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헌율 전북자치도 익산시장은 최근 '삼국지' 책을 다시 꺼내 읽고 있다.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 중에서 단연 '원픽(one-pick)'인데 최근엔 제갈공명의 '출사표(出師表)'를 정독하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삼국지의 백미(白眉)는 제갈공명이 북벌에 오르기 앞서 촉한(蜀漢)의 황제 유선에게 출사표를 내는 장면이다.
그 중에서도 '국궁진췌(鞠躬盡瘁), 사이후이(死而後已)', 제갈공명의 '후출사표'에 나오는 명구를 좋아한다. 직역하면 '몸을 굽혀 모든 힘을 다하고, 죽은 뒤에야 그친다'는 뜻이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제갈공명은 나라의 명운을 바로 세우기 위해 평생을 헌신했다"며 "그가 다짐하던 문장을 되새기며 공직자의 자세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정치가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를 다시 자문하게 된다"고 말했다.
중앙과 지방, 광역과 기초, 정치와 행정 무대를 동시에 경험한 국내 정치인은 의외로 많지 않다.
24회 행시 출신의 정헌율 시장은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정책관과 지방재정제세국장 등 중앙부처 주요 보직을 역임한 후 전북자치도 행정부지사와 국민권익위 상임위원을 거쳐 2016년 민선 6기부터 10년 동안 익산 발전을 지휘해왔다.
그야 말로 전 영역에서 실전적 경험과 내공의 실력을 쌓고 리더십을 인정받아온 흔치 않은 커리어를 자랑한다.
'국궁진췌(鞠躬盡瘁), 사이후이(死而後已)'
내년 6월에 있을 '제9회 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북도지사에 출사표를 던지려는 순간에 '삼국지'를 다시 꺼내든 정헌율 익산시장.
수많은 문장 중에서 '온 몸을 다하여 최선을 다하고, 죽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치겠다'는 말을 발췌해 입에 올리는 그에게서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아라곤의 '포 프로도(For Frodo)' 돌격을 연상케 하는 '비장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전북지사 출마의 변을 직설적으로 물었다.
"지금의 전북은 새로운 도약의 길목에 서 있다. 그러나 오래된 난제와 미완의 과제가 곳곳에 남아 있다. 이를 누구보다 먼저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때이다."
그는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며 계산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주민을 위해 필요하고 옳다고 생각하면 '설득의 심리학'을 동원해서라도 과감히 추진한다. 호남 내 첫 코스트코 익산점 입점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책임 … 전북 미래 열어갈 난제 해결
도민의 미래를 여는 결단의 정치, 책임의 정치가 요구되는 시점에서 난제 해결의 적임자임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읽힌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아직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상태이다. 주변의 출마 권유가 많아 가능성을 열어놓았다가 최근 행보에서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정도다.
지리적 기반과 실무 경험, 지역 민심을 등에 업고 있어 향후 상당한 파괴력을 예고하기도 하다. 사실 3선의 10년 동안 정책과 사업 측면에서 많은 성공신화를 썼다.
청년 중심 도시 익산, 정주 여건 개선, 문화·역사·도시 브랜드 정비, 지역경제 활성화와 투자 유치 등 각 분야에서 경험 많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올려 놓았다.
덕분에 올해 11월 7일 익산예술의전당에서 개최한 '시정백서 시민보고회'에는 익산시민과 각계 인사 등 1300여명이 대거 운집해 사실상 '전북도지사 출마 출정식'을 방불케 했을 정도였다. 10년의 익산 변화를 소개하는 시간에는 참석 시민들의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제 익산에서도 도지사를 배출할 때가 됐다"는 말이 자연스럽다. 석세스 스토리가 그를 도백 경쟁 공간으로 밀어넣고 있는 셈이다.
좀더 자세한 도전의 변을 들어보았다.
그는 "도지사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전북의 잠재력을 현실로 만들고 도민의 삶을 바꾸겠다는 책임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북은 지금 이차전지와 새만금, 바이오 등 대규모 미래산업이 본격화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있다. 단순한 비전이 아니라 사업을 실제로 완성할 정교한 행정력이 요청되는 시기이다.
익산에서 증명한 10년의 경험과 실행력은 전북 전체의 도약을 이끌 적임자라는 확신을 주변에 주었고 그 무거운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는 각오이다.
정확하고 세심한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순간의 감각까지 총화할 수 있는 노련한 집도의가 필요하다. 자신이 그 역할을 하겠다는 말이다.
일단 정헌율 시장은 위에서 내려보는 조감 능력과 좌우를 바라보는 추진력을 인정받고 있다.
익산시정을 이끌며 시민과 함께 위기와 난제를 극복하고 청년이 돌아오며 산업과 문화가 함께 성장하는 도시를 만드는 변화를 실현했다.
도전 … 17%의 가능성도 '나의 길'
그 과정에서 계획한 정책을 실제 성과로 완성하는 '행정의 달인'이란 닉네임도 얻었다. 이는 큰 방향을 결정하는 결단력 뿐만 아니라 복잡한 현안을 조정하고 과감히 추진하는 실행력과 사업을 막판까지 완성하는 섬세한 행정력을 통해 가능했다는 생각이다.
그는 '도전'을 좋아한다. 그래서 평소 좌우명이 '1%의 가능성, 그것이 나의 길이다'라는 점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많은 사람은 주로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실행하지만 그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할 수 있는 희박한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과감히 부딪히는 유형이다. 해야 할 일이고,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작은 가능성도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도시가 변하고 시민이 더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말한다. 평소에는 나폴레옹의 명언을 떠올리며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자극을 얻기도 한다.
