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미국의 시사매체 <애틀랜틱>을 훑어 보다 한 문장에 빠졌다.
"TV와 라디오, 소셜미디어, 틱톡이 있기 때문에 마치 눈과 귀가 뒤섞인 어떤 인간의 얼굴 기관이 있는 것 같죠. 그리고 이 기술들의 흥미로운 점은 모두 구술적이라는 것이에요."
디지털 혁명으로 문자 문화가 쇠퇴하고 다시 구술 문화로 회귀할 가능성을 분석한 기사였다.
자신의 독서 성향을 MBTI로 분류할 수 있을까. 이런 분류 자체를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성격이지만. 굳이 식성으로 비유해 보자면 잡식에 가까운 잡독이거나 난독,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아무거나 생각나는 대로 그렇게 책을 선택하고 그렇게 읽어 왔다. 거의 목표 의식이라곤 없는, 특정 분야에 결코 치우침이 없는, 그야말로 눈길을 어지럽히 걸어가 듯. 그때 그때 호기심이나 순간적인 충동에 따라, 다만 나이 들어갈 수록 건강 쪽으로 시간을 할애하다 보니 맑은 정신을 가진 시간에 책보다는 움직이는 쪽으로 시간을 넘겨 준다. 말과 글에 대한 시간이 줄어드는 데에 대한 안타까움이 큰 요즘이다.
때마침 책상에 같은 시기에 출간된 <언어의 본질-말은 어떻게 태어나고 진화하는가>를 집어 들게 되었다.
의성의태어가 있다. 소리(의성어)와 모양·움직임·상태(의태어)를 흉내내어 표현하는 말이다. '껄껄', '우물우물', '둥실둥실'처럼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말인데, "이처럼 의성의태어는 외부 세계의 감각 정보를 도상성이 있는 소리로 표현하는데, 뇌는 그 소리를 환경 소리이자 언어 소리로 이중 처리하는 것이다. 이 이중성은 뇌가 의성의태어를 언어 기호로 인식하는 동시에, 몸짓같이 언어 기호가 아닌 아이콘 요소로도 인식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의성의태어는 환경 소리라는 아날로그적인 비언어 소리의 처리와 디지털적인 언어 소리의 처리를 연결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의성의태어는 환경 소리와 언어 소리, 양 측면을 다 지닌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이 책의 문제의식이자 핵심이다. 세계 어느 학계건 주목하는 부분이다. 일본 학자가 쓴 일본어의 의성의태어를 기준 삼고 있기 때문에(예를 들어 개짖는 소리가 일본어는 '왕왕', 한국어는 '멍멍', 영어로는 '바우와우'이다.) 부분 부분 어색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언어의 본질과 학습, 진화에 대한 분명한 통찰을 안겨준다. 의성의태어에서 시작해 언어의 본질로까지 끌고 가는 아름다운 책. 일본어를 알았더라면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텐데 하며 게으름을 탓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