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기준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약 415TWh(테라와트시)로 추정된다. 이는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의 약 1.5%에 해당하며, 전 세계 국가 중 10번째로 전력 소비가 많은 프랑스의 전력 소비량(약 410TWh)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최근 5년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연평균 12%로 빠르게 증가했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세계적으로 고르게 분포돼 있지 않다.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세 지역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의 약 85%를 차지할 정도로 집중돼 있으며, 이로 인한 전력망 병목, 발전 설비·인프라 공급망 불안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은 2015~2024년 기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연평균 12% 증가했고, 2024년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약 180TWh로 추정됐다. 이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의 약 45%에 해당하며, 미국 국내 전력 소비량의 4%를 넘어서는 규모다. 중국도 2015~2024년 동안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연평균 15%로 빠르게 증가하면서 2024년에는 약 100TWh 수준으로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의 약 25%를 차지했다. 유럽은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했지만, 2024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약 70TWh로 여전히 약 15%를 웃도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대 규모 데이터센터도 증가하고 있다. 전력 소비 측면에서 기존 데이터센터의 규모는 약 10~25㎿(메가와트) 수준이지만, 하이퍼스케일 AI 중심 데이터센터는 100㎿ 이상으로, 연간 10만 가구가 사용하는 전기를 소비한다. 현재 건설 중인 최대 데이터센터 용량은 약 2000㎿, 계획 중인 최대 데이터센터 용량은 5000㎿에 달한다. 이는 연간 200만~500만에 달하는 가구가 소비하는 전기를 대규모 데이터센터 한 곳이 소비하게 된다는 의미다. 현재 AI 중심 데이터센터는 점점 더 커지는 모델과 증가하는 AI 서비스 수요를 수용하기 위해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기준 시나리오의 경우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2030년까지 약 945TWh에 달하는 것으로 전망했다. 2024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약 415TWh)의 두 배가 넘는 수준으로, 전력 소비가 5번째로 많은 일본(915TWh)을 추월하게 된다.
AI 기술의 중심, 미국에서 데이터센터 반대 커져
데이터센터는 공간적으로 매우 집중되어 있고 전력 소비량이 상당히 많아 지역 전력망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발전소와 공장, 제철소 등과 비교할 때 공간적 집중도가 가장 높은 데다가 도시 지역과의 거리는 가장 짧은 측에 속한다. 데이터센터가 집중된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에 공급되는 전력 수요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아일랜드에서는 전력 공급량의 약 20%를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며, 미국에서는 이미 6개 주에서 데이터센터가 전력 공급량의 10% 이상을 소비하고 있으며, 버지니아주가 25%로 가장 높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 건설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AI 기술의 중심지인 미국에서 반대 여론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2025년 2분기에만 20개의 프로젝트(약 980억 달러 규모)가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차단되거나 지연되었고, 이는 2023년 이후 조사된, 차질을 빚은 모든 프로젝트보다 규모가 더 크다. 데이터센터워치(Data Center Watch)에 따르면, 지역 사회의 반대 움직임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2분기만 해도 17개 주에 걸쳐 53개 활동 단체가 30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대한 반대 운동을 벌였으며, 전국적으로 총 188개 단체가 반대 운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 기간 추적된 반대 프로젝트 중 66%가 차단되거나 지연되었고, 개발이 확대되고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지역 단체들은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특히 인디애나주와 조지아주에서 청원, 공청회, 시민운동 조직화가 승인 절차를 재편하고 있다.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은 2028년까지 약 10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며, 이는 2024년 대비 연평균 13%에 이르는 고성장을 의미한다. 2024년 기준 민간데이터센터 매출 규모는 약 6조2000억 원으로 조사됐고, 상업용 데이터센터 매출액은 약 3조1500억 원으로 비상업용(약 3조 700억 원)을 넘어섰다. 국내 데이터센터 수는 최근 5년간 꾸준한 증가세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1.41%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2024년 기준으로 총 165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국내 데이터센터 수도권 쏠림, 주민 반발 잇따라
