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범행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에 대한 의혹이 미 하원에서 공개된 엡스타인의 이메일을 통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기극"이라며 반발했다.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을 보면 12일(이하 현지시간) 미 하원 감독위원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언급된 엡스타인과 지인들 간 이메일이 공개됐다. 공개된 메일에서 엡스타인은 2019년 1월 작가 마이클 울프에게 트럼프가 "물론 그 소녀들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적었다. 2019년 수감 중 숨진 엡스타인은 2002~2005년 뉴욕 및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수십 명의 미성년 소녀들을 성적으로 착취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때 엡스타인과 알고 지냈지만 2000년대 중반 그와 사이가 틀어졌고 성범죄에 대해선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엡스타인이 기소된 2019년 7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 엡스타인의 미성년자 성폭력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그와 15년 이상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12일 공개된 또 다른 메일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2011년 4월 공범 길레인 맥스웰에게 "아직 짖지 않은 그 개가 트럼프라는 걸 알았으면 한다"며 이름이 비공개 처리된 피해자와 "그(트럼프 대통령)가 내 집에서 몇 시간을 보냈다. 그는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다"고 적기도 했다. 맥스웰은 이에 "난 그것에 대해 생각해 왔다"고 답했다.
관련해 백악관은 "사기극"이라며 반발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2일 언론 브리핑에서 이를 "민주당이 조작한 사기극"으로 칭하며 해당 메일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잘못이 전혀 없다는 사실 외엔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레빗 대변인은 공개된 메일에서 이름이 비공개 처리된 피해자가 지난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버지니아 주프레라며 그의 사후 출간된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가해자로 지목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에서 주의를 돌리고자 "민주당이 제프리 앱스타인 사기극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당은 역대 최장 기간 이어진 이번 셧다운 사태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고 있었다. 셧다운은 이날 하원 표결을 거쳐 43일 만에 종료됐다.
이날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민주당이 메일을 선택적으로 공개했다며 이메일을 포함해 2만 쪽 분량의 엡스타인 관련 문서를 추가로 공개하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 문서들에서도 트럼프 대통령 이름이 자주 언급됐지만 주로 정치 경력 등 다른 주제에 관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부인에도 엡스타인 연루 의혹은 그를 끈질기게 따라 붙고 있다. 지난 9월 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003년 엡스타인에 보낸 생일 축하 편지가 공개되기도 했다. 외설적 그림이 담긴 해당 편지엔 "매일이 또 다른 멋진 비밀이 되길"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것으로 추정되는 서명이 표시돼 있었다. 백악관은 해당 문서가 가짜라고 일축했다.
의혹 해소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엡스타인 수사 관련 문서 전체 공개가 기대됐지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레빗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에서 엡스타인 파일 전체를 공개하는 게 낫지 않냐는 질문을 받고 트럼프 정부가 이미 법무부, 하원 감독위원회에 협조하며 "투명성"을 보이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트럼프 지지층조차 이 같은 방식을 납득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는 지난달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함께 진행한 조사에서 엡스타인 파일 처리 방식에 대해 공화당원 10명 중 4명만 지지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반적 업무 수행에 대해선 10명 중 9명이 지지를 밝힌 데 비해 현격히 낮은 수준이다.
여론조사 분석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종합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 평균에 의하면 지지율이 2기 취임 뒤 최저점인 42.4%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새로 공개된 엡스타인 메일이 지지층을 흔들어 트럼프 대통령에 추가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하원은 다음 주 엡스타인 관련 모든 자료를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을 표결에 부칠 전망이다. 미 CBS 방송을 보면 12일 하원에서 해당 법안 강제 부의에 필요한 과반(218명) 의원 서명이 확보됐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취재진에 "다음 주 복귀하자마자 그 안건을 상정해 전체 표결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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