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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피해자처럼…베트남 한국군 학살 생존자 "남은 시간 얼마 없다. 한국, 용기 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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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피해자처럼…베트남 한국군 학살 생존자 "남은 시간 얼마 없다. 한국, 용기 내주길"

리영희 재단, 제13회 리영희상 수상자로 한국군 피해 입었던 베트남 민간인 응우옌티탄 씨 선정

리영희재단이 제13회 리영희상 수상자로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해 피해를 입었던 베트남 민간인 응우옌티탄(퐁니 마을), 응우옌티탄(하미 마을)을 선정했다.

25일 리영희재단(이사장 김효순)은 오는 12월 3일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제13회 리영희상 시상식을 개최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재단은 "두 수상자가 개인적 비극을 인류 보편적 가치인 평화와 화해를 추구하는 동력으로 전환해 진실 규명을 위해 싸우고 있는 점을 평가해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재단은 "두 분의 수상자는 베트남 전쟁때인 1968년 대한민국 파병부대에 의해 자행된 대표적 민간인 학살사건으로 알려진 퐁니 학살과 하미 학살의 피해생존자"라며 "가족 구성원을 잃고 자신들도 중상을 입었으며 어린 시절에 겪은 육체적, 정신적 고통과 트라우마에 지금도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재단은 "그럼에도 이들은 전쟁 학살에 대한 진상 규명과 평화 공존을 위한 세계적 연대를 위해 다시 일어섰다"며 "특히 한국군이 베트남에서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한국 정부에 대한 진실 투쟁을 10년째 계속하고 있다. 또 한국 시민사회에 대해서도 아픈 과거를 직시할 것을 호소해 왔다"고 수상 배경을 밝혔다.

재단은 "퐁니 마을의 응우옌티탄님(65세)은 2015년 베트남 민간인 학살 피해자로서는 최초로 한국을 방문해 전국을 다니며 당시의 참혹한 피해와 한국의 책임을 호소했다. 또한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2023년 2월 승소 판결을 받았으며, 이 판결은 2025년 1월 항소심에서도 유지되어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이 판결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자국 군대에 의한 해외 민간인 학살에 대한 국가의 법적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로, 국가안보 논리에 가려져 있던 진실에 사법적 정의라는 빛을 비춘 기념비적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재단은 "하미 마을의 응우옌티탄님(68세) 역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했다가 각하결정을 받았음에도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하는 등 진실규명을 위한 활동을 계속했다"며 "두 분의 활동은 단순히 개인이나 특정 공동체의 회복을 넘어선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비극적 역사의 진실을 마주할 용기를 일깨우고, 인간의 존엄을 회복하며, 더 이상 이러한 비극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역사의 교훈을 새기게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재단은 "특히 리영희 선생은 한국이 베트남전의 진실을 외면하던 시절 권력의 억압에 맞서 전쟁의 참상과 한국군 파병의 부당함을 용기있게 고발한 선구자였다"라며 "두 분의 응우옌티탄님은 리영희 선생이 알리고자 했던 전쟁의 비극을 증언해 온 분들로 리영희 정신의 계승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날 수상에 대해 퐁니 마을의 응우옌티탄 씨는 "리영희 상은 제가 그동안 진실을 말하기 위해 애써온 시간에 대한 큰 위로처럼 느껴졌다. 이 상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베트남전쟁의 진실을 알게 되고, 평화에 대해 함께 생각해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과 손주들이 제가 겪은 전쟁의 고통을 다시는 겪지 않을 테니까"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그는 "국가 배상소송 관련 최종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1심과 2심에서 이겼다는 것은 이미 이 길의 대부분을 걸어왔다는 뜻이다. 혹시라도 저처럼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우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절대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힘내요. 우리가 세상을 떠나도 우리의 아이들과 후세대들이 계속 이 싸움을 이어갈 겁니다'라고 말해주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하미 마을의 응우옌티탄 씨는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 저같은 피해자·유가족들은 나이가 많아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라며 "하미 마을뿐 아니라 베트남 중부의 다른 마을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 피해들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가 용기를 내어 충실하게 진상조사를 해주길 희망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 지난 6월 국가배상소송 대법원 의견서를 제출한 하미 마을의 응우옌티탄(왼쪽)과 퐁니 마을의 응우옌티탄. ⓒ한베평화재단

재단은 이날 시상식에 이어 "진실을 향한 끈질긴 동행-응우옌티탄과 함께한 사람들"을 주제로 이야기 마당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들의 법률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의 진행으로 법률대리인 김남주 변호사, 권현우 한베평화재단 사무처장, 응우옌응옥뚜옌 다낭외대 한국언어문화학과 교수 등이 패널로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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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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