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생애에 걸친 장애인의 교육 소외
'장애인평생교육법'이 지난 10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2021년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발의된 뒤 꼬박 4년 6개월만이다. 장애인평생교육법은 전체 국민 평생교육 참여율의 2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장애인의 평생교육을 권리로 보장하기 위한 법이다.
장애인은 전 생애에 걸쳐 교육의 기회로부터 소외되어 왔다. 헌법과 교육기본법에 명시된 교육의 '권리와 의무'는 장애인에게만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 2023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장애인의 51.6%가 중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으로 나타난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라 특수교육대상자의 경우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 장애인의 절반 이상이 의무교육조차 받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장애인의 교육 소외는 성인기에도 이어진다. 같은 조사에서 장애인의 평생학습 참여율은 2.3%에 불과한 반면, 같은 기간 전체 국민의 평생학습 참여율은 32.3%로 나타난다. 10배가 넘는 격차다. 성인 장애인의 평생학습 참여율이 전체 국민에 비해 유독 낮은 것은 장애인평생교육 프로그램의 수가 매우 적고, 장애인이 참여할 수 있는 장애인평생교육기관의 수도 적기 때문이다. 학령기의 교육 소외와 성인 중증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을 위한 평생교육의 필요성을 고려하면 장애인의 평생교육에 대한 수요는 더 크다고 볼 수 있지만 현실의 여건은 이를 보장하지 못한다.
장애인평생교육법은 이러한 성인기 장애인의 평생교육 권리 보장을 위해 장애인 당사자들이 직접 요구하고 투쟁해온 법이다. 이 법은 △장애인의 평생교육을 권리로 명시하고 △장애인평생교육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며 △장애인평생교육 관련 서비스 및 개인별 교육지원계획 수립의 기반을 마련하고 △장애인평생교육 심의·전달체계를 확립하며 △장애인평생교육 전문성 확보를 위한 장애인평생교육사 자격 신설을 담고 있다.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
그러나 지난 2021년 4월 20일 장애인평생교육법이 국회에 발의되자마자 법안은 곧바로 반대에 부딪혔다.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교육을 분리하여 실질적인 분리교육을 초래하므로, 장애인평생교육 확대는 평생교육법 개정과 평생교육 예산 확보를 통해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는 성인 장애인들이 마주치는 현실의 문제를 외면하는 반대일 뿐이었다. 장애인평생교육법은 평생교육의 기회로부터 배제되고 있는 성인 중증장애인에게 맞는 평생교육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이들이 지역사회에 실질적으로 통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법이다.
또한 기존 평생교육법은 장애인평생교육에서 필요로 하는 교육서비스, 장애인 문해교육을 비롯한 자립생활 교육 등을 담보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현행 평생교육법에서 규정하는 학력인정 문해교육과정은 초등·중학교 과정에 그친다. 교육기본법에서 명시하는 의무교육이 중학교 과정까지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학력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검정고시에 합격하거나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 혹은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입학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비장애인의 이야기다. 성인 중증장애인이 검정고시에 합격해 고등학교 학력을 취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고, 장애인 차별로 인해 학령기에 학교를 다니지 못한 장애인에게 비장애인과 똑같은 조건을 내세우는 것은 사실상 차별행위다. 또한 현재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과 방송통신고등학교는 특수교육 과정을 운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성인 장애인이 교육을 받는 데 필요한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기존 평생교육법만으로 이러한 제도적 사각지대를 모두 메울 수 있을까?
장애인평생교육법이 마주친 또 다른 벽은 무관심이었다. 지난 2021년 4월 20일, 2022년 2월 4일 여야 교육위원장이 각각 대표 발의한 법안은 발의 후 약 2년 동안 국회에서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법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고 국회를 움직인 것은 전적으로 장애인이었다. 농성과 행진 등에도 불구하고 21대 국회에서 법안은 결국 임기 만료로 폐기되었지만, 지난 2024년 12월 재발의된 장애인평생교육법은 23명의 장애인야학 학생·교사들의 삭발투쟁 등으로 결국 제정될 수 있었다.
