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의 보좌진 갑질 의혹 이후 처우 개선을 바라는 보좌진들의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국회의원의 갑질 방지를 위해서는 괴롭힘과 부당대우를 막는 국회공무원 규정에 국회의원을 추가하는 등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1일 '미국·영국 의회의 의원과 보좌직원 관계: 고용계약과 고충처리제도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발간하며 이같이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의회로 꼽히는 미국 연방의회와 의회제도의 모국인 영국 의회는 구성원 간에 차별과 괴롭힘을 금지하는 규범 법규를 시행하고 있다. 또 두 나라는 차별과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신고·조사·제재를 담당하는 독립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국 연방의회는 1995년 '의회책임법'(Congressional Accountability Act, CAA)을 제정하고 '의회직장권리보호실'(Office of Congressional Workplace Rights, OCWR)을 설치했다.
의회책임법은 오랫동안 민간부문과 행정부 공무원에게만 적용해 왔던 노동·인권·안전·차별금지 관련 노동 및 고용 관련 연방법을 의회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OCWR은 '의회책임법'에 따라 의회 직원들의 권리보호· 법 위반사항에 대한 신고접수와 분쟁조정·직장 내 안전 보장 등을 담당하는 독립적이고 비당파적인 의회 조직이다.
영국 의회는 2018년에 모든 의회 구성원에게 적용되는 '의회행동강령'(Behaviour Code)을 제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신고하고 조사하는 독립적 고충신고(Independent Complaints and Grievance Scheme, ICGS) 기구를 신설했다.
의회행동강령은 2017년 미국 할리우드 영화계를 휩쓸었던 미투(MeToo)운동의 영향을 받은 의회 여성 직원들이 의원과 의회 상급자에 의한 성희롱과 괴롭힘을 폭로한 것을 계기로 제정됐다.
미국의 OCWR은 의회 구성원 간의 자발적 분쟁조정에 보다 집중하고, 의원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할 권한이 없다. 반면, 영국의 ICGS는 분쟁조정보다는 신고사항 조사와 조사 결과에 따른 제재 결정이 주요 임무로 의원에 대해서도 징계를 권고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국회에도 국회 직원 간의 갈등이나 고충이 발생했을 경우 '국가공무원법'에서 정하는 고충처리절차에 따라 신고와 상담이 가능하다. 그러나 국회의원과 보좌진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또한 국회 내 인권침해 상담 및 신고를 담당하는 '국회인권센터'가 있지만, 국회의원에 의한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조사 권한이 없다.
국회공무원에게 적용되는 '국회공무원 행동강령' 에는 사적 노무 요구금지'와'직무권한을 행사한 부당 행위 금지'가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이 강령은 국회의원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국회의원에게는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이나 '국회의원윤리강령'이 적용되지만, 이들은 품위유지나 공익 우선, 청렴 등과 같이 선언적이고 포괄적인 윤리 규범을 규정하고 있어 갑질을 막는 윤리 규범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우리 국회도 미국이나 영국과 마찬가지로 국회의원과 보좌직원 간 관계의 특성상 괴롭힘이나 부당한 대우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며, 국회의원 윤리 규범에 괴롭힘과 차별, 부당한 대우를 금지하는 내용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해당 윤리 규범의 준수를 감독하고 위반 시 심사하기 위한 독립적인 기구의 설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며 "이를 위해 현재 비상설 기구로 운영되고 있는 윤리특별위원회를 상임위원회로 전환하여 그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이나 영국 의회처럼 독립적인 기구를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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