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만 1년을 앞두고 국민의힘 내에서는 오는 3일 장동혁 지도부가 계엄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현재의 우경화 노선을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1일 최고위 공개발언에서 "계엄은 계몽이 아닌 악몽이었다"며 "대통령이 당에게 계엄을 허락받지 않았고 소통·설명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당의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양 최고위원은 "우리는 대통령의 오판을 막지 못했다. 우리가 낳은 권력을 견제·제어하지 못했다. 따라서 우리 당 모두의 잘못이고 책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양 최고위원은 당내 비판에 대한 압박 움직임에 대해 "빼앗긴 정권, 잃어버린 대통령을 놓지 못하고 있다. 몇몇은 우리 안의 배신자를 만들어 돌을 던지고 목을 메달려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런 반지성, (유권자의) 울분을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려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천벌받을 일"이라고 했다.
그는 "혹여 아직도 1년 전 12.3에 머물러있지 않은가"라며 "미래로 나아가고 싶은 당원, 지지자를 정작 우리 지도부가 그날에 붙잡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볼 일"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양 최고위원은 지난 주말 대전 장외집회 연단에 서서 "'계엄은 정당했다'고 피켓을 들고 있는데, 무슨 계엄이 정당했는가. 계엄은 불법이었다. 그 계엄의 불법을 방치한 게 바로 우리 국민의힘이었다. 우리는 반성해야 된다"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일부 강성 지지층은 연단 앞에 몰려나와 그에 대해 항의를 하기도 했지만, 용기있는 소신 발언이라는 평가도 뒤따랐다.
재선 대구시장 출신 권영진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양 최고위원의 주말 발언에 대해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고 양 최고위원이 처음 한 얘기도 아니다. 7월 2일 송언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비상계엄이 불법이고 이를 막지 못한 책임이 국민의힘에 있다'는 표현을 그대로 썼다"고 했다.
권 의원은 "문제는 지금 장동혁 대표 체제에 들어와서 이런 것이 문제가 되고, 당의 분란으로 가는 것"이라며 "현재 우리가 국민대회(장외집회)를 진행하고 있는 양상은 분명히 국민들 다수로부터 공감받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분명하게 국민들에게 사과할 건 사과하고, 반성할 건 반성하고, 끊어낼 건 끊어내고 가야 한다"며 "이재명 정권에 대해 국민들의 불만이 상당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불만이 국민의힘 지지로 옮겨오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치를 하고 있지 못하다는 반증"이라고 했다.
당내 소장파인 김용태·김재섭 의원 등은 당 지도부가 사과 등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을 경우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이 별도로 사과 입장문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하며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김용태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에 나와 "많은 의원들이 지도부의 사과 입장을 기다리고 있고, 대다수의 의원들이 사과해야 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지도부가 (사과 입장을) 내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압박을 이어갔다.
김 의원은 "사과하지 말자는 의원들이나 지도부 인사들의 근거는, 기존에 제가 비대위원장을 할 때나 그 전에 이미 계엄과 관련해서 여러 차례 사과했기 때문에 지금 또다시 사과하는 것은 민주당의 정쟁 프레임에 말려들어갈 수 있다(는 것)"라며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지난 지도부가 사과를 했다"면서 "지금 지도부도 계엄과 관련해 일관된 입장들을 계속 보여줬더라면 안 해도 된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께서 지금 계엄과 관련해서 국민의힘의 입장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고 장동혁 지도부를 직격했다.
김 의원은 "때문에 지금 지도부가 당연히 사과해야 된다"며 "뿐만 아니라 저는 지난 윤석열 정부 때의 총체적 과오에 대한 설명이 한번 필요하지 않나"라고 제안했다.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무슨 '고통을 줘서 미안하다', '책임을 통감한다' 이런 얘기는 사과가 아니다. 일본이 식민지 지배에 대해서 엉터리 사과하는 것보다 훨씬 못한 내용"이라고 일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건 불법 계엄이었고, 그 불법 계엄은 저지르는 사람이 대통령이든 국방장관이든 누구든 탄핵과 하야가 불가피하고 법적 책임을 져야 된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당연한 일"이라며 "그것에 대해 잘못했다고 얘기하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나"라고 했다.
장동혁 지도부는 그러나 12.3 당일가지 당내 의견을 수렴하고 추경호 전 원내대표 구속 여부 등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전략적 선택'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당 지방선거총괄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나경원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날, 12월 3일 새벽에 추 전 원내대표 영장이 나온다. 그 결과에 따라 여러 가지 운신의 폭이 달라진다"며 "영장 발부 여부와 다 관련이 있다. 사과의 수위, 사과의 방법, 사과의 정도 (등이) 다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나 의원은 "지금 우리 당을 '내란 정당'이라고 민주당이 말도 안 되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는데, 잘못하면 여기에 덜커덕 프레임을 가속화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그래서 추경호 원내대표의 영장 결과에 따라서 여러 가지 적절한 조치를 해야 된다"고 재반복했다.
나 의원은 이 과정에서 김용태·김재섭 의원 등을 겨냥해 "우리 당에 소위 소장파가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지만 사과하라 말라 하는데…", "소장파라고 그러는데 무슨 소장파인지 잘 모르겠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소장파라는 건 뭐냐, 정부나 여당이 잘못한 부분은 따갑게 지적하고 우리 당 문제도 따갑게 지적해야 되는데 일단 야당 의원으로서의 책무를 제대로 하는지에 대해 퀘스천 마크(물음표)가 있다"고 했다.
그는 "제가 초선 때는 '자 초선들 빨리 싸워' 그러면 나가서 부당한 것에 대해서 앞장서서 항의했다"며 "제가 재선쯤 되니까 '초선 빨리 앞으로 나가서 싸워', 이렇게 말할 수 있어서 좋더라"고 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번에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우리한테 '내란 정당'이라고 소리를 지르는데, 그러면 우리도 같이 맞고함을 질러야 하는데 주로 그런 말씀들 많이 하시는 분들은 너무 우아하게 앉아 계시더라"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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