"끈기와 도전 정신을 가장 잘 표현한 문장입니다. 제 삶과 시정 업무에 있어 항상 되새겨보는 좌우명입니다."
어찌 보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정헌율 시장의 힘은 과감한 '도전'에서 분출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도전'이 목표를 제시한다면 '노력'은 그 목표로 가는 추진력이다. 전자가 방향과 동기라면 후자는 실행과 지속이다.
노력 … 흙을 쌓아 산을 이룬다
정헌율 익산시장이 좋아하는 사자성어가 '적토성산(積土成山)'인 이유이다. 정 시장은 '흙을 쌓아 산을 이룬다'는 이 성어가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고 한국 속의 익산을 구축했다고 말한다.
"익산은 다양한 자원으로 '기회의 땅'이라 불렸지만 100% 활용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작은 변화들이 눈에 띄는 발전을 이뤄냈다. 시민들과 한 줌 한 줌의 희망을 쌓아 올려 지금의 익산이 가능했고 저 역시 마찬가지이다."
정헌율 시장의 일성(一聲)에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이 축적돼 오늘의 자신을 만든 것처럼 익산과 함께 걸어온 더 큰 전북의 미래를 견인할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확산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사실 '도전'이 결심과 선택의 사건(event)이라면 '노력'은 일상의 과정(process)에서 반복되는 특성을 지닌다.
문제는 둘이 만나야 '성취'라는 결과물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목표를 설정(도전)하고 행동의 누적(노력)이 합쳐져야 변화와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도전'과 '집념'의 두 단어가 결합하며 '정헌율 10년'은 많은 결과를 이뤄냈다.
그 중의 하나가 그동안 '삭막한 회색 도시'로 치부됐던 익산시가 물과 숲이 있는 '수변 도시'로 180도 달라지며 시민들에게 새로운 삶의 공간과 활력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지금은 민간특례 공원과 신흥공원 조성 등 많은 시민이 친화경 숲세권을 누릴 수 있게 됐다.
힘찬 변화와 혁신의 경험을 확장해 전북에 청년이 되돌아오고 산업과 문화가 함께 성장하는 변화의 모습도 목도된다.
책임과 실행, 도전과 노력 등 정헌율 익산시장의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몇 개로 압축됐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무엇입니까?"라는 뜬금포 질문을 던졌다. '뜬금포'는 야구 용어에서 차용됐는데 '예상 밖'으로 해석하면 무난하다.
변화 … 가슴 뛰게 하는 힘
정헌율 시장은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변화'라고 응수했다. 변화는 때로 불확실하고 도전적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품고 있다. 지난 10년간 가장 가슴 뛰게 한 것도 바로 익산시의 변화였다는 말이다.
이제 정헌율 익산시장을 규정할 수 있는 키워드 4개가 나왔다. 책임, 도전, 노력, 변화가 지금의 '인간 정헌율'을 만들었고 '도지사 출마 예정자'로 경쟁력을 불어넣고 있는 셈이다.
역사의 책무를 갖고 힘차게 실행하되 1%의 가능성만 있어도 도전하는 자세, 끊임없는 노력과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는 변화를 통해 전북의 발전적 모멘텀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이해 될 법 하다.
그렇다면 정헌율 익산시장에게 '정치'란 과연 무엇일까?
그는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개인 혹은 전북시장군수협의회 회장 자격으로 1인 시위 등을 통해 비상계엄 해제와 대통령 탄핵을 최전방에서 외쳤다.
헌법을 무너뜨리고 국회를 봉쇄했던 반헌법적 비상계엄 선포와 같은 폭거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시민들과 함께 길거리로 나가 대통령 파면을 촉구했다.
지난 3월 2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공동 비상시국 대응을 위한 200만 시민 범국민대회'에도 개인 자격으로 참석해 "광장의 탄핵 외침에 헌법재판소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며 "더 이상 탄핵 심판이 미뤄져선 안 된다"고 강하게 촉구하기도 했다.
그에게 '행정의 달인'에 이어 '투사 단체장'이란 별칭이 따라 붙을 정도였다. 그런데 '정치'에 대한 그의 답변은 신선하다.
"정치는 곧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저의 정치 철학이기도 한데 기본적으로 모든 권력은 시민을 향해 있고 근본적으로 시민의 삶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이다. 막대한 지위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정치는 결국 쉽게 무너지게 되어 있다."
정치에 대한 답은 계속됐다.
"진정한 정치는 시민의 삶 속에서도 찾아야 한다. 제가 처음 정치를 하겠다는 결심을 했을 때도 힘들어하는 주변 이웃들을 가까이 지켜보면서 지금보다 풍족하게 해드리고 싶고 그런 도시로 바꿔보고 싶다는 의지에서 출발했다. 사람을 위한 정치, 그것이 평생 지켜가고 싶은 신념이자 앞으로 실현해 가고 싶은 사명이다."
'정치'는 '권모술수'라는 말이 떠도는 상황에서 '사람'이라고 말한 신념이 새로워 보인다.
중국의 광대한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영웅호걸들이 써갔던 역사의 대서사인 '삼국지'를 다시 꺼내 읽으며 내일의 길을 위해 호흡을 가다듬는 정헌율 익산시장. 그의 도전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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