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정부가 최종 타결된 관세협상·안보 협의에 따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발표한 가운데,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 자동차 부품 등에 대해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했다. 쌀·쇠고기 추가 시장 개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정부는 밝혔으나, 농산물 수입 절차를 효율화 하기로 미국과 합의하면서 유전자 변형 농산물 등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가 불가피해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4일 브리핑을 통해 "상호관세는 8월 7일부터 15%가 적용된다"며 "자동차 부품은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 이행을 위한 별도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달의 1일부터 소급해 관세를 적용할 텐데, 법안은 지금 마련돼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11월 1일부터 자동차 및 부품 관세가 소급 적용되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관세 인하 내용과 관련해 김 실장은 "미 측이 상호관세를 15%로 인하하고 현재 부과 중인 한국산 자동차 및 부품, 목재 제품 관세를 15%로 조정하는 내용이 반영됐다"며 "향후 부과가 예고된 의약품 관세는 최대 15%를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반도체 관세와 관련해 주요 경쟁국인 대만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갖췄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232조 관세는 한국보다 반도체 교역이 큰 국가와의 합의가 있다면 한국에는 이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부여하도록 했다"며 "사실상 주요 경쟁 대상인 대만 대비 불리하지 않은 조건에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관련해 팩트시트에는 "반도체(반도체 장비 포함)에 부과되는 어떠한 232조 관세의 경우에도, 미국은 한국에 대한 232조 관세에 대해 미국이 판단하기에 한국의 반도체 교역규모 이상의 반도체 교역을 대상으로 하는 미래 합의에서 제공될 조건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부여하고자 한다"고 명시됐다.
농업 분야와 관련해서는 김 실장은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쌀, 쇠고기 등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고려하여 추가 시장 개방은 담지 않았고 양국 간 협력과 소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합의했다"며 "농업시장 개방을 비롯하여 우리 측에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는 사항은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농산물 교역과 관련한 팩트시트 내용에 "식품 및 농산물 교역에 영향을 미치는 비관세 장벽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한다", "농업 생명공학 제품의 규제 승인 절차를 효율화하고 미국 신청 건의 지연을 해소하며, 미국산 원예작물 관련 요청을 전담하는 'U.S. Desk'를 설치하고, 특정 명칭을 사용하는 미국산 육류와 치즈에 대한 시장접근을 유지한다"로 돼있는 점은 눈에 띈다.
농업, 생명공학 제품의 규제 승인 절차를 효율화하게 되면 유전자 변형 농산물 수입 절차가 간소화될 가능성과 함께 미국산 채소, 과일을 비롯한 원예작물에 대한 요청을 전담하는 부서를 설치함으로 결과적으로 미국산 농산물 수입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7월 합의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제네릭(복제약) 의약품·원료·화학전구체, 특정 천연자원, 특정 항공기·부품에 대한 관세 철폐도 추가로 반영됐다. 제네릭 의약품 등의 관세 철페 시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에서 통상 현안 협의가 이행되는 시기부터"라고 덧붙였다.
또한 기존 합의대로 1500억 달러의 조선 협력 투자와 전략적 투자 MOU에 따른 20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략적 투자 MOU와 관련해 관련해 김 실장은 "상호 신뢰하는 파트너로서 양국은 연간 200억 불의 자금 조달액 상한을 설정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외환시장 불안이 우려될 경우 한국이 자금 조달 규모 및 납입 시기 조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안전 장치도 반영했다"며 "전략적 투자 MOU와 관세 인하 등 양국 간 관세 합의 사항에 대해 명확하게 합의문으로 발표되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안전장치와 관련해 팩트시트에는 "MOU상 공약의 이행이 원화의 불규칙한 변동 등 시장 불안을 야기할 우려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한국은 조달 금액과 시점을 조정할 것을 요청할 수 있으며, 미국은 신의를 가지고 그와 같은 요청을 적절히 검토할 것"이라고 명기됐다. 한국에서 시장 불안이 있을 경우 조달 내용 변경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한 것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확보한 측면이면서도, 이 역시 미국의 수용 여부에 맡겨져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한계도 분명한 셈이다.
김 실장은 "조만간 전략적 투자 MOU에 대해 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관세 인하와 관련한 구체적인 조치도 미 측과 협의 중"이라며 "곧 발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MOU 이행 시점에 대해서는 "그렇게 길지 않은 기간 내에 MOU가 상호 간에 사인을 해서 교환하고 나면 법안은 바로 제출할 수 있다"며 "법안이 제출되고 나면 그건 국회 일정에 따를 텐데, 통과가 아니라 제출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11월에 제출할 수 있을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목재, 항공기 부품은 MOU 서명일로부터 관세인하가 발효된다"고 부연했다.
미 연방자동차안전기준(FMVSS)을 충족하는 미국산 차량의 연 5만 대 수입 상한도 폐지하기로 했다. 김 실장은 "다만 지난해 미국산 자동차의 총 수입 대수가 4만 7000대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또한 디지털 분야에서도 미국은 유리한 입지를 확보했다. 팩트시트에는 "망 사용료, 온라인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과 정책에 있어서 미국 기업들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하여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고 명시됐다.
특히 쟁점사안으로 꼽혔던, 인앱수수료 규제가 골자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과 구글의 정밀지도 해외 반출이 해당 팩트시트 조항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구체적으로 고정밀지도에 대한 반출 요구도 있었고 특정 요구 항목을 갖고 상당히 오랜 기간 협상을 했다"며 "'이퀄 트리트먼트(equal treatment)' 원칙에 합의했기에 개별 사안은 계속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애플은 우리나라에서 제시한 안에 '문제 없다'고 수용했고 구글은 아직 이견이 있는 등 사안별로 다르다"고 밝혔다.
민간 부문의 투자 구매와 관련해 김 실장은 "지난 8월 정상회담 계기 이미 발표한 우리 기업들의 1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직접투자, 또 대한항공의 보잉 항공기 103대 구매 발표를 재확인하고 환영하는 한편 한국이 미국 상품 홍보를 위한 특별 전시회를 국내에 개최하여 양국 간 교역 확대를 지원하는 내용도 담겼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협상이 지연된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원래 3500억 달러보다 훨씬 더 큰 규모, 반도체까지 포함한 제안을 가지고 와 협상 타결이 안됐다"며 "이후 7월31일 정해진 3500억 달러 규모로 틀이 정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분야가 빠지며 전체 규모가 3500억달러로 타결됐고 반도체 분야에서 우리가 불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 팩트시트에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한미 간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에 양측이 서명했다고 이날 오후 별도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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