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가 2026년도 국가예산 10조 834억 원을 확보하며 처음으로 ‘10조 원 시대’를 열었다.
전북 예산이 두 자릿수 규모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단순한 예산 확대를 넘어 지역 산업 구조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전북도의 국가예산은 2022년 8조 9000억 원대에서 2023년 9조 원을 넘긴 뒤, 잼버리 파행 등 악재로 한 차례 주춤했다가 올해 다시 상승세를 탔다. 민선 8기 3년 만에 9조와 10조를 연달아 돌파한 흐름은 전북 예산사에서도 보기 드문 속도다.
도는 이 같은 반등의 배경으로 대규모 신규 국책사업의 본격 반영을 들고 있다. 피지컬 AI 기반 소프트웨어 플랫폼, 우주 방사선 영향평가용 사이클로트론, 새만금 헴프 산업클러스터, 고령친화산업복합단지, 동물용의약품 임상시험센터 등 굵직한 사업들이 처음으로 예산에 담기면서 향후 수년간 안정적인 국비 확보가 가능해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새만금 국제공항, 지역 간 연결도로, 새만금항 인입철도 등 기존 대형 SOC 사업 예산도 꾸준히 유지되며 새만금·전주축을 중심으로 한 광역 인프라 확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SOC 사업이 종료되면 예산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전북은 신규 사업의 파이프라인이 동시에 열리면서 감소분을 상쇄하고도 남는 규모를 확보했다.
하지만 10조 원 확보까지의 과정이 매끄럽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국회 심사 단계에서 야당이 새만금 국제공항(1100억 원)과 지역 간 연결도로(500억 원) 등 1600억 원 규모의 감액을 제기하며 예산 규모가 크게 축소될 위기가 있었다. 실제 당시 도와 정치권에서는 “감액이 그대로 반영되면 10조 원 돌파가 쉽지 않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전북도는 심사 전부터 국토부·새만금청과의 협의 채널을 가동했고, 한병도 예결위원장, 윤준병 도당위원장, 박희승 예결위원 등 지역 정치권도 상임위와 예결위 단계에서 전면 방어전을 펼쳤다. 결과적으로 감액 논란을 모두 막아내며 10조 원 시대를 현실로 만들었다.
이번 예산은 전북의 산업 지형에도 변화를 예고한다. 한동안 특정 산업에 치우쳐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전북이, 피지컬 AI와 우주 연구, 동물용의약품, 고령친화산업, 헴프 기반 바이오 등 여러 분야로 산업 기반을 넓히기 시작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사업의 규모보다 어떤 분야가 새롭게 자리 잡아 가는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김관영 지사가 강조한 “질적 변화”라는 표현도 이러한 흐름을 의식한 발언으로 읽힌다.
생활 분야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전북권역통합재활병원 예산이 확보되면서 그동안 수도권까지 가야 했던 중증 재활치료의 공백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도로 병목 구간 개선과 국도대체우회도로 건설도 속도를 내면서, 출퇴근 시간 단축이나 물류 흐름 개선 등 일상적인 이동 환경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전북도는 10조 원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2027년·2028년 신규 사업을 조기 발굴하기 위해 전북연구원과 함께 국책사업 발굴단을 가동할 계획이다. 특히 예타 및 기술검토 단계에 있는 사업들의 논리를 보강해 ‘연속된 성장 곡선’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김관영 도지사는 “예산의 크기가 아니라 실행 속도와 체감도가 중요하다”며 “시군과의 협력 체계를 강화해 현장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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