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검사장과 지청장들이 공동입장문을 내고, 내부망에는 격한 말들이 쏟아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집단적 반발의 파도에 밀려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 광경을 지켜보며 떠오른 첫 생각은 이렇다. "검찰은 참 부끄러움을 모르는 집단이구나."
검사들이 내건 깃발은 고상하고 아름답다. 권력의 간섭을 배제하고, 검찰의 독립성을 지키고, 법의 원칙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치 권력과 한 몸으로 얽혀 '검찰 통치'에 앞장섰던 조직이 "검찰의 존재 의의"를 거론하며 독립과 정의의 깃발을 흔드는 모습은 그로테스크하게 초현실적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해 검찰총장이 항고를 포기했을 때 검찰은 조용했다. 몇몇 검사들이 문제 제기를 했지만 미풍에 그쳤다. 이번처럼 검사장·지청장급 간부가 공개 입장문을 내고 일선 검사들이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태풍급 반발은 없었다. 항고 포기의 적실성을 따져보면, 구속기간을 '날'이 아니라 '시간'으로 따져 구속취소한 결정은 이번 대장동 사건 판결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그때의 침묵과 지금의 광풍 사이에는 조직의 이해가 있을 뿐 원칙은 없다.
검찰의 집단행동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개혁의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검찰은 깃발처럼 펄럭이며 들고일어난다. 성명서가 난무하고, 총장 사퇴 요구가 이어지고, 간부들은 줄줄이 사직서를 던진다. 노무현 정부 초기 '기수 파괴' 강금실 법무부 장관 임명 때의 '검란'에서부터, 문재인 정부 시절 수사권 조정과 검찰 개혁에 맞섰던 저항에 이르기까지, 검찰의 집단행동은 언제나 조직 보전, 기득권 유지를 위한 것이었다. 그들의 저항은 '정의'가 아니라 '이익'의 문제였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권력의 입맛에 따라 인사가 흔들리고 수사가 좌지우지돼도 검찰은 잠잠했다. 조직의 근본만 건드리지 않는다면 그들은 눈을 감고 귀를 닫았다. 검찰이 말하는 '독립'은 국민으로부터의 독립이었고, 그들이 말하는 '법의 원칙'은 검찰을 보호하는 방패였다. 검찰의 '선택적 반발'에는 늘 확실한 목표와 지향점이 있다. 자신들의 성채를 지키는 것이다.
'울고 싶은데 뺨 때린' 항소 취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검찰청 폐지'라는 초강도 개혁이 추진되고 있으나 검찰은 제대로 저항하지 못했다. 윤석열 정권 시절의 낯뜨거운 정치개입과 표적수사로 국민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목소리를 내기 면구스러웠을 것이다. 그런데 때마침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가 터졌다. 울고 싶은데 뺨을 때린 격이었다. 언론도 일제히 "납득하기 어렵다"며 부정적인 반응 일색이었다. 검찰은 드디어 마음 놓고 울 명분을 얻었다. 그 울음에는 잃어버린 권세에 대한 통곡과, 무너져가는 특권의 성채를 지키려는 몸부림이 담겨 있다.
이번 사태로 검찰 개혁의 정당성은 상처를 입고 발걸음이 비틀거리는 듯 보인다.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은 "대장동 항소 포기는 이재명 대통령을 위한 사법 방탄" "검찰 개혁은 정권 장악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공세에 열을 올린다. 개혁의 정당성을 둘러싼 잡음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검찰은 적지 않은 '성과'라 여길 것이다.
항소 포기가 괜한 긁어 부스럼으로 논란을 자초한 것은 사실이다. 정확한 진상과 경위도 밝혀져야 한다. 그렇다고 이번 사안을 검찰청 폐지의 부당성을 뒷받침할 근거로 삼기엔 어렵다. 검찰청 폐지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쥔 한국 검찰의 기형적 구조를 정상화하고, 국가권력 전체의 균형을 복원하기 위한 것이다. 검찰의 표적 수사, 제 식구 감싸기, 잦은 정치적 기소는 이미 수십 년간 축적된 현실이다. 오히려 대장동 1심 판결 내용, 검찰의 선택적 반발은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더 뚜렷이 보여준다.
