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직선거리로 1만 7000킬로미터(km)나 떨어진 브라질 아마존. 이곳은 나에게 '눈물'이라는 단어로 기억된다. 어린 시절 공중파 프로그램 '아마존의 눈물'이라는 다큐멘터리에서 본 울창한 밀림과 선주민(원주민), 다양한 동물들을 기억한다. 생물다양성의 보고라고 불리는 이 아마존이 환경파괴와 문명의 침입으로 고통받고 있어 이러한 제목을 선정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존은 지금도 눈물을 흘리고 있다. 끊임없는 개발과 환경파괴로 숲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고 그곳 사람들의 생활 터전은 물론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다. 그린피스 국제본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열대우림 주민들이 베이징이나 런던 등 세계 주요 도시보다 더 많은 초미세먼지 대기오염에 노출되고 있다. 농축산업을 위한 고의적인 화재 때문이다.
브라질 혼도니아주 포르투벨류(Porto Velho)와 아마조나스주 라브레아(Lábrea)의 연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 2배에서 6배에 달한다. 2024년과 2025년 화재 시즌에는 WHO가 정한 24시간 대기질 기준치(㎥당 15㎍)를 20배 이상 초과하는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거대 육류기업 등 농축산업의 끊임없는 이윤 추구를 위해 아마존과 사람들의 삶이 파괴되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아마존 지역에서 방화에 의한 연기로 수만 명이 입원했고 또 조기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존의 파괴는 단지 브라질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학자들은 아마존의 20~25%가 사라지면 숲의 기능을 상실해 결국 사바나와 유사한 생태계로 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구 기후와 생태적 균형에 파멸을 초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아마존의 17%가량이 파괴됐다.
바로 이곳에서 지난 10일부터 전 세계 기후정책을 좌지우지하게 될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COP 30이 열리고 있다. △아마존이 있는 브라질에서 대회가 개최된다는 점 △올해가 파리협정 10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 △전 세계가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UN에 제출해야 한다는 점 △무엇보다 기후목표의 마지노선이라는 1.5도 목표가 좌초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기후총회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기후위기 대응은 전 세계 조별 과제와 같은 숙제이다. 모두가 협동하고 제 몫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국 정부도 기후총회에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 정부가 과연 이 숙제를 잘 해낼 수 있을까?
현재까지 행보를 본다면 한국 정부에 후한 점수를 주기는 힘들다. 정부는 최근 요식행위와 같은 공청회를 거쳐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53~61% 줄이기로 했다. (2018년 대비) 53%만 넘게 줄여도 목표는 달성되기 때문에 사실상 53%가 목표인 셈이다. 이는 UN IPCC가 정한 전 세계 평균 목표보다 8% 나 부족하다. 남은 탄소예산 등을 고려해 시민사회가 꾸준히 요구했던 65% 수준에도 크게 못 미친다.
실망감은 NDC 수치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이는 그간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에게 했던 약속과도 결을 달리한다. 이 대통령은 2021년 대선 후보 당시 탄소중립을 기존 계획보다 10년이나 이른 2040년으로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 국제사회 권고에도 못 미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내놓은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게다가 이는 청년과 아이들에게 탄소감축의 짐을 떠넘기는 것이다.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시기만큼 중요한 것이 얼마나 적게 배출하는가다. 1.5도 목표에 기반해 우리나라가 배출해야 하는 제한치(탄소예산)는 어느 정도이고 아동과 청년세대가 미래에 부담해야 하는 몫은 얼마인지 설명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NDC 공청회에서 이런 설명은 없었다.
정부는 NDC 발표에 이은 후속 조치로 한국이 1.5도 달성에 필요한 탄소예산을 얼마나 소진할 수 있는지 과학적 검증을 통해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청년과 아동, 더 나아가 우리 경제 전반이 향후 겪게 될 감축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설명해야 한다. 감축 목표 역시 53%라는 올가미에서 벗어나 65% 이상 과감한 감축 로드맵을 설계하길 바란다.
NDC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이 대통령의 변심과 산업계의 로비는 얼마 전 치러진 뉴욕시장 선거를 떠올리게 한다. 민주당의 강력한 거물 정치인이었던 쿠오모는 당내 경선에서 탈락하자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우경화된 모습을 보였다. 반면 뉴욕시장에 당선된 맘다니는 무상교통과 집값 안정, 정의로운 전환 등의 이슈를 공략하며 보통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려 했다.
지금 우리 정부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우리의 눈물을 닦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까. 정답은 시민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년 6월 그 답을 정부에 전달할 것이다. 누가 그들에게 표를 줬는지 다시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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