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군과 전주시의 행정통합 논의가 장기 표류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주민투표 결정이 수개월째 미뤄지는 사이, 통합 논의는 행정 효율이나 지역 발전의 차원을 넘어 정치적 계산과 여론의 충돌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찬반 양측은 모두 ‘주민의 뜻’을 내세우지만, 그 해석은 정반대다.
통합 반대 입장을 밝힌 이돈승 김대중재단 완주군지회장은 “전주시의 재정 상태가 어려운 상황에서 완주군이 희생을 감수할 이유는 없다”며 “청주·창원 등 선행 통합 사례를 보면 주민 대부분이 후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지회장은 지난해 청주시의 구 청원군 지역과 창원특례시의 구 마산 지역을 직접 방문해 주민 60여 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제시하며, “40명 중 35명, 26명 중 21명이 ‘통합하면 후회한다’고 답했다”며 “행정통합이 주민의 삶을 개선하기보다는 오히려 행정 비효율과 지역 간 위화감을 키웠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창원특례시는 인구가 100만 명 이하로 줄며 특례시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며 “이런 현실에서 완주군이 전주시와 통합해 얻을 실익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북도와 전주시가 통합 명분으로 내세운 ‘105개 상생공약’과 8조 8000억 원 투자 계획은 실현 가능성보다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며 “통합 청원인들이 스스로 청원을 취하하고 갈등을 매듭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완주전주통합추진연합회 김병석 실무대표는 “전북은 인구와 산업 기반이 전국 최하위 수준으로 정체돼 있다”며 “행정통합은 지역이 다시 도약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완주·전주 통합은 주민이 스스로 주도하는 지방자치의 실험”이라며 “통합을 통해 중복 행정을 줄이고, 정부의 재정 지원과 특례시 승격을 동시에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 반대 세력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일부 정치권과 관변단체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며 “공공기관을 동원해 반대 여론을 조직하거나, 왜곡된 정보로 군민을 세뇌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행안부가 더 이상 결정을 미뤄서는 안 된다”며 “법적 절차에 따라 주민투표를 실시하고, 결과에 따라 정부와 전북도가 책임 있게 후속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양측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반대 측은 “행정통합은 실패한 정책이며 완주군의 자치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일”이라 주장하고, 찬성 측은 “통합만이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고 전북이 성장할 기회를 얻는 길”이라고 맞선다.
하지만 통합 논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합 문제는 행정 개혁이 아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행안부는 여전히 ‘검토 중’이라며 결정을 미루고 있고, 정치권은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분위기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주민 여론과 절차를 존중하되, 통합 논의는 시기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도 관계자 역시 “지역 발전 전략의 하나로 통합을 검토하되, 갈등 해소와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완주·전주 통합은 여전히 ‘논의는 있으나 진전은 없는’ 상태로 남아 있다. 찬반 진영의 입장이 고착화된 가운데, 통합 논의의 시계는 다시 정치권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 일정이 통합 논의를 묶어둔 채, 지역 사회는 여전히 방향 없는 논쟁 속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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