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공적 수출금융기관이 투자 대상을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면 전환할 경우, 창출되는 국내 일자리가 두 배 넘게 증가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부가가치 기대 효과도 두 배 이상 증가한다고 나타나, 수출금융기관이 화석연료 지원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후솔루션과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는 17일 <한국 공적 수출금융의 전환 : 화석연료에서 청정에너지로의 글로벌 전환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간하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 공적 수출금융기관은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 등이 있다. 수출·수입, 해외투자 사업에 융자나 보증 등의 지원을 해주는 공공기관이다.
연구진은 "화석연료 인프라에 대한 금융 지원 규모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한국의 공적 수출 금융이 청정에너지 전환이란 세계적 흐름 속에서 어떤 미래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연구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4년간 한국의 공적 수출금융 지원 규모는 총 약 61조 3000억 원이다. 연평균 12조 3000억 원가량이다. 이 중 화석연료에 대한 지원 규모가 74.5%를 차지했다. 천연가스 약 35조 6000억 원(58.1%), 석유 약 10조 원(16.3%) 등이다.
반면 재생에너지 인프라는 배터리 제조 7.3조 원(11.9%), 태양광 약 3.9조 원(6.4%), 풍력 약 3.9조 원(3.8%), 배터리 에너지저장시스템 약 6000억 원(0.9%) 등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국제 기후금융 공약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화석연료 프로젝트를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있는 주요 선진국들과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에너지원에 따른 지리적 편향도 발견됐다. 보고서는 "청정에너지 수출금융은 주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과 제조 허브를 향한 반면, 화석연료는 중동과 동남아시아에 대규모 석유·가스 프로젝트 지원으로 집중됐다"며 "이는 좌초자산, 장기 수익성 약화, 그리고 한국 금융에 의존하는 개발도상국의 탄소 고착화(Carbon lock-in)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석탄·석유, 곧 경제성 떨어질 좌초 자산 우려
연구진은 경제적 효과 분석을 위해 비교 대상을 4단계로 나눴다. 탈탄소화 경향이 낮은 순으로, △현재 배출량 유지(BAU) △현재 정책 유지(STEPS) △공식 탄소 감축 목표 달성(APS) △2050년 탄소 순 배출 0 달성(NZE) 등의 경로다. 국제에너지기구의 세계 에너지 전망 시나리오 기준에 근거했다.
이를 토대로 한국 공적 수출금융기관의 에너지 투자 비중과 이에 따른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 효과를 분석한 결과, 화석연료 투자 축소와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경향이 뚜렷할수록 경제적 기대 효과도 커졌다.
연구진에 따르면 탄소 배출 제로(NZE) 경로에 따라 2035년 발생할 총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9조 5550억 원으로, 현재 배출량을 유지하는 경로보다 약 5조 4570억 원 크게 나왔다. 특히 재생에너지 산업 투자 확대로 창출되는 부가가치 규모는 10배 이상 늘었고, 화석연료 투자에 따른 부가가치는 오히려 현재 기준보다 1조 1340억 원 줄었다.
취업유발효과 분석 결과도 유사했다. 근로 시간을 정규직 1명 고용으로 환산한 결과, 탄소 배출 제로(NZE) 경로 기준 2035년 발생하는 일자리는 총 11만 616명이었다. 현 상태 유지의 5만 1497명보다 두 배 더 높았다. 이 또한 탈탄소화 경향이 증가할수록 일자리 창출 효과도 증가했고, 대부분의 고용 효과는 재생에너지 투자 부문에서 발생했다.
연구진은 이에 "화석연료 중심의 금융 지원이 단기적으로는 수출산업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약화하고 재정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신은비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주요 공적 금융기관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석유·가스 부문 지원 축소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이 부재하다"며 "이는 좌초자산 리스크를 심화하고, 납세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공적 금융기관이 청정에너지 목표 비율을 법제화하고 2040년까지 지원 대상을 청정에너지로 100% 전환해야 한다"며 "현재 25% 수준인 청정에너지 비중을 단계적으로 높여, 재생에너지·배터리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동시에 "석유·가스 부문의 금융 지원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중단 시한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며 "화석연료 매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에 금융 지원을 제한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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