했지만 맨델슨이 관련해 검증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했고 "임명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스타머 총리가 이틀 연속 해명에 나선 것은 퇴진 압박까지 받을 정도로 궁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5일 영국 BBC 방송을 보면 케미 바데노크 보수당 대표는 총리직에 대한 "방어가 불가능하다"고 밝혔고 자유민주당은 여당인 노동당이 총리 신임 투표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동당 일부에서도 사퇴 요구가 나오고 있다. 레이첼 마스켈 노동당 하원의원은 BBC에 스타머 총리에 "선택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임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임명 당시 피터 맨델슨과 제프리 엡스타인 관계를 알고 있었단 사실을 몇 달 동안 하원에 숨겼다"며 이는 의원들 뿐 아니라 피해자들에게도 "불명예스러운 일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노동당 하원의원은 "솔직히 말해 그가 어떻게 (총리직을) 지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몇 달째 말기 상태였던 환자가 이제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격"이라고 말했다.

스타머 총리 지지율은 이미 바닥 상태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스타머 총리 지지율은 19%에 불과했다. 지난해 말엔 15%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5일 <로이터> 통신은 스타머 총리가 이번 사태 여파로 사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영국 국채 수익률도 이틀 연속 오름세라고 보도했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스타머의 유력한 후임으로 꼽히는 안젤라 레이너 노동당 하의원이 보다 좌파적 성향으로 여겨지며 보다 완화적 재정 정책과 더 많은 국채 공급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통신은 정치 컨설팅사 유라시아 그룹이 올해 스타머 사임 가능성을 기존 65%에서 80%로 끌어 올렸다고 덧붙였다.

다만 BBC는 노동당에서 비공개적 분노 표출이 나오고 있지만 공개 사퇴를 요구하는 의원은 거의 없다는 데 주목하며 총리의 입지가 약화된 건 사실이지만 사임이 임박한 상황까진 아니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정작 트럼프는 멀쩡…"미국서 대통령 통제 장치 사라져"

영국에선 지난주 엡스타인 기록 추가 공개본에서 찰스 국왕의 동생인 앤드루가 바닥에 누워 있는 여성의 배 부근에 손을 얹은 사진이 공개되며 파장이 일기도 했다. 앤드루는 이미 지난해 10월 엡스타인 관련 추문으로 왕자 칭호를 잃고 지난 4일 왕실 공식 거처에서도 퇴거 당했다.

영국 뿐 아니라 노르웨이 왕실 및 정치권도 엡스타인 기록 공개 뒤 뭇매를 맞고 있다. 노르웨이 왕위 계승 예정자인 호콘 왕세자의 배우자 메테마리트 왕세자빈에 대한 언급이 엡스타인 기록에 약 1000번 등장하며 이메일 연락 등 부적절한 친분 관계가 드러나면서다.

왕세자빈은 관련해 즉각 "판단력이 부족했고 엡스타인과의 모든 접촉을 깊이 후회한다. 부끄럽다"고 밝혔지만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왕세자빈은 하콘 왕세자와 결혼하기 전 얻은 아들의 강간 혐의가 불거지며 이미 곤욕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까지 지난 2일 "왕세자빈의 판단력이 부족했다는 말에 동의한다"며 이번 일로 왕실과 연락한 적 없다고 해명에 나섰다.

이에 더해 <로이터>는 5일 노르웨이 경찰이 엡스타인 연루 의혹을 받는 토르비에르 야글란 전 총리에 대한 부패 혐의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1996~1997년 노르웨이 총리를 지낸 야글란은 2009~2019년 유럽평의회 사무총장, 2009~201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노벨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저명한 정치인이다.

프랑스에선 문화부 장관을 지낸 자크 랑이 공개된 이메일을 통해 엡스타인과 부동산 거래를 시도했던 내용 등이 드러나 5일 프랑스 외무부 및 문화부에 소환됐다고 프랑스24 방송이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외교 편집자 패트릭 윈투어는 5일 엡스타인 기록 공개 뒤 연루된 엘리트들에 대한 추궁이 각국에서 "각기 다른 강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엡스타인 기록에 미국 대통령 이름이 많이 언급됐음에도 아무 결과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반면 스타머 총리는 이로 인해 사임할 수 있는 세계 첫 지도자가 됐다"며 미국에서 "대통령을 통제하기 위한 헌법적 책임 장치는 오래 전 사라진 듯하며 대중은 트럼프의 도덕적 결함에 무감각해진 상태"라고 짚었다.

▲5일(현지시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헤이스팅스 세인트레오나즈 호른타이파크경기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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