장애인평생교육법의 성과와 한계
장애인평생교육법의 가장 큰 의의는 장애인 당사자의 요구와 투쟁을 통해 제정된 법이라는 점이다. 법의 주요 내용은 장애인야학 등 장애인평생교육 현장에서 경험해 온 차별과 소외, 그리고 현행 법·제도의 한계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또한 법 제정을 이끌어 낸 것은 전문가의 연구 결과나 정치의 자의적인 판단이 아니라 분명히 장애인 당사자들의 투쟁이었다. 장애인들은 법안이 반대에 부딪히거나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을 때마다 농성과 행진, 삭발투쟁 등을 통해 법 제정의 동력을 직접 만들어 왔다.
또한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은 장애 성인의 특성을 반영하여 교육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과 장애인평생교육법을 통해 장애인의 생애주기별 교육지원을 위한 체계를 갖추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한계도 명확하다. 우선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과 달리, 이번 법은 독립적인 전달체계를 담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에는 '국가장애인평생교육진흥원'으로 대표되는 장애인평생교육에 대한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전달체계가 명시되어 있었다. 현재 국가 차원의 장애인평생교육 전담기구인 국가장애인평생교육진흥센터는 지난 2016년 평생교육법 개정 당시, 기존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명시되어 있던 장애인평생교육 관련 조항을 평생교육법으로 확대·이관하면서 새롭게 설립되었다. 그러나 법 개정 취지와는 달리, 이 기관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아닌 국립특수교육원 산하에 설치되었고, 이는 전달체계의 혼선으로 이어졌다. 국가장애인평생교육진흥원 설치 계획은 당시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등의 반대로 결국 22대 국회 법안에서는 삭제되었고, 지역별 전달체계 역시 각 지자체 조례로 정하도록 하는 수준에 그쳤다.
두 번째 한계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책임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제5조(장애인평생교육 관련 서비스의 제공 등)에서는 장애인평생교육을 실시하는 자가 장애인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각종 평생교육 관련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이에 대한 국가 및 지자체의 예산 지원은 임의조항으로 두고 있다. 마찬가지로 제22조(개인별 교육지원계획 수립·운영 등)에서도 장애인평생교육기관의 장은 개인별 교육지원계획 수립을 의뢰받은 경우 이를 수립해 지자체에 보고해야 하지만, 해당 계획에 필요한 예산 지원 역시 임의조항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 외에도 장애인평생교육시설·학교형태의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지원에 관한 조항을 임의조항으로 두거나 대통령령으로 위임하고 있어, 법률 자체만으로는 실질적인 장애인평생교육 지원을 담보하기 어렵다.
장애인의 평생교육을 권리답게 보장하기
장애인평생교육법은 장애인의 평생교육을 권리로 보장하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 법안에 담지 못한 별도의 장애인평생교육 심의·전달체계 신설을 위한 개정을 차치하더라도, 우선 각 조항의 목적을 실제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대통령령과 지자체 조례의 제·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장애인평생교육법 시행령에는 △장애인평생교육기관 지원에 관한 세부 사항 △장애인 문해교육을 통한 고등학교 학력 인정 명시 △장애인평생교육사의 양성과 배치 등에 대한 내용을 반드시 담아야 한다. 교육부는 장애인평생교육 현장과의 긴밀한 협의를 기반으로 대통령령을 제정해야 한다.
또한 법이 장애인평생교육에 관한 지자체 전달체계를 조례에 위임하고 있는 만큼, 지자체 조례 역시 매우 중요하다. 법은 시·도 장애인평생교육협의회, 시·군·구 장애인평생교육협의회 등 심의체계와 시·도 장애인평생교육진흥센터, 시·군·구 장애인평생학습센터의 설치·운영을 각 지자체 조례에 따라 정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각 지자체는 실효성 있는 조례 제·개정을 통해 장애인평생교육에 전문성을 갖춘 별도의 심의·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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