심장에 닿지 못한 사냥칼
대장동 사건 수사는 출발부터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칼이었다. "화천대유는 누구 것이냐"(2021년 9월16일,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공격이 대대적 수사를 촉발한 방아쇠였다. 검찰은 그해 9월29일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이 대통령을 대장동 의혹의 몸통, 화천대유의 실소유주로 상정한 수사였다. 그러나 검찰이 원하는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윤석열 당선 이후 시작된 2차 수사는 더욱 집요했다. 결국 검찰은 이 대통령을 배임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수사·기소가 '정치적 증오의 산물'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검찰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급기야 군을 동원한 강제 체포로 그를 '제거'하려 했다. 심지어 이 대통령의 위증교사 혐의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판사까지 체포 명단에 올렸다. 대통령의 증오가 그 정도였으니 검찰 수사의 실상이 어땠을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대장동 1심 판결은 사냥의 칼끝이 결국 심장에 닿지 못했다는 판정이었다. 재판부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보고는 받았으나, 불법은 입증되지 않았다"고 정리했다. 쟁점이었던 '428억 약정'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애초 검찰은 이 대통령을 기소하면서 '428억 약정' 혐의는 아예 기소 대상에 포함시키지도 못했다. 이 대통령의 '배임 동기'와 관련된 핵심적인 부분을 빈칸으로 남긴 허술한 기소였고, 이번 판결문은 이를 재확인한 셈이다. 검찰은 이재명 대통령 혐의와 관련해 '간접적 판정패'를 당했다.
항소 포기가 이 대통령에게 결정적 이득을 주는 것도 아니다. "손해액이 특정되지 않아 특경법상 배임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1심의 법리 판단이 굳어져 검찰의 배임 혐의 논리 구조가 흔들리는 측면은 있다. 그러나 배임 논리는 이미 기소 당시부터 허약했다. 결국 1심 판결문은 이렇게 말한다. "정치적·도의적 책임은 있을지언정, 그를 범죄자로 몰아간 것은 무리였다."
'권력의 사냥개'에서 '검찰 독립의 투사'로
대장동 사건 1차 수사팀과 2차 수사팀의 상반된 태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초기에 수사를 맡았던 1차 수사팀은 항소 포기에 크게 반발하지 않는다. 피고인들이 5~8년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일부는 검찰 구형보다 형량이 높았던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이재명 대표를 기소한 2차 수사팀에서 맹활약한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가 집단 반발을 주도하고 있다. 강 검사는 대장동 수사 과정에서 모해위증 혐의로 논란을 빚은 사람이다. 또 '대선개입 여론조작특별수사팀장'으로 언론을 무차별 수사하며 통신이용자 3176명의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뒤졌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없는 명예훼손 혐의까지 억지로 끌어다 '언론의 대선 개입' 프레임을 밀어붙였다. 권력의 비호 아래 법의 경계를 지우고 국민의 인권을 짓밟은 사람이 이제 와 검찰의 독립을 외친다는 것은 블랙코미디다.
검찰, '윤석열 유업 잇기'에 매달릴 때인가
검찰은 자신의 잘못을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 무죄가 확정돼도 사과하지 않는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이 그러했고, 우리은행 SPP조선 대출 사건이 그러했다. 배임 혐의로 기소된 우리은행 임직원들은 퇴직하거나 인사 불이익을 받았지만 검찰은 침묵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통계조작 의혹 사건'에서도 "청와대에 의해 통계 조작이 이뤄졌다는 것은 감사원의 일방적인 주장일 수 있다"며 '조작'이란 단어를 없애고 슬그머니 공소장을 수정했다. 이것이 윤석열 정권 아래서 검찰이 해온 수사의 민낯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집요하게 매달렸던 '이재명 죽이기'는 결국 실패했다. 그는 감옥에 있고, 미워하던 정적은 대통령이 됐다. 권력의 사냥개 역할을 했던 검찰은 한순간에 발밑의 땅이 꺼지면서 허공에서 흔들리고 있다.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재판이 재개된다 해도, 대장동 1심 판결이 보여주었듯 승부는 이미 기울어 있다.
그렇다면 검찰은 지금이라도 과오를 되돌아보고,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일부 검사들은 여전히 '윤석열의 유업'을 이어가려 애쓴다. 그들의 울음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의 울음이다. 그 헛된 울음이 무너져가는 특권 성채의 잔해 위에서 공허하게 메아리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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