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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 의혹과 '쓰고 버리는' 교원…정부는 세종대를 감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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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 의혹과 '쓰고 버리는' 교원…정부는 세종대를 감사하라

[기고] 정보라 작가가 세종대 종합감사를 주장하는 이유

복직을 요구하며 서울 명동 세종호텔 앞 10미터 높이 도로구조물에 오른 고진수 세종호텔지부장의 고공농성이 300일이 다 돼가고 있다. 그의 귀환을 바라며 함께 싸우고 있는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최근 세종호텔 소유주인 대양학원이 운영하는 세종대에 대한 교육부 종합감사를 촉구 중이다.

세종호텔 해고자 복직 투쟁이 사학재단에 대한 감사 요구로 번진 이유는 무엇일까. <저주토끼>, <너의 유토피아> 등을 쓴 정보라 작가가 이를 담아 적은 글을 세종호텔 공대위가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편집자

'대학알리미'라는 사이트가 있다. 한국에 있는 대학들의 재학생 숫자, 교수와 강사 숫자, 도서관에 보유한 책 숫자 등 기본적인 정보를 알려주는 사이트로, 교육부가 관리한다.

한해에도 몇 배씩 늘었다 줄었다 하는 세종대 소유 토지, 왜?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세종대학교가 보유한 땅 넓이는 2023년 10월 기준으로 11만 9847제곱미터였다. 이 땅 넓이는 2024년 10월이 되자 11만 8555제곱미터로 줄어드는데, 갑자기 '부속토지'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생기고 78만 5048제곱미터가 늘어난다. 그리고 '미사용토지'라는 카테고리도 갑자기 생기는데 이 미사용토지 면적이 31만 5142제곱미터라고 한다. 그래서 2024년 10월 세종대학교가 가진 땅 넓이는 총계 121만 8745제곱미터로 열 배나 늘어난다.

2023년 10월에서 2024년 10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25년 10월이 되자 보유한 땅의 총 넓이는 비슷한데 그중에서 미사용토지 넓이만 106만 4684제곱미터로 3배 이상 늘어난다. 반면 부속토지는 3만 5506제곱미터로 2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이건 또 어떻게 된 일일까?

▲대학알리미에 올라온 2023~2025년 세종대 교지 확보 현황.

2025년 8월 국회에서 세종대학교 땅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세종대학교 측이 대학알리미에 게시하는 공시정보를 허겁지겁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정을호 의원실에 따르면 세종대학교는 무려 1983년부터 경기도와 경상도 등지에 땅을 사서 2025년까지 40년이나 '미사용토지'로 버려두고 있었다.

왜 저 넓은 땅, 그것도 성남 같은 금싸라기 땅을 사서 그냥 버려뒀을까?

대학이 땅을 사면 그 주변의 땅값이 올라간다. 대학이 교육시설을 지으면 학생들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그러면 학생들이 살 곳이 필요해지니까 부동산 수요가 늘어나고, 지역에서 거주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밥도 먹고 생필품도 사야 하니 지역 경기도 살아난다. 게다가 한국에서 '인서울 4년제 대학'의 위상은 공고하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도 대학생들이 온다고 하면 일단 기뻐한다.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가 땅투기 문제로 논란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2021년 서울대 학생들이 이런 의혹을 규명해달라며 국가수사본부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세종대학교 측은 1983년 성남, 1986년 광주, 1998년 창원에 땅을 왜 샀을까? 주변 땅값이 오른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그리고 땅을 사서 누가 이익을 봤을까?

이 정도만 해도 교육부가 세종대학교 종합감사를 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1983년부터 차곡차곡 사서 모은 땅이 40년이 지나서도 '미사용토지'로 남아 있는데 그것도 한두 평도 아니고 무려 120만 제곱미터다. 세종대학교의 대학알리미 웹사이트 교지확보 현황 2023년, 2024년, 2025년 자료만 봐도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참고로 대학알리미에 제공하는 정보는 대학교가 착한 마음에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게 아니다. '교육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과 '고등교육법' 등 관련 법에 따라 대학이 관련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쓰고 버리는' 교원도 점점 늘리고 있다

나는 비정규직 강사였기 때문에 대학알리미에 공개된 정보 중에서도 비정규 교원 통계를 유심히 보게 된다. 세종대학교가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비정규 교원 비율 중에는 겸임교원도 초빙교원도 강사도 아닌 '기타교원' 숫자가 많다. 그리고 점점 늘어나고 있다. 대학알리미 정보에 따르면 2025년 현재 정규직 교수는 590명, 비정규 교원은 790명인데 비율은 겸임교원 104명, 초빙교원 70명, 강사 328명, 그리고 '기타교원'이 288명이다. 비전임 교원 중에서 강사 숫자는 지난 3년간 계속 줄어드는데 겸임교원, 초빙교원, '기타교원' 숫자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 대학알리미에 올라온 2023~2025년 세종대 전체 교원 대비 전임교원 현황.