전력다소비시설인 데이터센터가 급증하면서 수도권 집중도 가속화하고 있다. 2023년 12월 말 기준으로 국내에 150개 데이터센터의 용량은 1986㎿로 1000㎿급 원자력 발전소 2기 이상의 전력을 소비한다. 데이터센터 입지의 60%, 전력 수요의 70%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전력 계통과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전력다소비시설인 데이터센터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송·배전망 등 전력 인프라를 추가 건설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계통 혼잡을 유발하고 있다. 수도권에는 발전소를 추가 공급할 여력이 없어 횡축(동해안-수도권)과 종축(영·호남-충청-수도권) 등 장거리 송전망을 확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쏠림 현상에 따라 주민들의 반발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서울대 시흥캠퍼스에 조성하려던 240㎿급 초대형 AI 데이터센터의 조성 절차가 전면 중단됐다. 지역 주민들이 전자파와 열 방출, 소음, 진동, 화재위험 등을 이유로 들어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경기도 고양시와 김포시, 안양시 등에 건설 예정이던 데이터센터들이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건설이 지연되거나 무산됐다. 2024~2025년 기준 수도권 내 데이터센터 인허가 33건 중 17건(약 52%)이 주민 반대 등으로 지연되거나 무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분석에 따라 국내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예측해 보면, 국내 데이터센터 용량은 2023년 약 2GW(기가와트)에서 2030년 5.7GW, 2040년에는 10GW 수준으로 5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른 전력 소비량도 같은 기간 약 5TWh에서 18TWh, 32TWh로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국내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23년에 약 1% 수준에서 2030년 2.8%, 2040년에는 4.8%로 커지게 된다. 이는 IEA의 기준 시나리오에서 전망한 2030년 전 세계 총 전력 소비량에서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인 점을 고려하면 전 세계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다.
2029년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수도권 집중 현상이 데이터센터 입지의 81.6%, 전력 수요의 80.6%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계통과 전력수급 부담으로 수도권에 데이터센터를 적기에 건설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9년까지 신청이 들어온 수도권 지역 신규 데이터센터 601개소 중 6.7%에 불과한 40개소에만 전력이 적기에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 적기 건설을 위해서는 전력 공급이 원활한 지역에 분산하여 입지하는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데이터센터 지역 분산을 넘어, 그린데이터센터로?
AI를 기반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서버 저장 공간 역할을 넘어 대규모 연산을 처리해야 한다. 고성능 GPU(그래픽 처리 장치) 등을 활용하는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고 높은 열을 발생시킨다. 이에 따라 효율적인 냉각 기술의 중요성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결국 고성능 AI 데이터센터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효율적인 냉각이 가능한 입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에는 데이터센터 후보지를 수도권보다는 전력 계통에 여유가 있고, 에너지 활용 효율이 높은 발전소 인근이나 해안가, 수자원 접근이 용이한 지역으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에서의 데이터센터 건설을 제한하고 지역별로 데이터센터를 배치한다면, 수도권 집중에 따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전력자립도와 신재생 발전량을 기준으로 대전·충남과 전북, 광주·전남, 강원, 대구·경북 지역 등에 데이터센터를 분산 배치하면, 전력 계통과 수급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신재생 발전량이 풍부한 지역에 데이터센터 배치는 '그린데이터센터(Green Data Center)'로서의 가능성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린데이터센터는 전력 사용 효율(PUE)과 신재생에너지 활용, 온실가스 배출 저감 등 다양한 항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인증된다.
이러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데이터센터의 지역별 분산 배치는 정책적 측면에서 쉽지 않은 과제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전력 계통과 PUE 계획 심의 등을 통한 수도권에서의 데이터센터 입지 규제, 지역별 전력자립도와 전력수요 분산화 효과, 그리고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충분성 등을 통합적으로 고려한 데이터센터의 배치는 이미 피해갈 수 없는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전력 생산 지역으로 보내면 된다는 생각을 넘어 재생에너지와 전력망, 국토 및 산업 계획, 지역 균형 발전을 통합적으로 고려한 구체적인 정책 마련과 실행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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