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장애인 괴롭힘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집단 진정을 당했다. 장애인 권리중심 일자리를 비판하며 "기형적", "시위 일당 지급" 등 거센 발언을 한 것이 장애인과 장애인 정책에 대한 편견과 낙인을 조장하는 언어적 괴롭힘이라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7개 장애인단체는 11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서 의원을 포함한 장애인 90여명이 오 시장 등에 대한 집단 진정을 인권위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진정서에 따르면, 지난 9월 16일 오 시장은 서울시의 장애 정책 5개년 계획을 발표하는 '2530 장애인 일상활력 프로젝트' 기자 설명회에서 "일부 장애인단체 탈시설이 마치 무슨 굉장히 해법인 것처럼 그렇게 주장을 과도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장애계가 꾸준히 요구해 온 탈시설 정책을 비판했다.
탈시설은 장애인이 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내에서 자립적으로 생활할 권리, 자립적 생활에 필요한 지원을 사회로부터 받을 권리를 말한다. 지난 2014년 UN장애인권리위원회는 대한민국 국가보고서 최종견해를 발표하며 한국에 '효과적인 탈시설 전략을 개발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오 시장 또한 당선 뒤 폐지된 서울형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에 대해 "그 본질은 이름과는 달리 서울시가 지원하는 재원을 가지고 시위나 이런 것들을 해서 일당으로 지급이 되는, 어떻게 보면 전 세계 유례없는 기형적인 일자리를 계속해서 주장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오 시장이 언급한 '기형적'은 '구조, 생김새 따위가 정상과는 다른 모양인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정책을 비판하면서 장애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다.
장애인들은 이런 오 시장의 발언들이 장애인과 장애 정책에 대한 언어적 괴롭힘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은 "오 시장의 발언은 정신적·정서적·언어적인 차별행위로서, 장애인 당사자와 관련자로서 깊은 정신적인 충격과 억울함,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며 "특히 오 시장처럼 서울시 모든 정책을 책임지는 책임자이자 공직자, 정치인으로서 자행한 공개적인 발언은 그 파장이 엄청나기에 조금이라도 이러한 차별이 재생산되지 않도록 엄중한 시정권고가 필요하다"고 했다.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로 생계를 유지하다 서울시의 정책 폐지로 일자리를 잃었다는 장효창 씨는 "오 시장은 우리의 일자리를 없애버린 것도 모자라 공개적인 자리에서 일자리에 대한 조롱과 모욕을 일삼고 있다"라며 "일자리가 없어져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오 시장처럼 영향력 있는 사람의 혐오발언을 들을 때마다 저는 시설에서의 기억들이 떠올라 눈물이 나고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성토했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도 "오 시장의 말 한 마디가 탈시설과 장애인 노동자에 대한 부정적이고 왜곡된 인식을 준다"라며 "인권위는 이번 진정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장애인의 삶을 짓누르고 있는지 명시한 답을 주길 바란다"고 했다.
시각장애인 당사자인 서 의원도 오 시장의 발언에 대한 인권위 제재를 촉구했다. 서 의원은 지난해 장애인에 대한 괴롭힘 등을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행위로 명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국회를 통과해 지난 9월 19일부터 시행 중이다.
서 의원은 "공적인 영향력을 가진 정치인의 발언이 누군가를 향한 혐오와 배제의 낙인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라며 "혐오가 아닌 평등이, 배제가 아닌 존중이 우리 사회 기준이 될 수 있도록 이번 진정 결과를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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