이게 무슨 말이냐면 일명 '강사법', 즉 고등교육법 개정안에 따른 교원 지위를 갖지 못하는 비정규직 중에서도 더욱 불안한 직위의 '쓰고 버리는' 교원이 점점 늘어난다는 뜻이다. 2019년 고등교육법 개정안 시행 이후로 강사는 1년 의무계약, 3년까지 재고용 보장, 교원지위 보장 등 최소한의 근무조건을 보장해줘야 한다.

이에 비해 초빙교원이나 겸임교원은 본업이 따로 있는 정규직이면서 현장 경험이 몇 년 이상 되는 전문가를 말 그대로 '초빙'해서 단기간 현장 실무에 대한 강의를 맡기는 제도다. 예를 들면 현직 기자를 초빙해서 신문방송학 강의를 맡기는 식이다. 강사와는 달리 한 학기만 쓰고 해임해도 되고 재고용해야 할 의무도 없다.

'기타교원'은 호칭도 다양하고 종류도 많지만 요약하면 '강사법' 시행 이전의 강사 같은 지위다. 신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재고용을 기대할 수도 없고, 학교 마음대로 쓰고 버리고 다시 쓰고 버려도 된다. 그러니까 초빙교원, 겸임교원, 기타교원이 늘어난다는 것은 해당 학교의 전반적인 교원 지위나 연구와 강의의 안정성과 지속성이 심히 의심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렇게 쓰고 버려도 되는 '기타교원', 비정규직 중에서도 가장 불안정한 비정규직 교원이 늘어나는 것은 한국의 모든 대학교, 그중에서도 사립대학들의 전반적인 추세다. 근본적인 원인은 교육부가 사립대학을 교육기관이 아닌 오너 일가의 '재산'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개입하지도 않고 교육의 질을 관리하지도 않는 것이다.

입학생 10명 중 1명 이상은 떠난다

교원이 이렇다면 학생들은 어떨까? 한국인 학생들의 경우 세종대학교와 비슷한 순위권의 수도권 4년제 대학들에서는 신입생 중도탈락률이 10퍼센트 내외다. 일명 '반수', 즉 일단 입학했다가 대학입시를 다시 치러서 다른 학교로 떠나는 학생들이라 추측할 수 있다. 세종대학교는 지난 3년간 신입생 중도탈락률 11.77%~13.21%를 유지하고 있다. 학교의 한국인 재학생 대략 9800명 중에서 1000명 안팎이 입학 첫해에 학교를 떠난다는 뜻이다.

외국인 학생 중도탈락률도 이와 비슷하거나 약간 높다. 지난 3년간 대략 13~14%선을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 숫자가 1200명에서 1700명까지 해마다 늘거나 줄지만 매년 200명 이상 학교를 떠난다. 통계를 보면 어학연수 등의 비학위과정 학생이 절반 이상이지만 학위과정, 즉 대학 수업을 듣다가 학교를 떠나는 외국인 유학생도 매년 100명 가까이 된다. 한국인이나 외국인이나 공통적으로 100명 중에서 12~13명이 매년 이 학교 더는 못 다니겠다고 결정하고 그만두고 나가버린다. 무엇이 문제일까? 한국인과 외국인을 합쳐서 매년 전체 재학생 10명 중에서 1명 이상이 떠난다면 적은 숫자는 아니다.

▲ 대학알리미에 올라온 2023~2025년 세종대 중도탈락 학생 및 외국학생 중도탈락 현황.

망가진 사학 바로잡기 위해 교육부가 나서야

세종대학교는 교육기관으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는 것일까?

교육부는 세종대학교가 교육기관으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는지 아닌지 관리하는 것일까?

이 글에는 "~일까?"가 굉장히 많다. 슬픈 것은 '미사용토지' 의혹만 빼면 나머지는 흔한 일이라는 사실이다. 비정규직 교원들이 강의와 연구와 잡무를 떠맡아 학교를 허덕허덕 짊어지고 가는 현실, 서울대학교 아래로 학교들을 일렬로 줄 세우는 입시경쟁, 그 속에서 한국인과 외국인 학생들이 학교에서 희망도 전망도 찾지 못해 중도탈락하는 등등의 문제는 한국 모든 대학에서 일어난다. 너무 흔해서 어이없게도 이런 일들이 '정상'으로 여겨질 정도다.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피해 '기타교원'이 슬금슬금 늘어나는 현실,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학교를 떠나는 현실, 이런 문제가 나는 근본적으로 교육부가 고등교육 관리, 감독, 지원을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립대학교는 재단, 총장, 이사회 소유의 재산이고 수익사업체이며 학생들은 돈줄일 뿐이고 교원은 '비용'이니까 숫자를 줄이고 비정규직을 늘릴수록 '경영'과 이윤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교육부는 눈 감고 못 본체하며 도와주고 있다.

교육부가 세종대학교 종합감사를 실시하는 것은 교육개혁의 시작일 뿐이다. 교육부는, 한국 정부는 소임을 다하라. 사학비리 척결하라. 세종대학교 종합감사하라.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2일 세종 교육부 청사 앞에서 세종대학교 종합 감사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세종호텔 공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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